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04 Vol. 304

소통·협력·공감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KAERI 인(人)사이드 ②

선진핵연료기술개발부

김준환 책임연구원, 김성호 책임연구원, 오정목 선임연구원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두 번째로 ‘차세대 원전(SFR) 피복관 내압 크리프 평가 기술, 미국기업 수출 달성’이라는 우수성과를 달성한 선진핵연료기술개발부의 김준환, 김성호 책임연구원과 오정목 선임연구원을 만나보았습니다.

Q. 박사님과 원자력연구원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김준환 책임연구원원자력공학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KAERI를 알게 됐어요. 학위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연구원 선배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고, 한 가지 주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연구자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김성호 책임연구원학위과정에서 X-선 회절을 이용한 금속재료 집합조직 분석을 연구했어요. KAERI의 중성자 회절시설 구축 소식을 듣고 입사를 준비했지만, 당시에는 아직 계획 단계였죠. 교수님과 선배들의 조언을 받아 KAERI의 다른 분야로 입사하게 됐어요.

오정목 선임연구원2020년 박사 학위 취득 무렵 마주한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실질적인 해법을 찾고자 KAERI에 입사했어요. 현재 에너지 문제 해결의 핵심인 차세대 원자로 개발 부서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답니다.

Q. 우수성과를 소개해주세요.

오정목 선임연구원핵연료 피복관은 핵연료 겉을 감싸고 있는 튜브예요. 핵연료와 원자로 안전을 1차로 책임지는 부품이죠. 원자로가 가동되면 핵연료에서는 기체가 나와서 핵연료봉이 점차 부풀어 오르는데요, 일정 시간 후에는 파손되는 현상, 즉 크리프가 발생해요. 크리프 현상은 최대 수십 년간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발생하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신뢰성 있게 평가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해요. 우리는 2015년부터 평가 기술을 개발해 왔고, 이번에 미국 테라파워가 건설하는 NATRIUM 원자로 핵연료의 크리프 시험에 우리 기술이 수출하게 됐어요.

Q. 소듐냉각고속로(SFR)는 기존 원전과 운전 환경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SFR의 운전환경에서 내압 크리프 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정목 선임연구원SFR는 기존 원전보다 운전온도가 약 300 ℃ 정도 높아 크리프 현상이 핵연료에 큰 영향을 미쳐요. 내부에 압력이 걸린 튜브의 경우, 3차원적으로 변형되는 특성이 있는데요, 기존 실험실 장비는 단순히 양 끝을 당기는 방식으로 이런 복합적인 변형을 재현하지만, 한계가 있는 방식이에요. 이번에 연구원이 개발한 튜브 크리프 시험 기술은 실제 환경과 동일한 상태를 모사하는 시험이고요.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도 우리 연구원이 가장 체계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죠.

Q. 해당 평가 기술이 없다면, SFR 연료 또는 피복관 설계에서 어떤 위험이 생길 수 있나요?

김성호 책임연구원크리프 현상은 수만 시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초기 실험의 아주 미세한 오차가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정밀한 평가 기술이 없다면, 피복관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파손돼 심각한 안전 문제를 초래하거나, 반대로 파손을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소재를 필요 이상으로 두껍고 무겁게 설계하는 경제적 비효율이 발생하게 되죠. 결국 이 기술은 원전의 수명을 정확히 예측해 ‘안전’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필수적인 척도라고 할 수 있어요.

Q. 이번 성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미국 기업 수출’입니다. 연구진 입장에서 볼 때, 이 수출 성과는 어떤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시나요?

김준환 책임연구원이번 성과는 원전 건설이나 기자재 하드웨어 수출에 국한됐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시험 평가 기술과 데이터’라는 무형의 자산을 원자력 선진국인 미국에 수출하고 상품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연구원이 보유한 수많은 무형의 자산을 실물화할 시금석의 역할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이번 우수성과 연구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나눠주세요.

김준환 책임연구원기술을 개발하면서 해외 선행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노하우를 쌓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특히 크리프 시험을 처음 공기 중에서 진행했다가 산화가 일어나 원하는 값을 얻지 못한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밤을 새워 새로운 시험편을 만들었고, 불활성 기체 분위기에서 다시 시험해 원하던 결과를 얻었죠.

김성호 책임연구원크리프 시험 장비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해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핵연료 설계를 위해 크리프 시험 장비를 갖추고 적기에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설명하며 필요성을 설득해야 했던 과정이 기억에 남아요.

오정목 선임연구원수출 대상인 미국 기업 관계자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메일과 화상회의로만 소통하며 업무 이야기만 나누던 사이였지만, 한국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일상과 관심사를 공유하다 보니 금세 깊은 유대감이 쌓였습니다. 이런 정서적 공감대와 신뢰는 결과적으로 300만 달러 규모의 기술 수출이라는 큰 결실을 보는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죠. 기술 거래를 넘어 국경을 초월한 진정한 파트너십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Q. 추후 연구 계획도 궁금합니다.

김준환 책임연구원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부서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고도화해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여 선도기술 보유기관으로서 연구원의 위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현재 하고 계시는 연구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준환 책임연구원모르는 사실을 과학적 기반에 근거해 하나씩 파헤쳐 알아가는 것이 매력 아닐까 해요. 연구를 시작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넓은 바다에서 우왕좌왕하는 수준입니다. 언젠가는 작은 조개껍데기를 주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김성호 책임연구원대부분의 시스템에서 성능 개선의 병목은 결국 우수한 재료 개발이라는 말을 시스템 설계 동료들에게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큰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오정목 선임연구원금속공학 전공자로서 미세한 조직 변화를 정밀하게 제어해, 거대한 원자력 에너지 시스템의 안전과 효율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우리가 개발한 소재 기술이 미국에 수출돼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보며, 미시적인 연구가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때, 보람과 자부심을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