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과학·인문, 현실·가상 인터페이스
‘매트릭스’

현대 과학기술 사회문제 직면하는 SF영화이자 인문영화
진실·자유 찾아 몸부림치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대립

“현재 당신은 매트릭스(가상현실) 안에 있다.
파란 알약을 먹으면 자네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다. 매트릭스에 다시는 올 수 없다.
대신 빨간 알약을 먹으면 이 여정은 계속 이어지고 진실을 볼 수 있다.” (매트릭스 영화 中 대사 요약)
매트릭스

매트릭스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 파란 알약과 빨간 알약은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의 인생 방향 결정타다. 파란 약을 먹으면 매트릭스 가상세계 속에서 살아가며 현실을 알 수 없게 되지만, 빨간 약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있어 자유를 찾아가도록 도와준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갈 것인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도전할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철학적 의미로부터 영화 스토리가 전개된다.
인류는 가상현실 ‘매트릭스’에서 영원한 꿈을 꾼다. 매트릭스는 하나의 게임이다. 그 속에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도 있고 운영자도 있다. 매트릭스 안 요원들은 운영자이고 인간은 NPC로 진실이 아닌 가짜의 삶을 살아간다.
1999년 개봉한 매트릭스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전투를 그린 SF 액션 영화인 동시에 그 이상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고민하게 하는 인문학적 영화이기도 하다. 매트릭스는 현실과 가상현실, 자유·통제와 같은 여러 대립되는 개념을 다룬다. 충격적인 미래 모습을 철학적으로 승화시킨 SF영화로 평가할 수 있다.
인간이 과학기술에 의해 지배당하고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지며 기술과 시스템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인간의 자율의지와 선택으로 언제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사실도 영화의 저변에 깔린 교훈이다.

인간과 컴퓨터간 상호작용 ‘HCI’ 가시화

매트릭스는 의공학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과학기술이 담겼다. 인간의 뇌 신경계를 조작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등장한다. 현재 뇌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뇌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 중인데,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휴먼 컴퓨터 인터렉션(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이 주목받고 있다.
컴퓨터과학 분야의 세계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컴퓨터학회(ACM, Association of Computing Machinery) 정의에 따르면 HCI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컴퓨터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것과 함께 시스템을 사용하는 인간의 특성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다.
영화 매트릭스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초고층 건물 로비에서의 총격전은 HCI 연구의 대표적인 가시화 장면이다. 주인공 네오가 건물 로비에서 수많은 적과 총격전을 벌이는 이 장면에서는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네오는 마치 자신이 총으로 발포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사용자의 생각과 명령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전달되고, 이에 따라 적들과의 전투가 이뤄지게 된다. HCI를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더욱 효율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다. 상상과 현실이 하나로 합쳐지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네오는 상상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행하며, 그 결과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난다. 네오는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자기 능력을 극대화해 적을 이기는 환경을 만든다.
결국 주인공 네오는 가상세계를 벗어나 실제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인식하며, 이를 위해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하고 프로그래밍하는 고도의 HCI 활용에 나선다. 매트릭스는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며 서로 협력해야 하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드러낸다.

가상현실 매트릭스,
어떤 기술로 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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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trix has you(넌 매트릭스한테 잡혔어).”
가상현실은 매트릭스 영화의 핵심 과학기술 요소 중 하나다. 인간이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현실인 줄 알고 살았었던 모든 것이 사실은 기계에 의해 사육되는 가상현실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가상현실은 실제 현실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무엇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기술이다. ‘우리의 현실은 정말 현실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영화를 보면 가상현실의 가치를 더 실감할 수 있다.
매트릭스 영화에서는 가상현실 속 시간의 흐름이 현실과 다르게 표현된다. 가상현실 속에서는 현실과 달리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혹은 느리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문제를 가상현실 속에서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다. 가상현실 속에서 인간이 마치 슈퍼맨처럼 날아다니거나, 벽을 건너뛰는 등의 능력을 갖춘다. 프로그램에 의해 인간의 능력이 제한 없이 구현된다.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3D 모델링, 컴퓨터 그래픽스, 가상현실 헤드셋, 컨트롤러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VR 환경에서 표현할 3D 모델·애니메이션·질감 등을 생성하는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비롯해 사용자가 VR 환경에 빠져들 수 있도록 현실감 있는 시청각 입력을 제공하는 가상현실 헤드셋과 사용자의 동작·위치·방향을 감지해 가상 환경에 적용하는 센서 추적기술이 필요하다.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VR 환경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현실 네트워크 기술과 현실감 있는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는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가 필수다. 청각을 위한 첨단 음향기술과 함께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고,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 인지과학 및 심리학 기술도 동반되어야 한다. 더욱 자연스러운 상호작용과 반응력을 높이려면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매트릭스 영화로 본
2050 미래 상상 시나리오

2050년, 기술 발전으로 인해 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된다. 인공지능 로봇들이 거의 모든 일을 대신 수행하게 된다. 인간은 생산성이 높아지고 생활 편의성이 향상됐지만, 직업 대부분이 로봇들에 의해 대체된다.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로봇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행동과 언어를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게 되면서 윤리적인 문제도 야기된다. 로봇이 인간의 대안으로 등장하면서 인간의 가치와 지위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융합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HCI 기술 발전으로 두 세계가 완전히 융합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인간은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가상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자유롭게 변화시키거나, 다른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삶을 즐긴다. 제스처 인식 기술을 통해 기계를 제어하고,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설계나 제조 공정을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은 일상이 된다.
가상현실 속에서 인간은 현실과 구분이 어려워지고, 일부는 가상현실에 빠진 삶을 이어가게 된다. 현실 감각을 상실하고, 가상현실에 종속된 무리가 많아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이 가상현실에 빠져있는 것을 깨닫고, 현실에서의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