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영화 ‘스타워즈’ 우주 전쟁은

레이저 싸움?

내 광선검을 받아라! 우주 미스터리의 총아

인류가 밝혀야 할 물리이론 가득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포스터

우주 전쟁 영화 중 단연코 으뜸으로 꼽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스타워즈다. 1977년을 시작으로 45년이 흐른 현재까지 20편이 넘는 시리즈가 제작됐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새로운 희망’을 시작으로 1980년 ‘제국의 역습’, 1983년 ‘제다이의 귀환’, 1999년 ‘보이지 않는 위험’, 2002년 ‘클론의 습격’ 등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전 지구적으로 우주에 대한 많은 이야깃거리가 꽃을 피웠다.
스타워즈는 소설이나 만화가 아닌 영화 매체로 출발한 시리즈다. 가장 유명한 영화 시리즈 수준을 넘어 영화라는 상상력의 산물, 그 자체를 대변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거의 반세기 가까운 시간 스타워즈는 인류 상상력의 원천이었고, 미래 구상의 바로미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리즈의 오랜 역사가 있고,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도 다양해 스타워즈 시리즈를 어디서부터 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감상법 논쟁이 있을 정도다.
‘오리지널 삼부작 → 프리퀄 삼부작 →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등 출시 순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프리퀄 삼부작 →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 오리지널 삼부작’ 등 연대 순으로 감상해야 한다는 양쪽 의견이 팽팽하다.
스타워즈에는 첨단 신무기들의 화려함이 인상적이다. 제다이(Jedi)의 상징 ‘광선검’을 비롯해 로봇 무기와 전투용 우주선, 레이저 무기, 심지어 포스라는 에너지까지 등장한다. 현존하는 과학 기술로 실현 가능한 무기일 수도 있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경지의 존재일 수도 있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다양한 첨단 무기들의 실체와 원리,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도 훌륭한 과학기술 학습거리가 될 수 있다.

스타워즈의 ‘포스’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가

스타워즈의 주인공 제다이는 ‘포스’라는 힘을 이용해 적을 쓰러뜨리고 초인처럼 활약한다. 마치 자유자재로 기()를 활용하는 동양의 도사를 보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포스를 언급하는 대사가 나온다. 직역하면 이렇다.
“글쎄, 포스가 무엇이냐면, 제다이의 힘, 에너지야. 모든 생물에 의해 창조된 에너지 영역이지. 포스는 우리를 둘러싸고 관통해. 포스는 은하를 하나로 묶어주지(Well, the Force is what gives a Jedi his power. It’s an energy field created by all living things. It surrounds us and penetrates us. It binds the galaxy together)”
과연 포스라는 에너지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영화의 한 소재일 뿐일까. 포스를 논하기 전, 우선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연을 이루는 기본적인 힘에는 중력을 비롯해 전자기력, 약한 핵력(약력), 강한 핵력(강력)이 있다. 중력은 질량을 갖고 있는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고, 전자기력은 전하를 갖고 있는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다. 약력은 원자핵의 붕괴에서 나타나는 짧은 거리에서 작용하는 힘이고, 강력은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핵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다.
물리학의 4가지 기본 상호작용 중 가장 강한 힘은 강력이며, 약력, 전자기력, 중력 순으로 힘이 강하다. 참고로 강력과 약력은 핵 내부에서 작용하기에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다. 전자기력은 중력과 함께 물리적인 접촉이 없이 빈 공간을 통해 전달되며, 이러한 힘을 장력(마당힘)이라고도 부른다.
포스를 표현한 대사 ‘우리를 둘러싸고 관통하며, 은하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자연계의 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든 생물에 의해 생성되는 에너지 장’은 물리학에서 양자생물학으로 대변될 수 있고, 포스를 이용한 빛보다 빠른 장거리 정보 교환은 텔레파시를 떠오르게 한다. 텔레파시는 물리학에서 양자얽힘과 견주어 볼 수 있다. 양자얽힘은 어느 한 쪽이 관측됨과 동시에 관계가 있는 다른 요인도 정보가 결정되는 현상이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순식간에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얽힘 현상을 두고 “Spooky action at a distance(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했다.

‘초광속 이동’ 가능할까

스타워즈 우주선들은 우주로 빨려 들어가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머나먼 행성을 넘나든다.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속도로 순간 이동을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장비는 ‘하이퍼 드라이브(Hyperdrive)’다. 하이퍼 드라이브는 초공간에 진입해 광속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는 추진 시스템이다. 한 솔로 등 주인공 일행은 밀레니엄 팔콘 우주선을 타고 초공간으로 도약해 초광속으로 우주 공간 사이를 이동한다. 이는 스타워즈 세계에서 은하 간 사회, 정치, 무역, 전쟁을 할 수 있는 핵심 도구다. 하이퍼 드라이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 이론에 위배되는 실현 불가능한 장치이지만,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또 다른 우주 영화인 ‘스타트렉’ 함선도 초광속으로 항해할 때 워프 엔진(Warp Engine)을 사용한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잇는 연결 통로인 웜홀(Worm hole)로 이동하는 개념이다. 웜홀은 우주에서 먼 거리를 가로질러 지름길로 여행할 수 있는 가상 통로다. 이는 중력을 시공간의 곡률로 제시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과도 부합한다. 아인슈타인이 1953년 로젠과 함게 시공간 구조를 관통하는 터널로 처음 제시해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로 불린다. 실존에 대한 논란 자체가 미스터리지만,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킵손 박사는 블랙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광선검이 레이저?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일본 로봇산업전에 전시된 다이헨 로봇들의 스타워즈 검 쇼 (제공 : 김요셉 기자)

스타워즈의 주인공 제다이는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는 수도사 집단이다.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포스의 힘을 이용할 수 있고, 파랑색·녹색·보라색·노랑색 등 다양한 색상의 검날인 광선검(Lightsaber)을 사용해 싸운다.
광선검은 언뜻 보면 레이저 빛처럼 보인다. 광선검을 휘두를 때마다 ‘지-잉’하는 소리를 내면서 적을 공격한다. 하지만 광선검은 레이저 빛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빛은 한정된 공간에 가둘 수 없기 때문이다. 빛은 교차할 때 서로 부딪히지도 않는다. 레이저를 이용한 것이라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빛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쭉 뻗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광선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과학자들은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핵융합 장치 토카막과 같은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를 공간에 가둘 수 있고, 플라즈마 토치처럼 세라믹 등 특수소재를 이용해 물리적 타격이 가능할 수 있다.
광선검은 말 그대로 빛의 칼을 사용한다는 설정 자체가 참신해 스타워즈 개봉 이후 다양한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1979년 일본의 로봇 만화영화 ‘건담’의 빔 사벨(Beam Saber)도 스타워즈 광선검과 닮아있다. 백병전 무기로 쓰이는 빔 사벨은 손잡이에서 빔이 분사되고, 일정한 길이를 갖고 있다. 도검의 날처럼 적을 찌르거나 베는 식으로 공격한다. 1988년 10월부터 47부작으로 방영된 ‘가면라이더 RX’ 리볼케인 역시 광선검과 유사하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종족인 프로토스의 무기 사이오닉(Psionic) 검도 일종의 광선검이다.

‘레이저 과학’ 이모저모

레이저는 먼 미래에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생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산업 제조분야에서 초미세 정밀가공의 요구가 확대될수록 레이저가 각광받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전자, 자동차 등 주력산업에 레이저가 접목되지 않으면 향후 기술개발을 담보할 수 없을 정도다. 일반 금속이나 플라스틱, 나무 등의 절단·가공부터 의료용 메스까지 응용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서도 가깝게 활용되고 있다.
레이저의 발생 원리는 유도방출이다. 단색이고 직진성이 있다. 레이저가 산업계에서 많이 활용되려면 값이 비싸지 않아야 하고, 출력이 강해야 한다. 또한 반응하는 물질과 레이저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산업계에서 대표적으로 레이저가 많이 적용되는 곳은 마킹 분야다. 제품의 시리얼 번호나 유통기한・바코드 등을 새기는데 레이저가 활용된다. 레이저 마킹은 고밀도 에너지를 장착한 레이저 빔의 특성을 이용해 표면을 가공하기 때문에 기존 인쇄의 한계에서 벗어나 고품질의 마킹이 가능하다. 광열작용과 광화학작용, 광물리작용 등 3가지 작용을 통해 재질에 따라 일정 깊이만큼 제거하거나 표면만 살짝 녹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색 변화나 탈색 등의 방법 가운데 가장 적절한 마킹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가공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광학적인 물성과 빔의 종류, 에너지의 크기와 무게, 빔의 적절성, 온도, 스펙트럼, 플라즈마 등 다양하다. 이 조건들을 지속적으로 측정해 최적의 환경을 찾아야 한다. 재료의 가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재료가 레이저를 흡수해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금속들은 레이저 파장을 흡수해 쉽게 가공할 수 있다.
우리는 발표 현장에서 레이저 활용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발표 화면을 지시할 때 쓰는 장비가 레이저를 이용한 기기다. 적색 레이저도 있고, 사람이 보기에 편한 녹색도 많이 쓰인다. 뿐만 아니라 레이저는 각종 이물질을 검출하거나 암을 치료하는 데도 유용하게 이용된다. SF영화에서 레이저가 수도 없이 등장하는 것처럼, 레이저를 활용한 기술은 현대사회에서 산업의 핵심기술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