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 칼럼

매일경제 이새봄 기자

AI, ‘생각’을 잠재우는가
‘잠재력’을 깨우는가

“지금의 3040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우리는 ‘챗GPT’가 나오기 전에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는가!”

얼마 전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생성형 AI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 대학을 졸업한 3040세대를 지금의 대학생들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터다.

2022년 말에 등장한 생성형 AI는 이미 사회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연구 현장에서도 생성형 AI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 복잡한 코드를 순식간에 짜고, 방대한 선행 연구 자료를 몇 초 만에 요약한다. 심지어 실험 데이터의 초기 분석까지 거든다. 이 압도적인 효율성은 분명 연구자들에게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이 도구가 우리의 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질문이 제기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최근 이 ‘AI 패러독스’를 정면으로 분석했다. 기사의 핵심은 대학가를 덮친 AI 열풍이 학생들의 사고력을 얼마나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근거는 MIT 미디어랩의 뇌파(EEG) 분석 실험이다. 연구팀이 AI의 도움을 받아 에세이를 쓴 학생들의 뇌를 관찰했더니 ‘뇌 연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른바 ‘뇌의 개점휴업’ 상태가 나타났다. 뇌의 여러 영역이 정보를 교환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 사실상 멈춘 것이다. 심지어 이 학생들은 AI가 써준 글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조차 못 했다.

이는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구현장에서도 데이터 해석의 핵심 과정을 AI에게만 맡기고 이 결과를 비판 없이 수용할 때 ‘인지적 외주화(Cognitive Offloading)’가 발생한다. AI가 제시한 매끄러운 답안 뒤에서 정작 연구자의 뇌는 작동을 멈춘다. 중국 칭화대의 연구에서 AI 튜터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이 단기시험 성적은 높았지만 2~3주 뒤 장기 기억력 테스트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해했다’는 거짓 감각에 빠진 탓이다.

하지만 하버드대의 또 다른 실험은 정반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들이 개발한 ‘AI 물리 튜터’는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다른 개념을 적용할 순 없는가?’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학생의 뇌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적극적 학습’을 유도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 AI에게 배운 학생들은 인간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보다 성적이 더 높았다.

두 사례의 차이는 명확하다. AI를 ‘답을 주는 기계’로 쓰느냐, ‘질문을 던지는 파트너’로 쓰느냐의 차이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학습 효과가 가장 좋은 최적의 난이도, 이른바 ‘스위트 스팟’이 있다고 밝혔다. ‘85 %의 규칙’이다. 너무 쉬운 100점짜리 과제나 너무 어려운 50점짜리 과제보다, 15 %쯤 틀릴 만한 ‘적당히 어려운’ 85점 수준의 과제를 풀 때 뇌가 가장 빠르고 깊게 학습한다는 것이다.

AI 논쟁도 결국 이 지점으로 귀결된다. 하버드대의 AI 튜터가 성공한 이유는 학생이 느껴야 할 지적 도전을 빼앗지 않고 오히려 북돋웠기 때문이다. AI가 벌어준 시간을 ‘새로운 지적 도전’에 쓰지 않는다면, 우리의 뇌 역시 MIT 학생들의 뇌처럼 개점휴업 상태에 머무를지 모른다. AI는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위기가 되기도, 기회가 되기도 하는 이중적인 도구이다. AI에게 지시만 내리고 그 답을 취하는 단순 사용자로 남을 것인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더 높은 차원의 질문을 던지는 지적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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