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중 책임연구원, 정명환 책임연구원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첫 번째로 ‘반도체 핵심 시험 인프라 경주 양성자가속기 무사고 운전 4만 시간 돌파’라는 우수성과를 달성한 양성자과학연구단의 권혁중, 정명환 책임연구원을 만나보았습니다.
권혁중 책임연구원연구원의 100 MeV 양성자가속기는 2013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13년간 이용자들에게 양성자빔을 제공해 왔어요. 초기에는 2기의 범용 빔라인만 운영했지만, 고선량·저선량·중성자 빔라인을 추가로 확충하며 다양한 연구 수요에 대응해 왔습니다.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2024년 상반기 빔타임 경쟁률이 4.17:1에 이를 정도였는데요. 이 말은 4시간을 사용하려는 이용자에게 1시간밖에 드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에 하루 8시간 운영 체제를 24시간으로 확대했고, 그 결과 2026년 5월 누적 운전시간 4만 시간을 달성했습니다.
정명환 책임연구원양성자가속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100 MeV 선형가속기로, 고주파를 이용해 양성자를 가속하고 이용자들에게 고품질의 양성자빔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시설이에요. 양성자빔은 물질과 반응해 다양한 현상을 일으키는데, 대표적인 활용 분야가 반도체 내방사선 시험입니다. 우주 방사선과 지상 방사선은 반도체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인공위성이나 자율주행 자동차,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개발 단계에서 이러한 환경을 견디는 시험을 거치게 되는데요. 이 시험에 양성자가속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용자의 약 50 %가 반도체와 우주부품 시험을 위해 방문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양성자가속기는 고에너지 물리 분야의 검출기 시험, 핵물리 분야의 핵자료 생산, 첨단 생명공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요.
권혁중 책임연구원24시간 빔서비스 체제로 전환할 때가 어려운 시기였어요. 한정된 인력으로 운전전담인력을 확보해야 했고, 가속기가 불시정지했을 때도 즉시 대응할 체계를 갖춰야 했기 때문이죠. 운전전담인력은 부서원들의 자발적인 지원과 연구원의 지원을 통해 최소한의 인원을 구성할 수 있었어요. 장치 불시정지의 경우에는 24시간 빔 서비스를 시행한 첫 6개월간은 한 달에 2~3회씩 야간에 담당자들이 나와서 불시정지된 장비를 점검했죠. 지금은 많은 부분을 자동화해 대부분 문제를 운전전담인력이 해결할 수 있게 됐어요. 나중에 그 시절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누군가 잠잘 때 팔을 최소한으로 움직여도 닿을 수 있는 위치에 휴대폰을 놓고 잠을 잤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부서원의 절반이 서로 나도 그랬다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명환 책임연구원저희 가속기는 4만 시간을 무사고로 운전하는 동안 95 % 이상의 가동률을 보여주고 있어요. 시스템 에러나 장비 문제로 예기치 않게 운전이 중단되는 ‘불시정지’는 전체의 5 % 정도에 불과해서, 대부분의 이용자는 그런 상황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고 실험을 마치고 돌아가죠. 다만 기억에 남는 사례가 하나 있었어요. 한 이용자에게만 불시정지가 세 차례나 반복되면서 실험을 계속 연기해야 했는데, “우리 팀이 가속기와 안 맞는 건가요?”라고 농담 섞인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다행히 이후에는 실험이 문제없이 마무리됐고, 저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 일을 통해 이용자와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소통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권혁중 책임연구원대학원에 다닐 때 가속기를 공부했어요. 졸업할 때 KAERI에서 100 MeV 양성자가속기 구축을 하는 사업을 기획했고, 자연스럽게 부서에 합류하게 됐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100 MeV 양성자가속기 구축에 처음부터 참여하게 됐고, 이후로 가속관 개발, 고주파 시스템 개발, 이온원 개발 등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정명환 책임연구원저는 생명공학을 전공했어요. 처음은 양성자빔과 생물체와의 상호작용을 연구했죠. 쉽게 말하면 양성자 암 치료 연구였어요. 학위 과정 중 양성자빔을 활용한 암 치료 연구를 수행하며 방사선생물학 분야에 대해 알게됐습니다. 졸업 직후, 양성자빔 응용 연구 저변을 다각도로 확대해 나가던 KAERI의 기류와 맞물려 졸업과 동시에 합류하게 됐어요. 저도 운이 좋았습니다.
권혁중 책임연구원몇 주 전에 책을 3권 구매했어요. 2권은 읽었는데, 마지막 1권은 계속 미뤄두고 있어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책인데, 여름이 되면 구매량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구매할 때만 해도 제일 먼저 읽으려고 했는데, 첫 장을 읽고 보니 좀 더 아껴두고 있다가 조금 한가해지면 편안한 마음으로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여름에 기대하고 있는 책이에요.
정명환 책임연구원워터파크를 좋아해요. 가족과 함께 워터파크 유수풀에서 둥둥 떠 있다 보면 더위가 가시죠.
권혁중 책임연구원현재 100 MeV 양성자가속기는 활용 측면에서 한계에 도달하고 있어요. 이런 의견은 이용자들께서 그동안 수차례의 간담회를 통해서 먼저 제시해 주셨고, 정부를 비롯한 관련기관에서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양성자가속기 확장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수요가 많은 200 MeV 에너지로의 확장을 먼저 진행하고 이후에 GeV급 가속기로의 확장을 하는 거예요. GeV급 양성자가속기는 많은 양의 중성자를 발생시킬 수 있어요. 물질의 변화에만 머물러 있던 양성자가속기의 응용분야를 물질 구조분석까지 확장할 수 있기에 기대가 됩니다.
정명환 책임연구원‘아는 만큼 생각한다’입니다. 더 나은 사고를 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공부해야 해요. 기발한 생각이 불현듯 떠오를 수는 없습니다. 아는 범주 내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항상 공부하고자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