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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준기 디지털타임스 ICT과학부 부장
매년 7월이면 일본 전역이 ‘대지진설’로 들썩인다. 올해는 유독 어느 해보다 들썩임의 강도가 더 셌다. 발단은 일본 유명 만화가 타츠키 료가 발간한 ‘내가 본 미래’에서 등장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 만화는 작가가 꿈에 기반한 12가지 사건을 예언한 내용으로 출간됐는데, 그 중 “2025년 7월 5일 대지진이 발생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보다 3배가 넘는 쓰나미가 일본 서남권을 덮친다”는 대목으로 논란이 크게 확산됐다.
대지진 발생지가 ‘난카이 해곡’이 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면서 ‘7월 대지진설’ 예언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 중국, 홍콩 등 인근 국가에도 커다란 영향을 줬다.
사람들이 만화 속에 나오는 괴담 수준의 이야기에 솔깃한 이유는 만화 작가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예언한 것이 실제로 일어난 데 대한 일종의 불안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안한 심리는 7월 들어 일본 전역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지진 소식에 더해져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른바 ‘도카라의 법칙’ 속설까지 불거졌다. 도카라의 법칙은 도카라 열도 근해에서 지진이 연이어 일어나면 이후 다른 장소에서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난카이 해곡이 또다시 대지진 장소로 지목됐다.
만화 속에 거론된 ‘7월 5일 대지진설’은 결국 현실이 아닌 허무맹랑한 예언으로 끝났다. 예지몽을 바탕으로 한 만화 작가의 창작활동 결과물로 수명을 마친 셈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만화 속 얘기로 치부해 버리기엔 일본의 땅속이 심상치 않다. 올 1월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앞으로 30년 이내 난카이 해곡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80 %로 상향 조정했다. 2013년 60~70 %에서 지속적으로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 3월에는 일본 내각부 전문가 검토회가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9.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는 것을 가정했을 때 최대 29만 8,000명의 인명 피해와 1,23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적 피해 규모도 292조 엔(한화 약 2,800조 원)에 달해 일본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도 내놔 국민의 불안감을 키웠다.
그렇다면 왜 난카이 해곡이 대지진의 진앙지로 지목될까. 난카이 해곡은 일본 중부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남서쪽으로 규슈 앞바다까지 약 800 km에 걸쳐 있는 깊은 바다의 해구 지역이다. 이곳은 필리핀해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아래로 들어감)하는 경계에 위치해 단층 구조상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100년을 주기로 대형 지진이 발생해 왔는데, 1944년 이후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있어 언제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전문가들은 “언제 이곳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진 발생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점점 확률이 높아지는 일본 대지진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다. 만약 일본 대지진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걱정은 예상할 수 없는 쓰나미 발생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규모 9.0이 넘는 대형 지진으로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해 원자력발전소가 셧다운되며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 커다란 피해를 보았다.
무엇보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우리의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일본 대지진설을 남의 나랏일로 치부할게 아니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