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글 편집실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윤구
‘잎사귀 스치는 소리와 매미, 벌레, 새소리가 한데 섞여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린다.
풀과 잎사귀 냄새를 머금은 약한 바람.
올려다보니 주변보다 훨씬 밝은 파란 하늘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여름을 글로 흠뻑 느끼게 만드는 책,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일부에요.
어느새 봄을 지나 여름의 도입에 오게 된 6월.
파동이는 푸르름을 만끽하기 위해 옥천을 찾았어요.
벚꽃이 지고, 나뭇잎이 점차 초록으로 짙어지는 창밖의 풍경을 보다가 파동이는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향한 곳은 바로 옥천에 있는 수생식물학습원! 대청호를 끼고 달리다가, 구불구불하고 좁은 산길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다 온 것이 맞나?’ 생각이 들 때가 오는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가 거의 다 온 거예요! 파동이는 이내 넓게 펼쳐진 주차장을 마주했어요. 한쪽에 주차를 마치고,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뒤 입장했죠. 아! 표는 미리 예매한 후, 매표소에서 발급받아야 한답니다. 인기가 많아 금방 매진되니 얼른 예매할 것을 추천해요.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고, 하루 입장객은 최대 24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일요일을 제외한 월~토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할 수 있어요. 입장료는 성인 8,000원, 청소년 5,000원인데요. 옥천시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면 1,5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답니다.
수생식물학습원은 특이한 입구를 자랑해요. 좁은 문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거든요. 허리를 숙여서 들어가야 하죠. 자연 앞에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라는 뜻이 담겨있어요. 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면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 펼쳐져요. 풀냄새와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이 기분 좋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왼쪽) 눈길이 닿는 곳마다 푸르름이 가득한 수생식물학습원!
(오른쪽) 수생식물학습원의 입구, 좁은 문은 자연 앞에서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해줘요.
2009년도에 개관한 수생식물학습원은 별명이 있어요. 바로 ‘천상(川上)의 정원’이죠. 물 위에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은 원래 포도밭이었다고 해요. 농촌의 자연환경과 농업환경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경관농업에 관심이 있었던 주서택 원장은 뜻이 맞는 다섯 가구와 함께 이 부지를 구입했어요. 그리고 이곳에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집을 지어 정원을 만들었죠.
주서택 원장은 이 부지가 대청호를 끼고 있기에 수생식물을 심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열대지방의 수생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했죠. 현재 수생식물학습원의 모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랍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식물을 체험할 수 있어 충청북도 교육청 지정 자연과학 학습장으로 개관했어요.
잘 닦여진 산책로를 따라 걸어봤어요. 곳곳에 팻말들이 인상 깊었죠.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천천히 더 천천히’. 안내문에 따라 걷는 속도를 늦추며 자연을 마음껏 감상했어요. 정원 내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도 산책을 더 분위기 있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왼쪽) 대청호를 옆에 끼고 거닐다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답니다.
(오른쪽) 수많은 식물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세요!
오르락내리락, 조성된 산책로들을 따라 걷다 보면 검은색 암석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 암석은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땅을 일굴 때 발견한 ‘흑색 황길리층 변성 퇴적암’이에요. 정원 일대가 아주 오래전에는 바다였음을 알려주는 지질 자산이죠. 이 자산을 그대로 살려서 정원 일대의 건물들도 검은 벽돌을 사용해 짓게 됐는데요. 자연경관을 망치지 않기 위한 섬세한 계획이었죠. 총 5개의 서양식 건물이 정원 곳곳에 있는데요. 검은빛으로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더라고요.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은 필수!
천천히 정원을 둘러본 뒤, 정원 내에 있는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대청호를 멍하니 감상했어요. 햇빛에 반짝이는 잔잔한 호수와 푸르름 가득한 산들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마음에 이유 없는 조급함이 밀려오거나, 느긋한 휴일을 보내고 싶은 분들은 옥천 수생식물학습원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간이 멈춘 듯한 여유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곳곳에 있는 서양식 건물은 수생식물학습원만의 포토존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