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04 Vol.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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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대통령’을 배출한 최대 고원 도시

멕시코시티

멕시코시티는 세계 최대의 고원 도시다. 해발 2,200 m 높은 고지대에 2,000여만 명이 북적이며 살아간다. 도시는 호수 속 섬이었던 과거와, 과학자 대통령을 배출한 독특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글.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기후과학자 출신 시장과 여성 대통령

최근 멕시코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BTS(방탄소년단)의 추가 공연을 요청해 화제가 됐다. K-POP에 큰 관심을 보인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사실 대중문화보다 과학에 더 조예가 깊다.

기후과학자였던 셰인바움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직했으며, 2024년에는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기후과학자가 시장, 대통령을 역임한 것은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경우다.

셰인바움은 청년 시절 멕시코시티의 국립자치대학교(UNAM)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에너지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환경과 에너지 소비와 관련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부친은 화학자, 모친 역시 생물학자였다. 셰인바움은 멕시코 시장이 된 후에는 자전거도로를 대폭 늘리고, 세계에서 가장 긴 4.8 ㎞ 케이블카를 건설했다. 라틴아메리카 최초로 전기로 운행되는 버스 고속교통망을 구축하는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멕시코 국민은 셰인바움이 가뭄, 스모그에 시달리는 멕시코에 환경, 에너지와 관련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을 고대하고 있다.

셰인바움은 기후과학자 출신으로 멕시코시티 시장을 거쳐 2024년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선출됐다. ⓒ Shutterstock

가라앉는 호수 위에 세워진 도시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호수 속, 섬 위에 건립된 이채로운 도시다. 16세기 멕시코를 점령한 스페인군은 수도의 신전을 부수고 다섯 개의 호수를 메운 뒤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다. 섬을 오가던 뱃길과 운하에 지금의 도로가 형성됐다.

도심 소칼로 광장은 아즈텍인이 해발 2,000 m에 도시를 세웠을 때부터 거대한 신전이 위치한 도시의 심장부였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아즈텍 신전을 무너뜨린 뒤 대성당을 올렸고, 1524년 건립을 시작한 대성당은 완공에 240여 년이 소요됐다. 대성당 옆에는 ‘템플로 마요르’로 불리는 옛 수도 테노치티틀란 중앙 신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소칼로 광장 맞은편은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멕시코의 국립 궁전이다.

독특한 사연과 유적을 간직한 멕시코시티의 최근 사정은 녹록지 않다. 도시는 지나친 지하수 개발로 매년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매년 평균 15 ㎝씩 지반이 침하하고 있으며, 옛 호수의 흔적이 남은 일부 지역은 침하 정도가 30~40 ㎝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귤나무가 가득한 포토존

완공까지 240여 년이 걸린 멕시코시티 대성당

노리매 곳곳의 포토존

100년이 넘는 역사가 담긴 멕시코시티 중앙 우체국. 아르누보, 르네상스, 로코코 양식이 혼합된 화려한 내부가 인상적이다. ⓒ Shutterstock

예술과 영혼이 어우러진 길목들

멕시코시티는 예술미가 덧씌워진 도시다. 아즈텍의 신전과 성당, 궁전들은 1920년대 세계 미술가들이 이 도시를 찾게 된 주요 매개였다. 국립 궁전은 화려한 내부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 멕시코의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거대 벽화는 아즈텍의 부흥, 스페인의 침략, 멕시코의 독립 등을 대서사시처럼 담아낸다.

멕시코시티에는 또 다른 ‘궁전’으로 불리는 우체국도 있다. 멕시코시티 중앙 우체국은 단순한 우체국이 아닌 우정 궁전으로 귀하게 여겨지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체국으로 칭송받는다. 중앙 우체국 앞에는 예술 궁전이 있고, 뒤편은 국립 미술관으로 연결된다. 콘서트홀과 벽화를 간직한 예술 궁전을 둘러본 뒤 중앙 우체국을 방문하는 것은 멕시코시티 여행의 수순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레포르마 대로는 파리 샹젤리제를 본떠 건설됐다. 아티스트들이 주로 거주해 서울의 홍대 앞을 연상시키는 로마 지역은 예술의 중심지이자 멕시코시티 청춘들이 사랑하는 거리다.

멕시코시티 외곽으로 나서면 세계유산이자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 유적인 경이로운 테오티우아칸을 만난다. 아즈텍인들은 테오티우아칸을 발견한 뒤 그 규모에 놀라 신들의 도시로 떠받들었고, 태양과 달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코코’는 상상 속 죽은 자들의 세상과 가족 간의 사랑을 담고 있다. 해골 기념품이 판매되는 멕시코시티의 길목은 애니메이션 속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년 11월 ‘죽은 자의 날’에는 시장에서 해골 모양의 빵과 초콜릿을 사다 먹기도 한다. 이채로운 멕시코시티에서는 올해 여름 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된다.

하귤나무가 가득한 포토존

멕시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예술 궁전. 금빛 돔이 매력적이다. ⓒ Shutterstock

노리매 곳곳의 포토존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테오티우아칸은 둘러보는 데만 반나절이 걸린다. 아침 일찍 시작하는 열기구 투어를 통해 한눈에 내려다볼 수도 있다. ⓒ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