김찬호 선임연구원, 승민욱 선임연구원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지막으로 ‘극한환경 방사선 핵종 분석 계측 시스템 시작품 개발’이라는 우수성과를 달성한 선진계측제어연구부의 김찬호, 승민욱 선임연구원을 만나보았습니다.
김찬호 선임연구원원전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격납건물1) 내부는 온도와 방사선이 매우 높아져 기존 계측기로는 측정이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검출기와 신호처리 회로를 새로 설계했어요. 또한 검출기 출력의 비선형 왜곡을 보상하는 딥러닝 기반 핵종2) 판별 알고리즘과 결합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습니다. 시작품 단계에서 이 세 요소가 함께 동작한다는 점을 내환경 시험3)으로 확인한 것이 이번 성과의 핵심입니다.
1) 격납건물: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 사고 발생 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함.
2) 핵종: 방사성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 핵종에 따라 방출하는 방사선의 종류와 에너지가 다르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각기 다름.
3) 내환경 시험: 고온·고방사선 등 극한 환경 조건에서 장비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시험.
김찬호 선임연구원중대사고 시 격납건물 안에서 어떤 핵종이 얼마나 나오는지 빠르게 파악하는 일은 사고 대응의 출발점이에요. 핵종마다 영향과 거동이 달라 사고 관리 의사결정과 주민 보호 조치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사고 초기에 실시간으로 핵종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면, 사고 진행 양상을 빠르게 추정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어요.
김찬호 선임연구원사고 환경에서 살아남는 검출기에서 나오는 신호가 평상시와 다르게 왜곡된다는 것이었어요. 같은 핵종이라도 고온과 고방사선 영향으로 스펙트럼 형태가 변하는데, 이를 수식이나 수작업으로 일일이 보정하긴 어려웠죠. 그래서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학습시킨 딥러닝 모델이 그 왜곡을 알아서 보상하면서 핵종을 판별하도록 설계했고, 여러 차례의 시험을 거쳐 시스템 수준에서 정상 동작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승민욱 선임연구원극한의 고방사선 환경에서 계측기가 손상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동작하도록 만드는 것 또한 난제였어요. 방사선 계측기는 방사선이 검출기와 반응하면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는데, 고방사선 환경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과도한 신호가 생성돼요. 그렇게 되면 광전자증배관(PMT)4)에 과전류가 유입돼 장비가 손상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PMT에 흐르는 전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임계치에 도달했을 때 신호를 즉시 차단하는 PMT 보호 기술을 도입했어요. 이를 통해 고방사선 환경에서 계측기의 생존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어요.
4) 광전자증배관(PMT): 빛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증폭하는 장치. 방사선 계측기의 핵심 부품으로, 검출기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빛 신호를 감지하는 역할을 함.
김찬호 선임연구원이번 연구에서는 시험을 위해 검출기와 신호처리기를 실제 현장으로 운반하고 설치하는 일이 많았어요. 첫 내열시험에서 갑자기 신호가 잡히지 않아 난감했던 순간이 있어요. 원인을 추적해 보니 신호를 받아 저장하는 데이터 수집 장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었죠. 곧바로 장비를 교체했더니 다시 정상적으로 동작하더라고요. 실험실에서 잘 동작하던 시스템도 실제 시험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던 순간이에요.
승민욱 선임연구원연구에 참여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시험 시설을 다니며 실험을 준비하고 수행했던 과정이 인상 깊었어요.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있었지만, 연구진이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거든요. 이런 과정들이 쌓여 우수성과로 이어졌다는 점 또한 뜻깊네요.
김찬호 선임연구원올해 하반기에 방사선 조사시험을 거쳐 시작품 개발을 마무리하고, 후속 과제에서 시제품 수준으로 발전시켜 실제 원전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형태로 확장할 계획이에요. 동시에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핵종 판별 알고리즘을 더 다양한 환경 조건과 더 많은 핵종으로 확장하는 후속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답니다.
김찬호 선임연구원바이오의공학을 전공했는데, 석사 시절 소속 연구실의 사정으로 원자력공학과 교수님께 공동지도를 받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의료용 방사선 검출기뿐 아니라 방사선 계측에 대해서도 함께 배우며, 자연스럽게 연구실 안에서 원자력 관련 방사선 검출 연구를 도맡아 진행하게 됐죠. 그때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KAERI에서 극한환경 방사선 계측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네요.
승민욱 선임연구원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시기에 우연한 계기로 내방사선 회로 설계라는 분야를 접하게 됐어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회로를 설계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관련 연구를 찾아보다 KAERI에서 해당 분야를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계신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함께 연구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직접 연락드린 것이 인연이 되어 KAERI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답니다.
김찬호 선임연구원휴가 때 주로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녀요. 둘 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 평소 가 보지 못했던 지역을 천천히 둘러보거나 분위기 좋은 곳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일과 떨어져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가 가장 큰 휴식이 되는 것 같아요.
승민욱 선임연구원저도 주로 여행을 다니는 편이에요. 평소에는 스스로 정한 생활 루틴대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휴가 때는 일상 루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여행하며 업무에 관한 생각은 잊은 채 시간을 보내죠. 올해는 조금 이른 휴가를 다녀오려고 준비 중이에요.
김찬호 선임연구원‘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자’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는 편이에요. 연구하다 보면 당장 손에 잡히지 않거나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런 순간에도 미루지 말자는 정도의 다짐인 거죠. 거창한 결과보다는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승민욱 선임연구원‘부끄럽지 않은 선배이자 후배가 되는 것’입니다. 연구하다 보면 부족함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많아요. 저는 그 부족함 자체보다, 알면서도 채우려 하지 않는 태도가 더 부끄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배우고,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선배들에게는 믿음직한 후배로, 후배들에게는 말보다 태도로 배울 점을 보여주는 선배로 남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