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남미 볼리비아는 하늘과 가깝다. 푸른 하늘을 담아낸 신비로운 소금 사막과 호수들이 해발 3,600 m가 넘는 고지대에 드리워진다. 잉카문명을 잉태한 고대 유적과 삶터는 안데스산맥의 비탈진 거리에 기대어 있다.
‘살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 볼리비아 남쪽의 소금사막이자 호수를 부르는 말이다. 볼리비아에 들어선 여행자들의 로망은 단연코 소금사막 우유니의 황홀경과 마주하는 것이다.
우유니는 볼리비아 남부, 해발 3,680 m 고지대에 들어선 세상에서 가장 큰 소금사막이다. 갈라진 소금평야의 넓이는 약 1만 2,000 km2. 서울의 20배가 넘는 하얀 사막은 눈 덮인 평야처럼 지평선을 만들며 시야를 압도한다. 2만 년 전 바다였던 땅은 지각변동으로 솟아 거대한 호수가 됐고, 건조한 기후 탓에 소금사막으로 변했다. 소금 두께가 수십 미터(m)에 달하는 사막은 약 100억 톤의 소금을 품고 있다.
우유니는 비가 오는 우기 때면 숨 막히는 풍경을 빚어낸다. 밤새 비가 내린 뒤, 소금평야에 물이 고이면 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거울로 탈바꿈한다. 소금호수에는 새벽 여명과 구름과 하늘이 담기고, 일몰의 태양이 화려하게 내려앉는다. 아득한 정적과 탄성만이 그 시간, 소금호수와 함께한다. 남미 여행자의 꿈과 로망으로 우유니가 손꼽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금사막에도 사람이 함께 살고 머문다. 콜차니 마을에 거주하는 치파야족은 수백 년간 소금을 채취해 안데스산맥 넘어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 소금을 내다 팔며 살았다. 안데스의 낙타인 ‘라마’는 소금 캐라반들에게 소중한 짐꾼이다. 여행객들을 위한 테이블, 벽돌, 침대 등을 죄다 소금으로 제작한 소금호텔도 들어서 있다.
소금호수 한가운데 섬으로 불리는 언덕지대에는 ‘칵두’로 불리는 선인장이 자생한다. 1년에 1 ㎝만 자라는 선인장 수천 그루가 생경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사람 키의 다섯 배가 넘는 선인장들은 수백 년 세월, 인간과 공존하며 소금호수를 묵묵히 지켜왔다. 치파야족은 선인장을 자신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믿고 살아간다.
티티카카 호수 옆에 위치한 코파카바나 마을의 전경. 해 질 녘의 풍경이 일품이다. ⓒ Shutterstock
우유니 투어는 인근 화산지대의 희귀지형과 총천연색 산정호수를 만나는 일정으로 무르익는다. 수증기 뿜어내는 간헐천과 노천온천을 간직한 ‘솔 데 마냐나’를 거쳐 카냐파, 에디온다, 콜로라다 호수 등 푸르고 붉은 호수에 취해 칠레 국경까지 내달리기도 한다. 해발 4,000 m 고도에서 펼쳐지는 향연에는 호수에 사는 플라밍고, 사막여우 등과 조우하는 뜻밖의 시간이 주어진다.
볼리비아의 호수들은 아름답고도 애잔하다. 볼리비아는 외부의 힘에 의해 바다를 빼앗긴 내륙 국가다. 19세기 말 화약의 원료인 초석을 두고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볼리비아는 항구도시 아리카 일대를 칠레에 내주고 바다를 잃게 된다. 단절의 과거를 딛고, 볼리비아 해군이 염원 속에 주둔하는 곳이 티티카카 호수다.
캐라반들의 소중한 짐꾼인 라마. ⓒ Shutterstock
티티카카 호수 위를 유유자적 항해하는 코파카바나의 전통 보트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 Shutterstock
페루와 볼리비아 북부에 걸쳐 펼쳐진, 남미에서 가장 큰(8,372 km2) 티티카카 호수는 해발 고도가 3,810 m에 달한다. 티티카카를 통해 볼리비아의 티와나쿠 문명이 페루의 잉카 제국에 전해졌고, 잉카의 후손인 아이마라족, 케추아족이 호수 건너 볼리비아에 정착했다. 고대 잉카인들은 티티카카를 ‘태초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으로 숭배해 왔다.
티티카카 호수를 낀 코파카바나 마을에서는 중절모풍 뭉툭한 직물 모자에 포대기 ‘파하’를 맨 아이마라족 여인들과 흔하게 마주친다. 코파카바나의 보트들은 호수의 백미이자 잉카의 초대 황제가 태어난 전설을 지닌 ‘태양의 섬’(이슬라 델 솔)을 빠르게 연결한다. 섬에 오르면 낮에는 바다보다 푸른 호수가, 해가 저물면 밤하늘의 은하수가 수평선 너머 펼쳐진다.
티티카카와 우유니를 잇는 안데스 알티플라노 고원의 길목, 하늘 아래 첫 수도인 라파스가 있다. 해발 3,600 m 산줄기에 웅크린 라파스의 비탈진 거리에는 별빛만큼 수많은 삶의 불빛이 아득하게 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