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조앤(엘리자베스 올슨 분)은 65년 동안 남편 래리(마일즈 텔러 분)와 보람은 있었지만 지루하고 평범한 인생을 함께 살았다. 암을 앓고 있던 조앤은 남편이 먼저 죽고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이대로 끝인가 했더니 두 사람은 죽음 뒤에 환승역(Junction)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모습으로 다시 만난다. 남편은 이승에서처럼 또 같이 영원히 살아갈 곳으로 함께 가자고 한다. 그 순간 67년 전 사별한 첫사랑이자 전남편 루크(칼럼 터너 분)가 그곳에서 오매불망 조앤이 오기를 기다렸다며, 감동의 재회를 하게 된다. 루크 또한 영원히 사는 곳으로 자기와 함께 가자고 한다.
첫사랑과 끝 사랑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지 갈등하는 조앤에게 환승역은 지옥처럼 느껴졌다. 영원한 목적지를 한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다. 두 아이를 함께 낳아 기르며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인 래리인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설렘을 간직한 루크와의 안 가본 길을 선택할 것인가는 도저히 선택 불가능한 미션임파서블이다. 조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판타지 코미디 영화인 <영원(Eternity)>(2026)은 미국의 주목받는 독립영화 제작사인 A24가 만든 영화다. 감독에 간섭하지 않고 재량권을 충분히 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신비주의 마케팅과 영화제 수상,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로 효율적인 마케팅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알만한 A24 작품으로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브루탈리스트>, <시빌 워: 분열의 시대> 등이 있다.
사후세계는 다양한 콘텐츠의 소재로 자주 이용된다. ⓒ Shutterstock
이 세상은 살아있는 사람이 만들어 가지만, 누구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신문의 기사도 잘 보면 죽음, 영혼, 부활, 사후세계, 영생 등이 수시로 기사 소재와 주제로 등장한다. 역사를 통틀어 모든 문명과 종교에서는 사후세계에 관심이 많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단테의 <신곡>,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등 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우리 영화 <신과 함께>,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등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가까운 사찰에 있는 명부전도 사후세계를 모티브로 한 건물이다.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사후세계에서 돌아온 사람은 없고 물적 증거도 없이 온통 증언뿐이다. 과학적 연구 사례도 매우 드물다. 그나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대부분 임사체험에 대한 증언과 주장이 전부이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육체 위를 맴도는 영혼(The Soul Hovering Over the Body>, 1796, ‘천국과 지옥의 결혼’ 제14판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 NDE)은 1975년 미국의 심리학 박사이자 정신과 의사인 레이먼드 무디(Raymond Moody)가 그의 저서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에서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정지되며 동공반사가 없는 의학적 사망 상태에서 심폐소생술 등으로 회생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인데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10~25 % 정도의 사람들이 체험한다고 한다.
1970년대 심폐소생술이 보급됨에 따라 임사체험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인터넷 등 매체의 다양화로 개인적인 체험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쉬운 환경이 되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의사인 제프리 롱(Jeffrey Long)이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을 모은 <죽음, 그 후> 등에 따르면 자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육체를 떠날 때 씽 같은 소리가 들리고 유체 이탈(Out of Body Experience, OBE)을 해 자신의 육체를 내려다본다고 한다. 터널이나 빛과 어둠이 나타나기도 하며 인생이 순식간에 파노라마처럼 회상되는 주마등 현상(Life Review)이 나타나기도 하고, 이미 고인이 된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평화와 기쁨, 평온함을 느끼며 어딘가로 이어지는 대문, 강, 문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 때가 아니다” 라거나 “너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등의 말을 듣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몸으로 돌아왔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전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권과 상관없이 대체로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주류 학자들은 영혼과 사후세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 사용하는 케타민 같은 마취제나 뇌 내의 환각 물질(디메틸트립타민 등), 산소 부족 현상인 뇌허혈증이 유체 이탈, 밝은 빛 등 임사체험과 유사한 환각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또 뇌과학의 발전으로 일부 현상은 뇌의 측두엽이나 두정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면 유체 이탈을 유도할 수 있다고도 한다. 단지 뇌신경학적인 작용일 뿐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주장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일어나는지까지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임사체험도 이런 상황인데 사후세계에 대한 증거는 더욱 희박할 수밖에 없다. 사후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같은 파동을 갖는 사람끼리 모이기 때문에 착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천국이고 그 반대편이 지옥이라고 본다. 게다가 환생에 관한 이야기도 복잡하게 얽혀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일찌감치 죽음을 전문 영역으로 선점한 성직자, 비과학적임을 주장하는 의사와 과학자, 사후생을 믿는 심리학자와 의사들에 영매까지 많은 등장인물이 계통을 찾지 못하고 주장만을 이어가고 있다.
임사체험과 사후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그 실존을 주장하고 있고 반면 그 반론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단편적이고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이다. 이런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 동안 사회적인 혼돈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악마의 증명이라 부르는 부재의 증명은 쉽지 않다. 물론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죽음을 접하는 세월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의 의학적, 과학적 연구 결과가 사후세계가 없다는 확증은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과학의 발전 과정은 인간이 모르는 것을 극복해 온 역사이다. 과학자들이 속 시원하게 진실을 밝혀주면 좋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니 보험 차원에서 천국이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에게 잘하고 착하게 사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