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는 커피의 땅, 에코투어의 낙원이다.
1년 내내 가로수에 꽃이 피며, 초록 너머의 마을마다 커피 향이 가득하다.
코스타리카는 탄소 중립 커피 연구와 개발을 가장 먼저 표방한 곳이기도 하다.
탄소 저감 커피 연구 중인 국립커피연구소
‘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기를 원하고, 커피 애호가는 죽어서 코스타리카에 가는 것을 꿈꾼다’는 말이 있다. 코스타리카는 커피가 일상이 된 나라다. 나라의 주 수입원이 커피이고 식당에서는 후식으로 자연스럽게 커피가 나온다.
화산재와 잦은 비가 빚어낸 비옥한 토양은 커피가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만들어냈다. 해발 1,000~1,500 m에서 자라나는 커피는 맛과 향이 뛰어나며, 정부에서 고급 품질인 ‘아라비카종’ 만을 재배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커피는 최근 지각변동 중이다. 지구 온난화로 커피의 식생이 위기를 맞은 동시에, 커피가 탄소배출의 핵심 작물로 요주의 대상이 됐기 때문. 커피는 생산에서 수송, 가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커피나무에서 1 kg의 커피원두를 소비하는데 15 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ICAFE’라는 국립커피연구소를 개설해 탄소 저감 커피, 탄소 중립 커피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생산시설과 농장을 갖춘 연구소는 국가차원의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커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친환경 퇴비로 재배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가공된 탄소중립 커피는 세계 최초로 개발돼 소규모 농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먼저 다가서는 나라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삶의 만족도, 탄소지수 등을 고려해 3~4년마다 발표하는 지구행복지수에서도 코스타리카가 2009년, 2012년, 2016년 1위를 차지했다.
커피 여행과 일상 녹아든 수도 산호세
코스타리카 여행은 커피를 테마로만 구성해도 흥미진진하다. 수도 산호세의 시장에 가면 대를 이은 커피가게도 있는데 주민들은 방앗간에서 참기름을 짜듯 원두(홀빈)를 포대째 맡겨놓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도 종일 커피를 즐겨 마신다. 식당에서 내어주는, 투박한 단지에 망을 넣어 내린 전통 방식의 커피는 독특한 분위기로 채워진다.
화산을 보러 가는 여정에는 커피농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된다. 커피 밭은 산기슭을 아득하게 뒤덮고 있다. 잘 익은 커피열매는 붉은 빛을 띤다. 예전에 커피를 해안가로 수송하기 위해 철로가 개설됐고 나무를 베고 산을 개간한 철로 주변에는 바나나를 심었다. 바나나는 커피와 함께 코스타리카에서 수출하는 대표 작물이다.
산호세에 위치한 커피농장 겸 공장에서는 커피 만드는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코스타리카 커피의 역사를 연극으로 재현한 공연도 진행한다. 즉석에서 커피를 구입할 수 있으며 외국까지 택배로 부치기도 한다. 둥글둥글한 ‘피베리’라는 커피 종은 코스타리카에서 최상급으로 쳐준다. 코스타리카 커피는 은은한 꽃향기와 신맛, 바디감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다.
군대 없는 나라, 화산·에코투어의 낙원
화산재가 빚어낸 커피의 땅에는 활화산이 4개나 숨 쉰다. 산호세 북서쪽의 가장 활동이 왕성한 활화산인 아레날은 매일 부글거리며 활동 중이다. 아레날 화산 근처의 타바콘 온천은 흐르는 냇물이 죄다 온천수다. 마그마에 데워진 뜨거운 물은 시냇물처럼 흘러 노천온천을 형성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포아스 활화산은 화산 트레킹이 유명하다. 분화구의 넓이는 1.5 km, 깊이는 300 m에 달한다. 해발 2,700 m 높이에 위치한 분화구로 다가서면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 옥빛 석호를 지닌 화산은 맑은 날에도 늘 구름과 연기가 자욱하다.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25 %가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에코투어의 천국이다. 50만~100만 종의 식물, 5만여 종의 곤충, 나비의 종류는 2,000여 종이나 된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주요 촬영 무대도 코스타리카였다. ‘몬테베르테’, ‘라파즈’ 공원 등은 세계에서도 희귀한 식생을 갖춘 자연보호지역으로 사랑받는다. 코스타리카가 태생부터 에코투어의 낙원은 아니었다. 무분별한 벌목 때문에 한때 숲은 황폐해졌고 그에 대한 반성과 경각심으로 1970년대부터 보호구역을 만들기 시작했다.
코스타리카에는 군대가 없다. 군대를 폐지하고 1983년 영구적 비무장 중립국을 선언했으며 무상의료를 실시 중이다. 국방 예산은 환경, 보건, 교육 등에 사용한다. 수도 산호세의 거리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동상이 곳곳에 있고, 신호등 벨소리도 비둘기 울음소리다. 북미의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1순위 국가가 바로 코스타리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