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교실에 인공지능(AI)을 들이는 데 속도를 내는 가운데, 최근 노르웨이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노르웨이 정부는 초등학생의 생성형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중학생은 교사 지도 아래 신중하게 활용하도록 했다. 고등학생에게는 대학과 일터에 대비해 AI를 비판적으로 쓰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방침이다. ‘아이들이 AI를 얼마나 빨리 써야 하는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무엇을 배운 뒤 AI를 만나야 하는가’ 를 묻기로 한 것이다.
최근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노르웨이의 문제의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자 역시 기사 작성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 AI를 막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정책 보고서나 논문을 AI에 넣은 뒤 “이 내용을 요약해 줘”라고 지시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답은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았고, 기사에 곧바로 활용하기도 어려웠다. 수십 페이지짜리 문서를 뚜렷한 문제의식 없이 던져주면 AI의 답도 단순 요약에 그치기 쉽다. AI는 묻는 만큼 답한다. 문제의식을 넣지 않으면 문제의식 없는 답이 돌아온다.
AI 활용 방식은 수없이 많은 질문을 고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피지컬AI 관련 정부 보도자료를 볼 때는 “정책의 신규성과 한계를 나눠 정리하고, 현재 우리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도 함께 조사해 줘”라고 요청한다. 전문가 인터뷰를 앞두고는 “원론적 답변으로 끝나지 않도록 수치와 사례, 비교 대상을 요구하는 질문으로 바꿔줘”라고 다시 묻는다. 그렇게 답을 받고 나면 “이 주장에 빠진 전제는 무엇인가”,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개념은 무엇인가”를 또 묻는다. 몇 차례 질문을 고쳐가며 빈틈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기사에 활용할 만한 쟁점과 질문의 방향을 얻을 수 있다.
AI를 통해 좋은 답을 얻고자 한다면 좋은 프롬프트를 넣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프롬프트는 단순한 문장 기술에서 나오지 않는다. 무엇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지, 어디를 다시 물어야 하는지 아는 힘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을 하는 힘은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 어떤 분야든 배경지식과 경험, 중요한 것을 가려내는 판단력, 복잡한 정보를 구조화하는 능력이 쌓여야 가능하다. 노르웨이의 선택이 눈길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AI라는 거대한 기술의 흐름을 거부하는 결정이 아니다. 기술을 만나기 전 필요한 기초 역량이 무엇인지 먼저 따져보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최근 한국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AI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정부가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이 업무 전반에 AI를 도입하며, 학교 현장에서도 AI 디지털교과서와 맞춤형 학습이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과학기술 경쟁이 AI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대에 인프라 투자는 필요하다. 그러나 더 많은 데이터센터와 더 빠른 모델만으로 미래가 준비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 기술을 쓰는 것은 사람이다. AI의 답을 검증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설명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면 기술의 힘은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우리의 교육이 AI 시대를 맞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AI 시대의 인재 교육은 AI를 더 빨리 접하게 하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읽고, 의심하고, 근거를 확인하고, 질문을 바꿔가며 사고하는 힘을 함께 길러야 한다. AI가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아이들은 더 많은 답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답이 많아질수록 더 귀해지는 것은 질문이다. 미래의 과학기술 인재에게 필요한 AI 교육은 AI 앞에서도 자기 질문을 잃지 않게 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