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글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일본 오사카는 최근 엑스포로 분주하다.
5년마다 열리는 ‘등록 엑스포’가 오사카의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4월에 막을 올려 10월까지 개최 중이다.
이번 엑스포의 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으로
우주, 생명, 미래가 녹아든 과학기술과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바다를 접한 엑스포 현장에 들어서면 약 2 km 둘레의 새 둥지를 닮은 목조 건축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그랜드 링’으로 불리는 건축물은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이 안에 세계 각국의 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첨단과 미래를 함축한 엑스포의 대표 구조물을 목조로 장식한 것은 이채로운 대목이다. 그랜드 링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고, 링 위를 산책하거나 엑스포장 전체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행사장인 ‘그랜드링’ ⓒShutterstock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는 158개 국가와 지역이 참여했다. 오사카에서 엑스포가 열린 것은 1970년 이후 55년 만의 일이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선 공식 캐릭터 ‘먀쿠먀쿠’는 이번 엑스포의 의미를 외모로 대변한다. 독특하고 기이한 모습의 먀쿠먀쿠는 세포와 물이 융합해 태어난 미지의 생명체를 형상화했다. 캐릭터 옆에는 대형 로봇 건담이 세워져 있고, 일본의 대표 만화 캐릭터인 아톰 또한 추억을 소환한다.
새로운 볼거리들은 엑스포 나들이를 즐겁게 한다. 15분 만에 사람 몸을 씻기고 말려주는 인간 세탁기,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네발 로봇, 드론 기술을 응용한 하늘을 나는 차 등이 엑스포의 부스를 알차게 채우고 있다.
엑스포 공식 캐릭터 ‘먀쿠먀쿠’ ⓒShutterstock
오사카 엑스포에서는 우주 과학기술의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강대국들이 우주 개발 패권의 업적을 과시하는 데 엑스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1972년 유인 달 탐사선인 아폴로 17호가 달에서 가져온 ‘월석’을 전시 중이다. 아울러 달 개척을 위해 추진 중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우주발사시스템 로켓 모형을 선보였다.
(왼쪽) 바다와 태양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스페인관의 파빌리온 ⓒShutterstock
(오른쪽) 대자연을 초대형 스크린으로 체험할 수 있는 호주관 ⓒShutterstock
미국에 대해 도발하듯, 중국은 창어 6호가 지난해 달에서 채취한 토양을 일반에 공개했다. 달 뒷면에서 토양 표본을 채취한 것은 중국이 미국보다 한발 빨랐다. 이 토양은 달의 생성 역사를 증명하는 귀중한 단초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최국인 일본은 남극 기지에서 발견된 화성 운석을 최초로 일반에 소개하며 어깨를 겨뤘다. 길이 29 cm, 무게 23.7 kg의 화성 운석은 일본관의 핵심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화성이 우주 천체와 충돌하며 방출된 운석은 수만 년 전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운석 광물은 화성에도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가 되고 있다.
이밖에 대형 미디어 파사드로 외벽을 꾸민 한국관은 인간의 감정과 K팝이 연계된 입체 영상물을 선보이고 있다. 기체가 결합해 물풍선이 만들어지는 과학 전시물 또한 볼거리다.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할 건담 조형물 ⓒShutterstock
오사카 엑스포 현장은 쓰레기 매립지 섬을 일궈 새롭게 변신했으며, 전통과 미래가 결합한 건축물들을 감상하는 묘미가 색다르다. 20 m 높이의 그랜드 링은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가 설계했으며 일본산 삼나무, 편백나무가 목조 건축물에 동원됐다. 구형 특수 재활용 소재로 건립된 스위스관은 마누엘 헤르츠 아키텍츠의 작품이며, 북유럽관은 전통 헛간을 본떠 나무로 건축됐다. 재활용된 밧줄과 그물을 활용해 바다를 형상화한 쿠마 켄고의 포르투갈관 또한 독특하다.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건축물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Shutterstock
엑스포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달리면 오사카의 도심과 연결된다. 이방인들이 집결하는 곳은 맛의 별천지인 도톤보리다. 도톤보리에는 작은 하천을 사이에 두고 온갖 식당과 숍이 집결해 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독특한 간판들만 구경해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도심에서 그윽한 산책을 즐기려면 문화의 향취가 가득한 나카노시마를 추천한다. 도지마 강변으로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미술관, 수상 공원이 늘어서 있으며 꽃들이 흐드러진다. 미나미센바, 호리에의 골목에서 만나는 오사카의 개성 넘치는 카페들은 달콤한 휴식을 선사한다.
눈과 입이 즐거운 도톤보리를 즐겨보자.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