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5+06 Vol.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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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칼럼

석유 위에 쌓아 올린 문명,
과학기술로 ‘결자해지’

글. 동아사이언스 이병구 기자

올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인류가 얼마나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예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중동 석유에 의존하던 한국은 비상이 걸렸다. 기름값 폭등뿐 아니라 석유 증류 과정에서 얻는 필수화학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난데없는 ‘쓰레기봉투 대란’이 일기도 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바이오플라스틱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지만 당장 석유화학을 대체할 만한 기술은 미비하다. 석유가 가장 ‘편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 이상 인류는 경제성이 뛰어난 석유를 원동력으로 급속 발전했다. 대다수의 산업이 석유 위에서 굴러간다.

석유는 큰 부작용을 불러왔다. 석유를 태울 때 배출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쌓이며 기후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속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사용은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전 세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세웠다.

202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오마르 M. 야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 버클리) 교수는 설계 가능한 분자인 ‘공유결합 유기골격체(COF)’의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을 극대화해 탄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올해 4월 한국을 찾은 야기 교수는 한 강연에서 인간의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화석 연료를 태우고 그 혜택을 누렸습니다. 이제 탄소를 포집할 차례입니다. 공짜는 없습니다(There is no free lunch).”

국내에서도 나프타 대란과 비슷한 문제가 매번 반복되고 있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및 석유화학제품의 대안 생산기술 확보를 목표로 중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상엽 KAIST 교수는 “유가가 오르면 바이오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원유 수입이 정상화되면 다시 석유로 돌아간다”며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산업을 죽이면 다음 위기 때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과거 고비용 에너지원으로 외면받았던 풍력에너지는 정권 교체에 따른 예측 가능성 저하로 국내 산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중장기 발전단가(LCOE)전망 시스템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해상풍력 발전단가 62~65 %를 설비 비용이 차지한다.

풍력에너지 단가를 낮추려면 대규모 단지 조성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더불어 주요 부품 국산화를 통한 국내 공급망 확보가 관건이다. 풍력발전 인프라는 현재 과점시장으로 베스타스, 지멘스 등 해외 기업들이 좌지우지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풍력에너지 정책이 당시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유지하는 데는 유리했지만 미래 대비 차원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대형 시장을 만들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성장시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원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논리만으로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강요할 수 없다. 석유처럼 익숙하고 편한 것을 포기하는 과정은 원래 고통이 따른다. 변화의 압력 속에서 새로운 물길을 찾는 방법은 결국 꾸준한 과학기술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