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02 Vol.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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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기후, 자원 탐사의 ‘핵심 무대’

그린란드

거대하고 조용했던 빙하의 섬이 뒤숭숭하다. 최근 영토 귀속 문제로 떠들썩한 그린란드는 오랜 기간 과학자들에게 주목받던 섬이다. 빙하, 기후변화, 자원 탐사 등 북극 연구의 핵심 과제들이 섬 곳곳에 담겨 있다.

글.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80 %가 빙하로 덮인 최대 북극 섬

그린란드는 북극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전제 면적은 한반도의 약 10배, 인구가 약 5만 7,000명에 불과한 섬이지만, 빙하만큼은 차고 넘친다. 남극 다음으로 많은 얼음을 보유한 그린란드는 육지의 80 %가량이 빙하로 덮여 있다. 두꺼운 곳은 빙하 두께가 3.4 ㎞에 이른다. 그린란드 빙하는 지구 온난화로 빠르게 녹아내리며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 중이다.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은 최대 6~7 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빙하 속 화석과 빙하에서 발견된 다양한 원소들은 과거 지구의 기온과 대기 변화를 살펴보는 ‘타임캡슐’ 같은 자료다. 빙하에서 녹아내린 영양분들은 이 지역 생태계와 해양생물의 먹이사슬과도 크게 연관돼 있다. 그린란드 해역은 북대서양 심층수의 발원지로 심층 순환 역시 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세계 지구과학자들이 앞다퉈 그린란드 모니터링에 집중하는 이유다.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린 그린란드 빙하는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 Shutterstock

희토류 등 광물 자원의 숨은 보고

융해된 빙하는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냈다. 지하 깊숙이 잠자고 있던 광물 자원의 가치를 다시 표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오래전, 채굴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두꺼운 빙하 때문에 채산성에 의문만 남겨진 상태였다.

최근 자원 전쟁의 화두인 희토류가 그린란드에 다량 매장돼 있다고 밝혀졌다.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 1인 3,6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 항공기, 배터리 산업의 필수 광물인 니켈과 우라늄, 티타늄, 철 등 주요 광물이 빙하 아래 숨죽여 있다.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 광물 중 20여 개가 그린란드에 있다.

한때 중국이 그린란드에서 광물 채굴을 시도하고,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 측이 자국 영토로 그린란드를 편입하겠다고 속도를 내는 것도 자원 확보가 큰 이유 중 하나다.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면서 그린란드는 북극항로의 주요 관문으로 떠올랐다. 차세대 해양 패권 외에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 돔’의 완성을 위한 군사적 요충지로도 관심을 받는 중이다. 열강들의 각축전과 눈치 싸움에 그린란드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그린란드의 빙하 속에는 다양한 자원들이 숨어있다. ⓒ Unsplash

이목이 집중된 섬의 수도 ‘누크’

그린란드의 수도는 ‘누크(Nuuk)’다. 북위 64도, 섬 남서쪽에 매달린 해안가 작은 도시의 인구는 2만 명이 채 안 된다. 누크는 눈 쌓인 설원 위에 빨간 담벼락과 세모 지붕 가옥이 인상적인 도시다. 18세기 섬의 개척을 주도했던 루터교 목사 한스 에게데의 유적과 중세풍의 대성당, 빛바랜 아파트가 공존하는 마을이다. 섬으로 이주한 덴마크인들과 원주민인 이누이트들이 이 도시에 더불어 살아간다. 꼬마들은 자전거 대신 눈썰매를 타고 학교를 오간다. 누크에는 국립대학과 국립박물관이 한 곳씩 들어서 있다.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원주민 미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누이트의 미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린란드는 노르웨이에 편입된 후 덴마크 왕국에 귀속됐고, 현재는 덴마크령에 속해 있다. 독자적인 국방, 외교권은 없고 덴마크의 재정 지원을 받지만, 정치적으로는 자치정부의 성격을 띤다. 누크를 벗어나면 길은 단절된다. 그린란드의 섬 중앙은 얼어붙은 백색 지대다. 사람들은 대부분 해안가에 거주하며 도시 사이를 이동할 땐 도로가 없어 항공기나 헬기, 보트를 이용한다. 아득한 빙하의 섬에서는 빙하 피오르와 오로라를 만나는 꿈같은 체험이 가능하다.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며 고요한 도시의 단상은 변했다. 관광객과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찾아왔고, 연구개발을 위한 EU 상설 사무소가 들어섰으며, 미국 영사관이 문을 열었다. 수도 누크에는 국제공항이 증축돼 개장했으며, 미국 뉴저지에서 그린란드로 향하는 직항편도 시즌별로 운항 중이다. 얼음의 섬은 영토 귀속 문제로 시위와 함께 뉴스를 타는 ‘핫’한 섬이 됐다.

뾰족한 지붕과 색색깔의 건물 외벽이 인상적인 그린란드의 풍경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