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우주를 날아다니는 외계생명체 과연 존재할까?

히어로 끝판왕 ‘캡틴마블’의
숨겨진 무기 나노기술

 
영화 ‘캡틴마블’ 포스터

외계인이 존재할까.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지 않을까.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판단되는 우주공간을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고 부른다. 인류는 케플러 우주망원경 등을 통해 골디락스 존을 관측하고 있다. 과학자 중 일부는 외계문명이 훨씬 발전해 있어 의도적으로 지구 문명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형성 시점이 우주의 탄생 시점으로부터 가까운, 비교적 초기에 만들어진 행성이기에 우리가 우주에서 초기 생명체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지구와 닮은’,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이따금 접한다. 인간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우주에서 제2의 지구를 찾으려는 노력은 결국 물이나 산소 같은 필수 자원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외계생명체는 물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물을 먹어야 사는 지구인과 물이 필요 없는 외계인 중 어느 쪽이 더 고등생물일까. 인류는 외계생명체보다 더 진화한 존재일까. 아니면 외계생명체가 더 발전된 존재일까. 과연 우리가 만나게 될 외계생명체는 어떤 존재일까.
히어로 끝판왕인 영화 ‘캡틴마블’을 보면 우주 어딘가에 외계인이 존재할 것이라는 상상이 자연스러워진다. 캡틴마블에 등장하는 ‘크리족’은 홀로그램을 사용한다. 당시 시대적 배경은 1995년. 이때 지구에서는 무전기같이 큼지막한 휴대전화를 쓰거나, 일명 삐삐와 같은 호출기를 사용했다. 크리족이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크리족의 문명은 지구보다 훨씬 발전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인체에 고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나?

캡틴마블과 같은 강력한 에너지를 사용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큰 에너지를 몸속에서 생산하거나 저장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너지 출력량을 따져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제품인 헤어드라이어나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키는데 1~2 kW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동차의 경우 1,000~2,000 kW의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발생시킨다. 항공기는 1만~10만 kW, 로켓은 1억 kW의 에너지를 순간 출력하며 하늘을 가로지른다. 하지만 사람의 신체는 0.1~1 kW 에너지밖에 생산할 수 없다.
캡틴마블은 우주를 빛의 속도, 그 이상으로 날아다닌다. 우주를 광속으로 빠르게 이동한다면 얼마만큼의 연료가 필요할까. 1톤인 우주선을 기준으로 광속 80%의 속도를 내려면 9톤, 99.99 %는 2만 톤, 99.9999999 %는 2억 톤, 99.9999999999 %는 2,500억 톤의 연료가 필요하다.
캡틴마블처럼 이동과 전투를 하려면 많은 연료가 필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연구 분야가 에너지 저장 소자다. 순간 고출력을 방출함과 동시에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저장소자가 만들어지면 더 작은 연료전지로 높은 에너지를 낼 수 있게 된다. 먼 훗날 해당 분야의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부피가 큰 연료전지가 없어도 이동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현재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재 중 하나로 맥신(MXene)을 꼽는다. 맥신은 두께가 1~2나노미터인 소재다. 맥신은 맥스(MAX)로 만든다. 맥스는 알루미늄과 탄소, 티타늄 등이 번갈아 가며 배열된 적층 구조로 되어 있다. 맥스에 불산(HF)을 첨가하면 알루미늄만 제거되고, 탄소와 티타늄으로 구성된 맥신이 만들어지게 된다. 맥신은 나노미터의 아주 얇은 두께로, 제작이 쉽기 때문에 차세대 에너지 저장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캡틴마블이 쏘는 양팔 레이저가 플라즈마?

캡틴마블은 양팔에서 레이저 같은 물질을 발사한다. 영화에서는 이를 포톤 블래스트(Photon Blast)라 부른다. 단어 뜻 그대로 포톤은 빛(광자), 블래스트는 폭발을 뜻한다. 광자가 폭발하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포톤 블래스트와 가장 유사한 것은 플라즈마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 상태로 고온에서 이온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다. 플라즈마의 예로 대표적인 것이 번개가 있다. 우리 실생활에서 자주 보는 네온사인이나 형광등도 있다. 주목할 점은 현재 밝혀진 우주 물질의 99 %가 플라즈마라는 점이다. 태양이나 행성이 빛나고 폭발할 때 플라즈마 에너지가 작용한다. 캡틴마블의 엄청난 에너지 동력은 우주의 무한한 플라즈마를 활용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물질 내부에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에 전자가 존재한다. 이때 다른 입자나 전자가 충돌하게 되면 전자가 힘을 얻어 더 높은 에너지 단계(층)로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전자는 다시 원위치로 내려오는데, 이때 층 사이의 에너지 차이만큼 빛이 방출된다. 아파트 층수로 비교하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것과 5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은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위치에너지의 차이가 난다. 더 높은 에너지 단계에서 낮은 단계로 내려올수록 큰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되는 원리다.
빛의 색깔에 주목해 보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스펙트럼으로 비교할 수 있다. 스펙트럼 중에서도 파란색, 보라색 빛이 빨간색 빛보다 에너지가 크다. 캡틴마블이 플라즈마를 이용한다면 더 강한 힘을 낼수록 파란색 빛이 나오게 된다. 우주 플라즈마 말고 네온사인과 같은 플라즈마라면 어떨까. 네온사인은 사용되는 물질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네온은 주황색, 아르곤은 보라색, 제논은 파란색을 띤다. 이외에도 헬륨이나 크립톤도 다른 색깔을 갖는다.

슈트 색상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캡틴마블

캡틴마블의 시대적 배경은 1995년이다. 영화 속 PC를 사용하는 장면에서 CRT 모니터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첨단 기술 히어로의 대명사인 아이언맨은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에 VR, AR 기술까지 결합해 사용한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분야에는 나노기술이 필수다. 현존하는 최첨단 디스플레이의 대표주자는 국내 대기업들이다. S사 제품 중 QLED의 Q는 퀀텀 닷(Quantom Dot, 양자점)을 뜻한다. 퀀텀 닷의 가장 큰 장점은 재료 하나로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색깔은 물질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고, 빛이 나는 원리에 따라 에너지 단계 사이의 거리에 따라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
이 원리는 크기와도 연관이 있다. 물질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에너지 단계 사이의 간격이 멀어지게 된다. 즉 작으면 작을수록 큰 에너지를 가지며 파란색 계열의 빛을 낸다. 크기만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면 색깔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다. 퀀텀 닷 하나의 크기는 약 10나노미터로 매우 작다. 때문에 각 크기에 따른 미세한 색깔의 차이를 구현할 수 있는 원리다. 캡틴마블의 슈트는 색깔이 자유자재로 변한다. 퀀텀 닷을 소재로 의류를 제작한다면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옷 색깔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

데이터 저장 분야, 어떤 나노기술이 사용되나?

영화 속 PC 본체를 살펴보면 가로로 긴 틈새가 있다. CD와 플로피 디스크를 끼워 넣는 곳이다. 플로피 디스크부터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USB까지 저장매체가 발전해 왔다. 그리고 이 과정 역시 나노기술이 사용됐다.
최초의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의 데이터 저장량은 360 KB(킬로바이트)였다. 음악 파일 하나 담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 3.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등장했는데 저장량이 1.44 MB(메가바이트)였다. 이후 등장한 것은 CD다. 700 MB 저장량을 자랑하며 플로피 디스크보다 우월한 성능을 보여줬다. 이후 SD카드, 외장하드, USB 등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어느덧 저장량의 기본단위가 GB(기가바이트)와 TB(테라바이트) 급이 되었다. 현재 사용하는 1 TB USB에 담긴 데이터를 3.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 모두 옮겨 담으면 약 73만 장의 플로피 디스크가 필요하다. 양도 엄청나고 전송속도 또한 느리다. 만약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디스크를 트럭으로 옮겨야 했을지 모른다.
데이터 저장 분야에서는 나노기술이 핵심적이다. 나노기술은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양을 저장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크기는 작아졌지만 저장량은 늘어나게 됐다. IBS(기초과학연구원)는 2013년 원자를 이용해 ‘A Boy And His Atom’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화를 제작한 바 있다. 현재 원자 수준을 하나하나 제어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한다면 USB보다 더 작고, 더 많은 저장량을 자랑하는 데이터 저장장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 미래는 새로운 저장장치를 창조하는 사람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