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글
성은현 교수
세계 여러 나라 학생과 비교해 볼 때 한국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 수준은 상위권일까?’라는 질문에 ‘그렇게 높지 않을 거예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OECD가 2022년 발표한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의 혁신영역(창의적 사고력)’ 결과를 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28개국 중 1~3등이다.
전체 PISA에 참여한 64개국 중에는 2~4등이다(서울신문, 2024.06.18.).
PISA는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영역에서의 학업 성취도를 3년 주기로 평가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영역에서 학업 성취도는 늘 상위권에 속해 미국의 전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 교육을 극찬했다. 그런데 PISA는 학업성취도만 측정하지 않고 학습과 관련된 심리, 학교 환경 등 다양한 관련 변인을 측정한다. 또한 2003년부터 혁신영역을 도입해 문제해결력, 협업적 문제해결력, 글로벌 역량, 창의적 사고력 등 화제가 되는 역량을 측정한다. 2022년 PISA의 혁신영역으로 채택된 것이 창의적 사고력이고 여기서 한국은 놀랍도록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2022 PISA에서 사용한 창의적 사고력 문제는 Little C 창의성 개념을 사용했다. Little C 창의성 개념은 J. C. Kaufman이 발표한 것으로 Big C, Pro C와 구별된다. Big C는 피카소나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셰익스피어 등과 같이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유용한 산물을 만들고 이것이 세대를 거쳐 전 세계에 울림을 주는 창의력이다. Pro C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새롭고 유용한 산출물을 만들고, 이 산출물이 해당 분야에서 이롭게 사용되는 전문적 창의력이다. 이에 비해 Little C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주변 사람을 소소하지만 재미있고 유익하게 만드는 것이다. PISA에서는 이런 Little C와 관련된 문제를 제시해 아이디어의 다양성, 독창성, 평가와 개선 정도를 측정한다.
한국 학생은 창의적 사고력은 높았는데 창의적 사고력 자아효능감은 OECD 평균보다 낮았다. 창의적 사고력 자아효능감은 ‘창의적 사고를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이다. OECD에서 사용한 창의적 사고력 자아효능감 문항은 학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창의성을 발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에 자신감을 느끼는지를 측정한다. 자아효능감은 행복감, 도전정신, 삶의 만족도와도 연관돼 있으니 자신에 대한 믿음을 높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아무런 풍파도 겪지 않고 곱게 자란 화초는 가질 수 없다. 스스로 비바람을 견뎌내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야 자신감이 생긴다.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더한 어려움도 겪어냈는데 이 정도는 해결해 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이전 경험을 기초로 다양한 방법의 융합적인 사고를 통해 어떻게든 새롭고 유용한 해결책을 찾아낸다. 이들은 경험에 개방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천해 보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하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끈기 있게 완성하려는 특성을 가진다. 그런데 이렇게 도전정신과 끈기를 갖고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사람도 모든 분야에 대해 끈기와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인내와 끈기를 갖고 노력하며 도전정신을 갖게 되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이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타고난다. 그것이 꼭 공부일 필요는 없으며, 운동, 예술, 수학, 대인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잠재된 역량을 지닌다. 가정과 학교, 사회는 이 잠재력이 잘 발달되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한다고 모든 아이가 Big C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Pro C나 Little C의 창의성을 발휘하며 일반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C의 공통점은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주변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며 사회의 소중한 존재가 되고 행복감과 감사함을 경험하며 산다는 것이다. 훗날, 아이가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고 자신감 있으며, 행복한 창의적인 어른으로 성장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자 이제 우리가 아이를 키우며 기억할 것은 한가지이다. ‘아이 인생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있어요.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잘할 수 있게 해주세요.’
성은현 교수
호서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전 한국창의력 교육학회 회장, 전 한국영재교육학회 회장, 전 한국발달심리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