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KAERI 인(人)사이드는 우수성과 과제 참여 연구자를 만나는 코너입니다.
연구와 관련된 일화부터 연구원들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두 번째로 ‘세계 최초 전산유체역학/딥러닝 기반 배관감육 예측 방법론 개발’이라는 우수성과를 달성한 재료안전기술연구부의 문성인 책임연구원과 이종연 선임기술원을 만나봤습니다.
문성인 책임연구원 안녕하세요. 재료안전기술연구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문성인 책임연구원입니다. 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구조 재료가 힘을 받을 때 어떻게 거동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법을 접목해 재료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어요.
이종연 선임기술원 안녕하세요. 재료안전기술연구부에서 근무하는 이종연입니다. 현재 원자력재료안전연구인 원전 구조재료 응력부식균열*과 배관감육** 실험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 응력부식균열: 금속이 힘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부식이 일어나 금 가는 현상.
** 배관감육: 배관 내 물 때문에 금속 표면이 깎여나가 얇아지는 현상.
문성인 책임연구원 원자력 연구 여정은 대학원 시절 원전 구조물의 안전성 평가 연구로부터 시작됐어요. 학위 과정 중에는 우리 부서에서 개발한 장비를 활용해 실험을 진행한 경험도 있지요. 졸업 후에는 현대자동차에서 나름 즐겁게 일하며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2009년에 KAERI로 오게 됐어요. 6년 전부터는 현재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죠. 돌이켜보면 여러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 지금 이곳이 제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종연 선임기술원 개인적으로 인류 최대의 발명을 전기라고 생각해요. 전기가 상용화 되고나서 인류는 수 세기도 안돼 급격한 발전을 이뤘고, 원자력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뿐 아니라 의료용, 비파괴검사용 등으로 활용 가치가 막대해졌죠. 저는 이 원자력의 매력에 매료돼 여기서 근무하게 됐어요.
문성인 책임연구원 배관 감육은 재료, 수화학적 조건, 온도, 유체역학적 조건 등 여러 요인의 복합적 영향을 받아요. 이 중 재료와 수화학적 요인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축적됐지만, 유체역학적 요인의 정량적 영향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어요. 실제로 엘보우 배관의 곡선 안쪽 면과 곡선 바깥쪽 면 중 어느 부위에서 감육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지조차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었죠. 이 상황에서 학부 시절 배운 유체역학 지식과 프로젝트 경험을 토대로 CFD라 부르는 전산유체역학 기법을 활용하면 이를 규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과제화해 연구를 추진했죠. 2010년대 후반부터 축적한 머신러닝 연구 경험이 분석 정밀도를 높여줬고, 부서가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배관 감육 실증시험시설이 도전을 뒷받침해 주었어요.
문성인 책임연구원 플랜트 배관에는 T형 분기관, 엘보우, 오리피스 등 다양한 종류가 사용돼요. 그런데 가동 중 검사 시간은 짧아 모든 배관의 감육 상태를 비파괴검사로 정밀히 확인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이번 기술로 감육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취약 부위를 예측할 수 있어, 검사 대상을 효율적으로 선정하고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배관 안전성을 높일 수 있게 됐어요.
문성인 책임연구원 이번 기술은 부식(Corrosion)에 의한 감육뿐 아니라 기계적 침식(Erosion) 문제에도 적용 가능해, 배관·설비의 건전성 평가 범위를 넓힐 수 있어요. 전산 시뮬레이션과 현장 데이터를 결합한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은 터빈 블레이드 손상, 열교환기 전열관 마모, 펌프·밸브의 부식·침식 등 다양한 설비 진단에도 활용될 수 있죠. 나아가 혁신형 SMR이나 해양용 MSR 등 차세대 원전에도 확대 적용함으로써 주요 배관과 설비의 안전성을 예측·관리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해요.
문성인 책임연구원 보통 엘보우 배관은 직관과 곡관부를 용접해 만드는데, 이 경우 재료 성분 차이로 배관 벽이 얇아지는 원인이 재료인지 유체 흐름의 변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관을 직접 구부리는 고주파 유도가열 배관벤딩 공법을 적용했고, 덕분에 유체역학적 요인을 명확히 살펴볼 수 있게 됐죠. 또 초음파 측정 시, 굽은 배관의 안쪽은 센서와 배관 표면이 접촉되지 않아 두께 측정이 불가능했는데, 팀원들과 고민 끝에 표면을 방전가공으로 평평하게 다듬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던 적이 있어요. 거창한 장비가 아닌 작은 발상이 돌파구가 된 순간이었죠. 재료, 기계, 데이터 분석, 초음파 센서, 실험역학,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전공자가 모여 난관을 넘을 수 있었고, 연구는 결국 팀워크의 산물임을 느꼈어요.
이종연 선임기술원 연구원 입소 당시 처음부터 맡게 된 장비가 이 실험장비예요. 그 당시 실험조건 형성이 되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어요. 침착하게 모든 상황을 열어두고 수백 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뒤 첫 실험이 성공 했을 때, 과제원들과 부둥켜 안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문성인 책임연구원 배움에서 오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내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는 감각에서 오는 것 같아요. 마치 수학에서 미분값이 0보다 클 때 그래프가 계속 상승하듯 말이죠. 저에게 성장의 포텐셜은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인 것 같아요. 복잡해 보이던 현상이 어느 순간 설명되고, 연결되지 않던 것들이 이어질 때 느끼는 짜릿함은 큰 보람이자 기쁨이 되죠. 그래서 힘든 순간이 와도, 다시 연구로 돌아와 이어갈 수 있어요.
이종연 선임기술원 연구와 실험을 할 때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지체 없이 동료들 방에 찾아가 브레인스토밍을 즐겨 해요. 그럴 때 유대관계도 형성되고, 아이디어도 나오죠. 그 힘으로 연구 수행의 지속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또한 체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암벽등반, 헬스 등을 즐겨하고 있어요.
문성인 책임연구원 앞으로는 더 복잡한 T형 분기관 실험으로 확장해 결과를 검증하고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에요. 또 원전 탄력운전 도입으로 출력 변동 시 냉각수 흐름이 달라져 감육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해 단상 유동(Single-phase flow)뿐 아니라 다상 유동(Multi-phase flow) 조건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아울러 한수원·한전기술 등 전문가들과 협력해 성과가 실제 현장 관리에 적용되도록 구체적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에요.
문성인 책임연구원 ‘청춘은 삶의 어느 한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입니다. 항상 배우고 있는 청춘이고 싶어요.
이종연 선임기술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입니다. 살아오면서 회피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회피하면 언젠가 다시 부메랑이 되어오는 걸 겪었어요. 그래서 당장은 힘들지만 부딪혀서 제 자신을 컨트롤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