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달을 넘어 화성 탐사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화성 탐사의 목적은 지구 밖 생명체 존재를 확인한다는 과학적 호기심이지만 무인탐사
임무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사람을 직접 화성으로 보내 유인 탐사를 거쳐 궁극적으로
사람이 거주하도록 만들어 ‘제2의 지구’ 또는 우주 식민지를 만들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페이스 X 같은 민간 우주 기업은 이르면 2029년에 사람을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기술로 화성으로 사람을 안전하게
보내는 것이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최근 과학자들이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우주 탐사와 거주를 위해서는 사람이 오랜 시간 우주 여행을 거쳐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문제는 사람이 오랫동안 우주에 나가 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이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연구팀은 현재 우주 탐험 기술로 사람이 6개월 이상 우주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전두엽 피질의 뉴런 연결과 중추신경계의 밀도가 약해지고 뇌세포에 변형이 발생해
기억력 저하, 치매, 중증 우울증 등 각종 인지 및 뇌 기능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 과학 저널 ‘사이언스’도 사람이 우주 공간을
안전하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우주 방사선·고독감·우주 곰팡이·미세중력·인적 오류’라는
5가지의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무중력에 가까운 미세중력은
우주인의 뼈와 근육을 약화해 각종 디스크 질환을 쉽게 일으킬 수 있다.
근육량 감소와 골밀도 저하는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장내 미생물을 교란하게 된다. 장염을 유발하는 나쁜 장내
미생물은 증가하고 항염 효과를 보이는 유익한 세균은 줄어들어
영양실조, 위장장애를 가속하고 면역체계 결핍, 신경정신
질환, 인지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시신경과 안압에도 영향을
미쳐 시력 약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독일 우주센터(DLR) 우주항공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우주 공간의 미세중력 상태에서 2개월
이상 생활하게 되면 우주선에서 만들어 내는 인공중력으로도
상쇄되지 않는 부정적인 인지적, 감정적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2021년 3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생리학 - 환경, 항공, 우주 생리학’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플로리다대 응용생리학·운동학과, 존스
홉킨스의대 방사선과, 브리검여성병원 정신의학과, 하버드대
의대, 항공우주국(NASA) 휴스턴 존슨우주센터, 텍사스대 보건과학센터,
미시건 앤아버대 심리학과 공동 연구팀은 우주 여행시간이
길수록 뇌의 체액 변화가 발생해 비행 전 상태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6월 9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주 비행사 30명의 뇌를 우주 비행 전후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해 분석했다. 분석에 참여한 우주 비행사들의
임무 기간은 2주, 6개월, 6개월 이상이었다.
연구 결과 우주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뇌실 확장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실은 뇌척수액으로 채워진 뇌의
공간으로 뇌척수액은 뇌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하며 노폐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실이 확장되면 뇌척수액
순환에 문제가 생겨 중추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우주에 머물렀다면 지구로 귀환해
다시 우주로 나가기까지 3년 이상의 휴식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주 여행이나 탐사에서 인간이 우주 환경의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자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시애틀 워싱턴대 공동 연구팀이
초음파를 이용해 동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블루투스 방식으로 초음파를 전달해 동면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일시적으로 체온을 낮추고
신진대사를 늦춰 응급 상황이나 급성 중증 질환 환자 치료는 물론 장거리 우주 여행을 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EPFL) 연구팀은 종이접기와 장난감 블록에서 영감을 받아
2차원 평면 삼각형 모양에서 거의 모든 3차원 물체로 변신할 수 있는 ‘모리3’ 로봇을
개발했다. 모리3는 우주 여행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모듈형 로봇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기계공학 및 인공지능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 6월 13일 자에 실렸다.
모리3 로봇은 삼각형을 기본으로 하고 폴리곤 메시(Polygon Mesh)라는 프로세스를
이용해 다양한 크기와 구성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모듈형 로봇이다.
우주 공간에서는 다양한 작업을 해야 하는데 개별 작업마다 필요한 로봇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이나 탐사선이 엄청나게 커야 한다. 이에 연구팀은 필요에 따라 크기,
모양, 기능을 변경시킬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를 이끈 제이미 팩 EPFL 교수(로보틱스)는 “이번 연구는 기계 및 전자 설계,
컴퓨터 시스템 등 로봇 공학의 다양한 측면을 활용한 것”이라면서 “모리3는 이동과
물체 취급 및 운반, 사용자와 상호 작용이라는 로봇의 3가지 임무를 모두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