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로트네스트 아일랜드
호주 남서부는 은밀한 에코투어의 본거지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서호주의 푸른 바다 위에 날것의 자연을 품은 채 고즈넉하게 들어서 있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원주민인 애버리지니의 언어로 ‘와제뭅(Wadjemup)’이라 불린다. ‘영혼들이 가는 물 건너’라는 뜻을 지닌 와제뭅까지 프리맨틀에서 페리로 30분이면 닿는다. 투명한 바다, 야생동물 뛰노는 완연한 생태가 섬의 자랑거리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길이 11 ㎞, 폭 4.5 ㎞의 소담스러운 모습이다. 페리를 타고 섬에 닿으면 교통수단 대부분이 자전거로 채워진다. 배에는 자전거용 승선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외부 차량은 진입이 금지되며, 섬 안에는 셔틀버스가 오간다. 자전거를 타고 순풍에 의지해 느리게 섬을 둘러보는 게 로트네스트를 즐기는 에코투어의 수순이다.
섬에는 해안선을 따라 20여 개의 비치가 들어서 있다. 로트네스트를 에워싼 인도양은 블루라군의 변색이 선명하다. 선착장 인근의 톰슨 베이를 시작으로 캐서린 베이, 리틀 새먼 베이 등 독립된 해변과 등대, 전망대 등이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에 가려면 페리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섬 내부에서는 자전거나 셔틀버스로 이동한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단순한 휴양의 섬이 아니다. 섬의 가치는 섬의 동·식물들이 철저하게 보호되고, 자연 그대로 보존돼 더욱 뜻깊다. 섬의 중심부는 12개의 소금호수로 이뤄졌다. 소금호수의 물은 바닷물보다 4배나 더 짜며 특이한 염생 식물들이 자란다. 투명한 바다에는 135종의 열대어와 20종의 산호가 산다.
섬에서만 서식하는 ‘쿼카’ 역시 어렵지 않게 만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거나 섬 주변을 무심코 거닐다 귀염둥이 쿼카와 마주친다. 다람쥐 얼굴에 아기 캥거루만 한 몸집을 지닌 쿼카는 섬의 마스코트로 사랑받는다. 17세기 섬을 처음 발견했던 네덜란드인들은 쥐 모양의 쿼카를 보고 ‘쥐들의 보금자리(Rat’s nest)’라는 뜻으로 로트네스트라 이름 지었다.
섬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마음에 드는 해변에서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기면 된다. 리틀 새먼 베이는 스노클링의 명소이며, 운치 넘치는 배서스트(Bathurst) 등대는 부두에서 걸어서 닿는 거리다. 수영복을 뒷주머니에 꽂고 태양에 몸을 말리며, 자전거로 섬 한 바퀴를 도는 데는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섬 서쪽 끝 ‘웨스트엔드’의 블라밍 전망대는 가장 수려한 풍광을 선사한다. 서호주의 짙푸른 하늘 아래, 인도양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에는 약 10,000마리의 쿼카가 서식하고 있다. ⓒ Shutterstock
노천카페가 줄지어 들어서 있는 카푸치노 거리.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자. ⓒ Shutterstock
요트 위에 걸터앉아 낚시를 즐기는 망중한은 섬의 익숙한 풍경이다. 난파선의 흔적, 작은 갤러리들도 둘러볼 만하다. 최근에는 섬의 둘레길을 트레킹하는 여행자들이 늘어났다.
정겨운 에코투어의 섬에는 반전의 과거가 담겨 있다. 로트네스트에는 예전 원주민들을 가뒀던 감옥이 들어서 있었다. 감옥에 억류된 원주민들이 동원돼 지은 건물은 박물관으로 남아 여운을 더한다. 와제뭅 등대는 1849년 외부 선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졌다. 올리버 힐에는 미로로 조성된 군사 터널과 포대가 남았으며, 원주민 남성들의 묘지는 섬 초입에 고즈넉하게 마련돼 있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 바다 너머에는 낭만의 서호주를 대변하는 휴양도시 프리맨틀(Fremantle)이 있다. 프리맨틀에서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어울린다. 배들이 한가롭게 드나드는 포구, 시청사가 들어선 킹스스퀘어 광장에서 10여 분 거닐면 노천카페가 줄지은 카푸치노 거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골목에서 서호주의 파란 하늘 아래 ‘롱블랙’이나 ‘플랫 화이트’를 음미하며 따사로운 오후를 즐겨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