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02 Vol.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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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추억쌓기

동백과 매화가 함께 맞아주는 곳

제주 노리매

겨울과 봄, 그 사이를 아름답게 수놓는 꽃들이 있다. 바로 동백과 매화다. 선명한 붉은빛을 뽐내는 동백은 겨우내 나무에서 한 번, 땅으로 떨어져 한 번, 사람의 마음속에서 한 번 총 세 번을 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낙화의 순간까지 아름답다. 매화도 매화만의 은근한 매력이 가득하다. 조선 중기 학자 상촌 심흠 선생은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두 꽃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글. 편집실     사진. 제주 노리매

제주 서쪽 끝에서 만난 봄

제주 국제 공항에서 차를 타고 40여 분을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 바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제주 ‘노리매’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찌뿌둥한 몸을 한껏 늘린 뒤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다. 노리매는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는 것이 대략 35 %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인터넷 예매를 추천한다.

순우리말인 ‘놀이’와 매화의 ‘매’를 합성한 노리매는 2만 8,000여 평의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공원이다. 매화만 3,000그루가 심겨있고, 동백, 목련, 작약, 수선화, 감귤나무 등 사시사철 다양한 꽃과 나무가 피어있어 언제든 방문하기 좋다.

김동규 한창산업 대표는 1991년에 이곳의 부지를 구매했다. 매화를 좋아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매화가 있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백매화, 청매화, 능수매화, 만첩매화 등 다양한 매화를 이곳에 들여와 매화 공원을 조성했다.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2012년. 현재까지도 전국의 여행객들을 맞이하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2월 말에서 3월 초에는 매년 매화 축제가 진행되고 있어 매화향을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길을 잃어도 좋은 공원

매표소 옆 입구부터 마련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향긋한 매화향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다. 입구부터 쭉 매화나무의 행렬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제주도 느낌이 나는 돌담과 감귤나무도 매화와 함께 조성되어 있어서 눈이 즐겁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중심엔 축구장보다도 더 큰 규모의 대형 호수(7,590 ㎡)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야자수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들에 둘러싸인 호수 위에는 고건축 분야의 대가인 홍완표 대목장의 정자가 고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 모습이 사뭇 새롭다. 호수 위에는 ‘테우’라 불리는 제주도 전통 고기잡이배가 떠 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목적지를 따로 정해놓지 않아도 길 따라 조성된 공원을 거닐다 보면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을 발견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가랜드와 벤치, 인디언 텐트 등 다양한 포토존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 추억을 남기기 좋다.

호수를 끼고 쭉 올라가면 카페 건물 뒤로 동백동산이 나온다. 동백은 아직 전부 지지 않아 일부는 나무에, 일부는 땅에 떨어져 사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동백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힘차게 맞이하는 듯 느껴져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동백꽃 무리를 지나 기와집이 있는 공간으로 가면 매화를 볼 수 있고, 근방에는 이곳의 메인 공간인 매화 동산이 자리 잡고 있다. 고즈넉한 기와집 마당에 매화가 수놓아져 있는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면 이만한 호사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대형 호수를 둘러싼 야자수와 고즈넉한 정자는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매화 향기로 남은 노리매의 봄

매화 동산에서 매화를 눈과 마음에 가득 담고, 노리매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거닐어 보니 또 다른 공간들이 두 눈을 사로잡았다. 널찍한 공간에 펼쳐진 녹차밭과, 하귤나무가 가득한 포토존부터 공작새와 염소들이 있는 작은 동물 농장에서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 공간까지. 더불어 호수 맞은편에는 제주 바닷속을 360도 입체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클비전 영상관도 있어서 구경하느라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잠시 쉬어갈 겸, 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셨다. 카페 내부는 널찍했고,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쪽 벽은 통창이어서 외부 풍경을 앉아서 감상할 수 있었다. 한쪽에는 기념품을 팔고 있어 소품들을 구경하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노리매에서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을 떠나보내고, 새롭게 피어난 꽃들과 함께 봄을 맞이해본다. 올봄은 매화 향기로 기억될 것 같다.

하귤나무가 가득한 포토존

노리매 곳곳은 아기자기한 소품을 활용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노리매 곳곳의 포토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