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 과학읽기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기자
문화체육부장

널뛰기하는 날씨, 이젠 일상 된다

지난 4월 한반도의 날씨는 그야말로 드라마틱 했다.
봄꽃이 만개한 가운데 눈이 내리는가 하면,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찾아왔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4월 기후 특성’에 따르면 올해 4월 전국 평균 기온은 13.1도로 평년 12.1도보다 높았지만, 역대 가장 더운 4월이었던 지난해(14.9도)보다는 낮았다. 그러나, 중순에 추위와 더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단기간에 급격한 기온 변동을 보였다. 서울을 기준으로 일평균 기온을 살펴보면 4월 11일은 16.2도였다가 사흘 뒤인 14일에는 4.4도까지 급락했다가, 17일에는 19.7도까지 널뛰기를 했다.

사실 봄은 겨울과 여름의 계절적 특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계절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번 봄은 이례적인 이상 한파와 이상 고온이 번갈아 발생하면서 한겨울과 한여름의 모습이 일주일 동안 반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기상청은 이런 들쭉날쭉 날씨에 대해 ‘찬 대륙고기압의 강도가 평년보다 약하고, 한반도 주변 기압계 흐름이 원활해, 북대서양에서 기인한 중위도 대기 파동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추위와 더위가 연이어 발생하는 급격한 기온 변동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13일 오후 충북 제천에서 만개한 벚꽃 위로 폭설이 내려 이색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다른 측면을 본다면 북극 기온이 전 지구 평균보다 2~4배 빠르게 상승하는 북극 온난화 때문이다. 북극 온난화로 북극 찬 공기와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를 나누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울퉁불퉁해진다. 이때 찬 공기 덩어리가 한반도 북쪽에 위치하면서 북극 한기를 한반도로 불어넣어 4월에 눈과 한파를 불러온 것이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널뛰기하는 날씨를 기상학적으로 ‘기온 뒤집기’(Temperature Flips) 현상이라고 한다. 급격한 기온 뒤집기는 따뜻한 상태에서 추운 상태로, 또는 그 반대로 갑자기 기온이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극단적 기온 뒤집기가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 중산대학교, 베이징 대기 물리학 연구소, 홍콩 과학기술대학교, 광동 기술대학교, 푸단대학교, 홍콩 중문대학교, 칭화대학교, 지리과학·천연자원 연구소, 중국 과학원대학교, 난징 지리 정보 응용개발 혁신 연구센터,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유타주립대학교,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100년경이 되면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기온 뒤집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4월 23일 자)에 실렸다.

급격한 기온 뒤집기 현상은 어떤 방향으로 일어나든 생태계가 적응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회적·자연적 생태 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인간과 동물의 건강, 인프라, 식생과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강추위에 관한 연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상 고온, 이상 저 온의 두 극단 사이의 급격한 변화가 단시간에 나타날 때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관해서는 거의 연구된 바 없다.

이에 연구팀은 1961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에서 5일 이내에 평균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급격하게 변한 사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런 관측 데이터로 기온 뒤집기의 빈도, 강도, 전환 시기 등 장기적 추세를 추정하고,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반영한 기후모델을 바탕으로 21세기 말까지 기온 뒤집기의 변화를 예측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 해에도 여러 번 급격한 기온 뒤집기 현상은 일어난다.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기온 뒤집기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될 우려가 크다.
중국 중산대 제공

연구팀은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와 소득 수준에 따라 기온 뒤집기 현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했다.
기온 뒤집기 현상의 피해는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더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중산대 제공

그 결과, 분석 대상이 된 전 세계 지역의 60 % 이상에서 1961년 이후 기온 뒤집기의 빈도와 강도는 증가하고, 전환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미, 서유럽,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 기온 뒤집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고온에서 저온으로 기온 뒤집기는 습하고 흐린 날씨 뒤에, 저온에서 고온으로 기온 반전은 건조하고 맑은 날씨 뒤에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현재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 5.0-8.5 또는 SSP 3.0 -7.0)에서는 2071년부터 2100년까지 기온 뒤집기 강도가 1961~1990년에 비해 7.16~7.32 % 강해지고, 발생 빈도는 6.73~8.03 % 증가하고, 기온 뒤집기 전환 시간은 2.47~3.24 % 짧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겨울 외투를 입어야 하는 날씨였다가 2~3일 뒤에는 푹푹 찌는 여름 날씨로 바뀌는 것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기온 뒤집기 현상이 나타나고, 특히 저소득 국가는 전 세계 평균보다 4.08~6.49배 더 큰 기온 뒤집기 현상을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됐다. 그렇지만, 지금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중저배출 시나리오(SSP 2-4.45 및 SSP 1-2.6)에서는 기온 뒤집기 현상이 더 늘어나지 않고, 제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기온 뒤집기 현상의 유일한 해법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뿐”이라며 “이와 함께 인구가 많은 저소득 국가와 개발도상국은 기온 뒤집기 현상의 적응 전략과 대책을 하루빨리 준비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자주 들려 지겹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한 재앙은 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보면 심각할 정도로 경각심을 가져도 모자라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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