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사진제공. 소니픽쳐스코리아
드디어 <프로젝트 헤일메리(Project Hail Mary)>(2026)가 개봉됐다. 원작자 앤디 위어(Andy Weir)의 이전 영화 <마션(The Martian)>(2015)의 큰 성공 덕에 많은 팬이 고대하던 기대작이다. <왕과 사는 남자>(2026)보다 훨씬 긴 156분의 러닝 타임을 긴박하고 흥미롭게 풀어간다.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긴 영화다. 원작 소설도 한 달째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분자생물학자인 그레이스 박사(라이언 고슬링 분)는 생명체가 물 기반 외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다 학계에서 왕따를 당하고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맘 편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유럽우주국 소속인 다국적 태스크 포스의 총괄 책임자 에바 스트라트(산드라 휠러 분)에 끌려가 인류의 멸망에 대해 듣게 되고 얼떨결에 인류 생존의 마지막 기회인 다국적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참가하게 된다.
태양은 점점 빛을 잃는데 원인이 괴력의 미생물임을 알게된 대책팀은 은하계에서 12광년 떨어진 ‘타우세티(Tau Ceti)’만이 ‘아스트로파지’라는 이 미생물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것을 찾아낸다. 이에 스트라트는 온갖 방법을 써서 편도 탐험대를 조직해 타우세티로 보낸다.
‘헤일메리’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마지막에 던지는 승부수를 의미한다. 원치 않았지만, 우주선에 태워진 그레이스는 동료 승무원이 모두 사망한 상황에서 깨어나 비몽사몽간에 인류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뜻밖에 같은 이유로 타우세티로 파견된, 역시 홀로 남은 외계 지적생명체와 조우한다. 의외로 케미가 맞은 두 생명체는 각자의 고향별을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펼치는데, 과연 그들은 고향별을 구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 헤일메리 미션 패치 ⓒ PADDY의 X
그레이스는 엄청난 외계 우주선의 크기에 겁먹지만, 오방사대칭의 불가사리 같은 몸체에 피부는 암석재질로 되어 있고 거미처럼 돌아다니는 에리디언 외계생명체는 반갑게 다가선다.
마음을 연 그레이스는 암석질 피부를 보고 ‘록키’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준다. 하지만 둘의 우정만큼 현실의 장벽은 높다. 록키의 거주 환경이 우리에겐 너무 뜨겁고 유독한 암모니아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록키의 고향은 40에리다니(Eridani) 항성계의 첫 행성인 ‘40에리디나Ab(에리드)’이다. 타우세티와는 10~15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40에리다니와 에리드간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의 거리의 1/5이고, 에리드를 지구와 비교하면 하루는 5.1시간, 1년은 42일이, 무게는 8.5배, 지름은 2배, 표면 중력은 2배를 조금 넘는 슈퍼 지구(외계 행성 중 질량이 지구보다 큰 암석 행성)로 설정되어 있다. 자기장은 지구의 최소 25배, 대기 밀도는 29배이고 주성분은 암모니아이다. 우리가 열심히 찾고 있는 인간이 거주 가능한 골디락스 존은 아니다. 작가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환경을 설정해서 이야기의 대비를 만들었다.
외계생명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신체 구조를 규정하는 것으로 중력, 대기의 밀도와 성분, 항성과의 거리 및 광량, 액체의 종류 그리고 행성의 지형과 표면 환경 등을 꼽는다. 단세포가 아닌 다세포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는 몸체를 유지하는 적절한 골격이 중요한데 중력이 클수록 두껍고 단단하며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대기의 밀도는 중력과도 관련되지만 클수록 소리 전달에 유리하여 청각 사용이 유리해지고 부력이 커져 비행도 수월해진다.
항성과의 거리가 멀수록 광량은 줄어들어 가시광선 대신 적외선을 사용할 수도 있다. 지구와 유사한 행성에서는 물이 안정적이어서 용매로 적합하지만, 극저온이나 극고온 환경에서는 해당 환경에서 안정적인 다른 용매가 사용될 것인데 이는 대사 과정에서 다른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다. 행성의 표면이 물로 되어 있다면 불의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도구 제작이 어렵고 생명체가 있더라도 지능형 생물체의 출연은 제한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탄소 기반 생명체인 우리를 기준으로 추정한 내용이다.
에리디언 록키의 해부학적 구조 ⓒ topherstoll의 인스타그램
영화에서 에리디안은 규소(Si) 기반 생명체로 묘사되는데, 에리드의 가혹한 환경은 탄소복합물의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규소 기반 생명체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래전에 대두되었는데, 이는 주기율표상에 탄소와 규소가 같은 족으로, 위아래로 나란히 배치되어 동일한 최외곽 전자수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결합이 가능해져서 외계생명체 형성이 점쳐졌다. 게다가 지구형 행성에는 규소가 아주 많다.
제이미 그린은 <우리를 찾아줘>(위즈덤하우스, 2025)에서 규소는 산소와 결합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규소 기반 생명체는 호흡의 노폐물로 우리와 같은 이산화탄소가 아닌 이산화규소를 배출할 텐데, 이는 우리가 아는 모래와 같다고 한다. 이미 스탠리 G. 웨인바움의 소설 <화성 오디세이>에는 10분마다 벽돌을 하나씩 배설하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록키가 그레이스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구역에서 탈출해 나오는 순간, 록키의 위쪽 방열판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뿜어져 나온다. 체온이 210도인 록키는 피부는 규소이고 뼈는 금속 합금인데 아르테미스의 산소와 접촉하면서 테르밋(Thermite) 반응처럼 산소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에리드의 대기에는 산소가 없고 암모니아가 주성분이어서 안전하다.
외계인을 다루는 책과 영화는 넘쳐나지만, 솔직히 아직 생명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학문적인 합의도 없는 상태이다. 아직 NASA 등에서는 미생물 수준의 외계생명체를 찾는 작업에 머물러 있다. 결국 어떤 것이 외계생명체인지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어느 날 지구에 와서 손을 흔들어도 우리가 못 알아볼 여지도 크다. 그래서 다양한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행성’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외계행성은 1995년에 처음으로 발견됐다. 그래서 아마도 독자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 2026년 5월 현재 8,208개 이상이 등록되어 있다(The Extrasolar Planets Encyclopaedia). 이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가동 때문인데, 최근에는 AI의 활용으로 더 많은 외계행성이 발견될 전망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미생물학, 상대성이론 등 다채로운 과학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다. 아쉽게도 영화라는 형식의 특성상 자세한 내용은 생략되고 말 한두 마디로 쓱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화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원작을 접해야 한다. 원작 소설도 과학책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경직된 자세로 볼 필요는 없다. 무엇이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부합하고 어떤 부분이 설정상 들어간 이야기인지 구별해나가는 과정에서 실력이 쑥쑥 향상될 것이다. 앤디 위어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거대한 우주 속에 존재하는 외계행성.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