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02 Vol. 303

소통·협력·공감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KAERI 인(人)사이드 ③

선진처분기술개발부

조동건 책임연구원, 김광일 선임연구원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 면적 저감을 위한 한국형 고효율 처분시스템 개발’이라는 우수성과를 달성한 선진처분기술개발부의 조동건 책임연구원과 김광일 선임연구원을 만나보았습니다.

Q. 우수성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조동건 책임연구원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영구 처분하기 위해 ‘한국형 고효율 처분시스템 개념설계안’을 개발했어요. 가장 큰 특징은 처분장을 복층, 즉 2층 구조로 설계해 기존보다 필요한 면적을 1/5 수준으로 줄였다는 점이에요. 핵연료에서 나오는 열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처분장의 온도 견딤 능력을 높인 덕분에, 좁은 국토에서도 현실적인 처분이 가능해진 것이죠. 이 성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되며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았어요. 또한 처분 면적 축소를 통해 약 32조 원으로 추산되던 처분 비용의 40 % 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시설을 더 작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어 국민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Q. 해당 기술은 기존 처분시스템과 어떤 차이가 있기에 면적의 축소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김광일 선임연구원단순히 면적만 줄인 것이 아니라,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적인 ‘공간 압축 기술’을 적용했어요. 먼저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열을 정밀하게 분석해, 열이 많이 나는 연료와 적게 나는 연료를 적절히 섞어 배치함으로써 처분 용기 하나에 담을 수 있는 양을 기존 4다발에서 7다발로 늘렸어요. 또 실험을 통해 완충재가 견딜 수 있는 온도 기준을 100 ℃에서 130 ℃까지 과학적으로 확인하면서, 용기 사이 간격을 줄여 더 촘촘한 배치를 가능하게 만들었죠. 여기에 기존의 단층 방식 대신 복층, 즉 2층 처분 구조를 도입해 지하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했고, 그 결과 전체 처분장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어요.

Q. 이번 우수성과 연구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나눠주세요.

김광일 선임연구원작은 실수로 인해 며칠 동안 해석을 돌린 결과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럴 때마다 허탈감도 들고, 더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어요. 그럴 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원내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마시면서 기분 전환을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던 기억이 있어요.

조동건 책임연구원급한 성격 탓에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가 참 많아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참지 못하고 곧장 동료에게 달려가 제안하고, 다음 날 ‘어제 말씀드린 거 결과 나왔나요?’라고 묻는 식이었죠. 당황한 동료 박사님이 ‘박사님, 연구 결과가 무슨 닭이 알 낳듯이 뚝뚝 나오는 게 아니라고요!’라며 손사래를 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그 기다림의 시간이 모여 세계가 인정한 1/5 면적 저감 기술이 탄생했습니다. 저의 조급함을 묵묵히 견디며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준 팀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하귤나무가 가득한 포토존

노리매 곳곳의 포토존

Q. 박사님께서는 집 안에서 기분을 전환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김광일 선임연구원기분 전환을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하진 않는데, 육아 퇴근이 빠른 날에는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조동건 책임연구원주로 유튜브로 시사·과학 상식을 섭렵하는 것이 기분 전환의 방식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죠. 하지만 이 즐거움을 방해하는 유일한 적은 바로 쌓여있는 집안일이에요. 아내의 잔소리가 들려오기 전, 혹은 들리자마자 바로 납작 엎드리는 것이 저만의 노하우인데요. 설거지, 빨래, 청소를 일사천리로 해결하고 당당하게 다시 소파에 앉는 거죠. 아내의 검문을 통과한 뒤 즐기는 유튜브는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유익하고 재미있어요. 공부도 놓치지 않고 집안의 평화도 지키는 법이죠.

Q. 연구원의 추후 연구계획도 궁금합니다.

김광일 선임연구원지금까지는 처분시스템의 열(온도)-수리(물의 흐름)-역학(힘과 변형)과 관련된 복합거동1)에 대한 수치해석을 주로 했었는데, 앞으로는 땅속 암석과 지하수 사이의 화학 반응을 포함한 열-수리-역학-화학적 복합거동 해석으로 확장하고자 해요. 또한, 실내실험을 주로 수행하시는 동료 연구원분들과 밀접하게 협업해, 실내실험과 연계된 수치해석을 수행할 계획이에요.

1) 복합거동: 여러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Q. 마지막으로 연구원으로서의 좌우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광일 선임연구원매 순간이 즐거울 순 없다는 건 받아들이고자 해요. 수치해석을 하다 보면 사소한 오류를 수정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참 지루한 과정이고, 특별한 즐거움도 없어요. 하지만, 오류를 해결하고, 예상대로 결과가 나타나는 순간에는 나름 짜릿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찰나의 순간이라도 종종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조동건 책임연구원‘연구비는 국민이 맡긴 소중한 부채, 기술로 그 빚을 갚는다’입니다.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예산은 단순히 연구를 위한 돈이 아니라,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맡겨주신 소중한 ‘신뢰의 빚’이라고 생각해요. 그 빚을 갚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고요. 이번에 개발한 고효율 처분시스템을 현장에 반드시 적용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은 덜어드리고 안전은 높이는 ‘확실한 배당금’을 돌려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