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첫 번째로 ‘국내 최초 코발트-57 표지 종양 표적 테라노스틱 방사성 나노캐리어 개발’이라는 우수성과를 달성한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의 박정훈 책임연구원과 이준영 선임연구원을 만나보았습니다.
박정훈 책임연구원 이번 우수성과는 코발트-57을 이용한 방사성 나노캐리어를 개발한 것입니다. 코발트-57은 약 272일이라는 긴 반감기와 명확한 감마선 특성을 가져요. 그래서 몸속 나노입자의 이동과 분포를 장시간 추적하는 데 적합해요. 우리 팀은 항암제가 실린 격자 구조의 이중층수산화물 나노소재에 생체적합 고분자를 결합해 방사화학적으로 안정적인 코발트-57 표지 나노캐리어를 개발했어요. 약물 전달 효율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마련한 것이죠.
이준영 선임연구원 코발트-57은 암 진단과 신약 개발 연구에서 ‘표준 핵종’* 역할을 하는 핵심 방사성동위원소예요. 그동안은 외국회사를 통해 코발트-57을 수입해서 사용했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연구팀이 코발트-57을 독자 기술로 안정적 생산체계를 확립한 것은, 단순히 한가지 핵종을 만들었다는 성과를 넘어 한국이 핵의학과 나노의약 분야의 기초 인프라를 자립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국내 의료·제약 연구 전반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해요.
* 표준 핵종: 국제적으로 합의된 값으로 측정된 핵종으로, 정확한 계측과 비교를 위한 기준이 됨
박정훈 책임연구원 나노의약품은 약물을 표적 주위에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체내 분포가 균일하지 않거나 대사과정을 예측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는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해요. 즉, 실험실에서 우수한 효능을 보이더라도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는 효율과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숙제죠. 저희가 개발한 코발트-57 기반 나노캐리어는 이러한 문제를 정량적으로 추적하고 이해하기 위한 검증 플랫폼의 역할을 해요. 코발트-57의 긴 반감기와 안정적인 감마선 특성을 이용하면, 나노입자가 시간에 따라 체내 어디에 얼마나 축적되고 배출되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죠. 이 결과는 향후 치료용 핵종으로 확장할 때 안전성과 효율성을 예측·개선하는 기반 자료가 될 수 있어요.
이준영 선임연구원 코발트-57은 단순히 사이클로트론을 가동해 얻을 수 있는 핵종이 아니에요. 표적 재료인 니켈(Ni-58)을 고순도로 준비하고, 양성자 빔의 에너지를 미세하게 제어해 불필요한 핵종이 함께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죠. 이 과정이 아주 정밀하고 까다로워요. 여러 번의 반복 실험 끝에 에너지 손실 계산, 표적 두께 조절, 냉각 효율 개선 등을 통해 국내 최초로 고순도 코발트-57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어요. 그 뒤 이 핵종을 이용해 나노캐리어에 표지**하고 체내 분포를 추적했을 때, 처음 예상했던 대로 안정적인 결과가 나왔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제 우리 기술로도 세계 수준의 핵종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계기였죠.
박정훈 책임연구원 코발트-57 개발을 위한 국가연구과제를 몇 년간 기획하면서 우리 연구실의 기술을 기반으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코발트-57을 이용할 수 있는 국내 나노연구진을 발굴했고,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틀이 잡힌 연구체계를 만들어 나갔죠. 코발트-57 생산에 최초 성공을 하고 나노입자에 도입해 새로운 방사성 나노캐리어를 개발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연구성과가 방사성동위원소 국제저널에 게재되면서 외국에 있는 연구기관과 산업체에서 공급에 대한 문의 메일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국제적인 수요를 실감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 표지: 어떤 물질에 추적할 수 있도록 표식을 달아 두는 일
이준영 선임연구원 코발트-57 연구는 방사선 취급과 정밀 실험이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루의 실험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 많아요. 실험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결과가 지연될 때마다, 함께 연구하는 동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거나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격려했던 순간들이 큰 힘이 됐어요. 특히 실험 중에도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작은 성공에도 함께 기뻐해 주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긴 연구 과정에서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죠. 결국 이런 일상의 소소한 응원과 팀워크가 연구를 이어가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박정훈 책임연구원 원자력연구원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요. 국제적으로 볼 땐, 대한민국 원자력 국가대표죠. 우리 연구실이 개발하는 방사성동위원소가 우리나라 산학연에 공급되어 과학적 위상이 세계적으로 뻗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해요. 이 생각이 연구하면서 난관에 막혀도 추진할 힘이 된 것 같아요.
박정훈 책임연구원 앞으로도 의료와 산업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신규 방사성동위원소의 개발과 응용연구에 주력할 계획이에요.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방사성동위원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핵종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원에서는 국산 생산기술 확립과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특히, 의학 진단과 치료용 핵종뿐 아니라 산업용 핵종의 활용 확대를 함께 추진할 예정이에요. 한국이 주요 핵종을 자급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동위원소 활용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연구실의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이준영 선임연구원 ‘작은 데이터 하나도 헛되지 않게’입니다. 방사성동위원소 연구는 한 번의 실험이 오래 걸리고, 결과가 미세한 차이로 달라지는 섬세한 분야예요. 그래서 실험이 잘 안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와 경험을 끝까지 기록하고 분석하려고 합니다.
박정훈 책임연구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고사성어를 좋아해요. 변화와 발전을 위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융합하려 노력 중이죠. 팀을 이끄는 실장으로서 위아래, 좌우를 살펴 연구원 간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연구 먹거리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