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는 의공학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과학기술이 담겼다. 인간의 뇌 신경계를 조작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등장한다. 현재 뇌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뇌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 중인데,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휴먼 컴퓨터 인터렉션(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이 주목받고 있다.
컴퓨터과학 분야의 세계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컴퓨터학회(ACM, Association of Computing Machinery) 정의에 따르면 HCI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컴퓨터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것과 함께 시스템을 사용하는 인간의 특성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다.
영화 매트릭스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초고층 건물 로비에서의 총격전은 HCI 연구의 대표적인 가시화 장면이다. 주인공 네오가 건물 로비에서 수많은 적과 총격전을 벌이는 이 장면에서는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네오는 마치 자신이 총으로 발포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사용자의 생각과 명령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전달되고, 이에 따라 적들과의 전투가 이뤄지게 된다. HCI를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더욱 효율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다. 상상과 현실이 하나로 합쳐지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네오는 상상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행하며, 그 결과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난다. 네오는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자기 능력을 극대화해 적을 이기는 환경을 만든다.
결국 주인공 네오는 가상세계를 벗어나 실제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인식하며, 이를 위해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하고 프로그래밍하는 고도의 HCI 활용에 나선다. 매트릭스는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며 서로 협력해야 하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