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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한국 원자력 기술

한국 원자력의 새 역사, 원자력 종주국 미국에 연구로 설계 수출 쾌거

원자력연 컨소시엄이 美 미주리대 차세대연구로 초기설계 계약에 서명했다.

4월 17일, 한국원자력연구원·현대엔지니어링· MPR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학교 「차세대연구로 사업(NextGen MURR**프로젝트)」의 첫 단계인 초기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1959년 미국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 1호기(TRIGA Mark-II)를 도입하면서 시작된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66년 만에 종주국인 미국에 역수출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확인해 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본 사업은 미주리대의 20 MWth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 건설을 위한 설계 사업으로, 임인철 부원장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해 지난 7월 최종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사업의 첫 단계로 4월 17일(한국시간 기준) 초기설계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 현대엔지니어링(주)(대표이사 주우정), 미국 MPR(대표이사 Dennis Klein)
** NextGen MURR: Next Generation Missouri University Research Reactor
*** (Design Study Package) 연구로의 개념/상세설계에 앞서 건설부지 조건, 환경영향평가 등을 비롯한 설계에 필요한 사전단계의 정보를 분석

미주리대 차세대연구로 프로젝트, 그 힘겨운 여정

“처음 사업 공고가 나왔을 때, 응찰 추진이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로 건설사업부터 기장 연구로 사업, 요르단 연구로 건설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고려할 때 비록 우리가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응찰해야 한다는 것이 30년 이상을 연구로 실무를 수행한 제 생각이었습니다.” 임인철 부원장은 수주 과정의 어려움을 이렇게 회상했다.

원자력연 컨소시엄이 美 미주리대 현지를 방문했다.

임 부원장의 강한 의지에 전현직 연구원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TF가 구성됐고, 연구로 분야에 우리와 MOU를 맺고 있던 현대엔지니어링과 미국의 USNC사가 합류해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그렇게 모인 TF는 긴 여정을 거쳤다. 2023년 4월 사업 공고 이후, 2023년 6월 RFQ(사전자격심사) 문서 제출, 8월 사전자격심사 통과, 2024년 1월 사업 제안서 제출, 2024년 5월 Semi-finalist(최종 후보 2개 응찰사) 선정, 2024년 7월 최종협상대상자 선정, 그리고 마침내 2025년 4월 계약 체결에 이른 것이다.

당연히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Semi-finalist는 당초 공고된 일정에 없던 것으로, 최종 두 개 응찰사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격협상을 앞두고 다른 난관도 있었다. 미국 파트너인 USNC사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다행히 미국 MPR사가 USNC사의 역할을 대신해 위기를 넘겼다.

최종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진행된 협상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미주리대가 설치 대상 시설과 상세설계 요건을 확정하지 않은 것이 양측 모두에게 문제였다. 협상 끝에 ‘초기 설계’에 대한 계약을 1차로 맺어 사업을 시작하고, 바로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내용으로 하는 2차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현지 시각 4월 16일 미국에서 계약식을 치렀다. 사업 공고부터 2년 만의 일이었다.

종합적 역량의 결합, 성공의 핵심 요인

이번 사업 수주 성공의 핵심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역량의 결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우리 연구원은 하나로(HANARO, 30 MWth) 자력 설계·건조·운영(’95년 완료) 및 수출용 신형 연구로(15 MWth) 설계·건설(’22년~) 등을 통해 높은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했다. 원자력 사업 경험이 많은 파트너를 선택한 것도 주효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관리 역량, 미국 MPR의 인허가 역량이 결합해 컨소시엄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 연구원이 개발한 세계 유일의 ‘저농축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기술과 이를 활용한 노심 설계 역량이다. 우리 핵연료 기술이 특히 뛰어난 점은 우라늄 밀도가 기존보다 높아 연구로 성능을 높일 수 있으면서도, 농축도가 낮아 핵확산 저항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 사업 수주의 핵심적인 기술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요르단 연구로 사업 등 과거 해외 연구로 사업의 성공적 수행 경험도 응찰 준비와 수주에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우리 연구원은 그간 ①요르단 연구로(5 MWth) 설계 및 건설(’10년), ②말레이시아 연구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12년), ③네덜란드 델프트 연구로 냉중성자원 제작 및 설치 사업(OYSTER 사업, ’14년) ④방글라데시 연구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21년) 등 꾸준한 수출 성과를 도출해 온 바 있다.

한국이 최초로 자력 설계·건조·운영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

원자력 수출 강국으로의 새로운 도약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5월에는 미국 현지에서 착수회의를 진행하고, 6월에는 미주리대 관계자들이 연구원을 방문해 연구로 관련 시설을 둘러볼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도 지원을 강화한다. 연구로 해외진출 강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 세계 54개국에서 운영 중인 227기의 연구로 중 70 % 이상이 노후화돼 향후 20년간 약 50기 정도의 대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구로 수출 전략성 강화, ▲민관협력형 수출기반 조성 및 기술 고도화, ▲국제협력을 통한 수출 기회 확대 등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한·미 차세대 원자력 기술 공동연구도 본격 착수

원자력연구원은 미국 ANL과 함께 SFR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원은 미주리대 연구로 설계 수출과 더불어, 미래 원자력 기술 경쟁력 확보와 한-미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소듐냉각고속로(SFR) 선진 모델링·시뮬레이션 및 검증 분야 핵심기술개발’ 공동연구 사업도 4월 24일 착수했다.

이 공동연구는 원자력연구원과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ANL)가 공동 수행하며, 양국의 기술적 강점을 결합한 상호 보완적 연구가 핵심이다. 우리 연구원은 SFR 원자로 내부 현상을 정밀하게 분석·검증할 수 있는 실험 인프라(STELLA)를 보유하고 있어 상세한 열유동 데이터를 제공하고,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 모델링·시뮬레이션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한규 원장도 “국민의 지지를 받아 이룬 원자력 연구결과를 실물화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하며, “세계적으로 다양한 차세대 원자력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은 STELLA로 확보한 SFR 내부의 열유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과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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