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지막으로 ‘고온 안정형 배리어 제조 기술 개발을 통한 차세대 핵연료 피복관의 난제 해결’이라는 우수성과를 달성한 선진핵연료기술개발부의 김준환 책임연구원과 오정목 선임연구원을 만나봤습니다.
김준환 책임연구원 안녕하세요? 선진핵연료기술개발부장을 맡고 있는 김준환입니다. 2003년 입소해 경수로용 피복관 개발을 거쳐 2008년부터 고속로용 피복관 개발을 맡았고, 2023년부터 고속로와 고온가스로 핵연료 연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오정목 선임연구원 안녕하세요. 선진핵연료기술개발부 오정목입니다. 금속공학 전공자로서 차세대 원자로용 금속 노심 재료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우수성과 연구 과정에서는 전기도금 공정설계, 배리어 성능 평가 및 재료공학적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오정목 선임연구원 기존 피복관은 고온의 운전 환경에서 핵연료 속 물질이 서서히 피복관 안으로 스며들면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런 반응이 계속되면 피복관이 약해지고 결국에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위험이 커져요. 특히 차세대 원자로처럼 오랫동안 높은 온도에서 운전되는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원자로 안전성 자체를 크게 위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 우리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복관 안쪽에 고온에서도 버틸 수 있는 ‘크롬 배리어’를 매우 균일하게 입히는 신기술을 개발했어요. 새로운 전기도금 공정 방식을 활용해, 기존 방법에서 흔히 발생하던 미세한 균열 없이 견고하고 안정성이 높은 코팅층을 만드는 데 성공했죠. 덕분에 핵연료와 피복관 사이의 화학 반응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됐고, 차세대 원자로의 장기 운전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김준환 책임연구원 2010년 무렵에 처음으로 피복관 안쪽에 크롬을 코팅했는데요.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잘 될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처음 만든 코팅된 피복관을 반으로 갈랐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코팅이 눈으로도 뚜렷하게 잘 나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에 연구를 지속하는 것에 확신을 갖게 됐어요. 처음 만든 그 피복관은 기념으로 연구실 전시실에 잘 전시하고 있어요.
오정목 선임연구원 처음으로 미세균열이 없는 코팅층을 확인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저희 분야에서 미세균열이라 함은 일반인의 체감을 넘어설 만큼 미세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으로는 확인하기 어렵고 고정밀의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해야 해요. 이 과정은 마치 복권을 구매해 긁어서 그 결과를 확인하는 짜릿함이 있는데요. 수십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미세균열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코팅층을 모든 연구팀원이 확인했을 때 환호했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요.
김준환 책임연구원 현재 달성한 배리어 피복관의 길이는 실규모 피복관 길이에 미치지 못해요. 특정 길이에 대한 기술을 완성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상용 원자로에 적용 가능한 실규모 피복관에 대한 확장성 검증이 필요하죠. 또한, 장기 운전 환경에서의 신뢰성 검증과 경제성 향상을 위한 대량 생산 공정 최적화도 중요한 과제예요.
오정목 선임연구원 앞으로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SFR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실규모 배리어 피복관 제조 공정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어요. 또한 원자력 분야를 넘어 고온 내구성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 분야로도 기술을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에요. 끊임없이 기술을 현실화하고, 국민께 신뢰받는 원자력 기술 개발에 앞장서겠습니다.
김준환 책임연구원 평소 건강을 지키고 유류비를 아낄 목적으로 왕복 20 km 출퇴근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중이에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자동차로 그냥 지나치는 길도 매일매일 새롭게 다가오죠. 이때 하루 일을 계획하고 정리해요. 그리고 최근에는 음악에 취미를 가진 막내아들을 위해서 옛날 LP판을 모으고 있어요. 아들 세대가 좋아할 만한 옛날 노래를 선곡하고 추천하는 것도 두뇌를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오정목 선임연구원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을 출근길에 항상 들어요. 업무 특성상 이성적 사고는 크게 활용되는 반면, 감성적으로는 자극이 부족하거든요. 짧은 출근길에서라도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면 하루 종일 이어질 분석과 설계, 실험 과정에서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유지하게 해줘요. 그 덕분인지, 복잡한 난제를 마주할 때 이성적으로 매몰되지 않고 좀 더 창의적인 범주에서 고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준환 책임연구원 20여 년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진 생활신조가 있는데요. 바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예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본인이 적극적으로 임하면 주변에서 도와주고 결국 자연스럽게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확신해요.
오정목 선임연구원 학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제 좌우명은 쭉 ‘Success consists of going from failure to failure without loss of enthusiasm(성공은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에 달려 있다)’였어요. 연구에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끊임없는 실험과 검증이 필요해요. 실패하더라도 열정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는 끈기가 창의력을 완성한다고 믿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