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첨단과학 기술과 함께하는 월드컵

카타르 도하

아라비아 반도의 카타르는 최근 월드컵 열기로 떠들썩하다.
수도인 도하를 중심으로 8개의 경기장에서 사상 첫 중동 월드컵이자 최초로 겨울에 열린 월드컵!
이번 월드컵은 축구 속에 스며든 첨단과학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공인구 속 첨단 센서와 인공지능 심판

카타르 구도심의 거리풍경

도하와 인근 위성도시에는 미래형 외관의 경기장이 새롭게 건설됐다.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진행을 위해 심판 판정, 축구공에도 첨단과학이 투입됐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공인구 ‘알 릴라’ 중심부에는 첨단 센서가 들어 있다. 센서는 공의 움직임을 초당 수백 회씩 데이터로 전송한다. 이 데이터는 인공지능(AI) 심판이 골라인, 오프사이드 등을 판정하는 핵심 정보로 활용된다.
월드컵에서 사용되는 축구공 자체가 스포츠 과학의 산물이다. 축구공의 반발력, 균형감을 연구하는 별도의 연구기관이 있으며, 6각형과 5각형 조각 32개를 붙여 만든 완벽한 구의 형태는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가 적용됐다.
카타르 월드컵은 4년 전 월드컵과 비교해 판독기술을 업그레이드했다. ‘SAOT’로 불리는 판독기술은 FIFA가 세계 굴지의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열두 대의 오프사이드 전용 카메라를 설치해 공과 선수 신체 부위의 움직임을 정밀 추적한다.
월드컵에 활용되는 인공지능(AI) 심판 기능은 기존 비디오 판독기술인 ‘VAR’을 보강해 경기 시간을 수십 초 단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훈련 중 착용하는 특수 유니폼에도 첨단 센서가 내장되어 선수들의 회전과 움직임, 피로도, 부상 여부 등을 체크하는 데 쓰이고 있다.

특수 에어컨 설치된 사막 위 경기장들

도하 및 주변 도시에 건설된 경기장들은 대부분 이번 월드컵을 위해 지은 것들이다.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재활용 스타디움부터 사막텐트 모형의 스타디움까지 다채롭다.
카타르는 겨울에도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나든다. 경기장에는 쾌적한 경기 진행을 위해 특수 에어컨이 설치됐다. 개방형 경기장인데도 좌석 주변과 바닥의 냉각 시설 덕분에 경기가 펼쳐지는 축구장 표면의 온도를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첨단 냉방 시스템은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선수와 관중의 체온까지 감지한다. 온도와 습도뿐만 아니라 공기 중 먼지까지도 통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도 도로를 관리하는 스마트시티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도하의 교통 체증을 디지털 가상화면으로 보여주고 월드컵 기간 중 선수가 탑승한 버스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이동을 돕는 기능까지 지녔다.
초대형 국제대회는 도하의 외관과 흐름을 바꿔놓았다. 버스 등 대중교통이 도시에 완전하게 정착한 것은 2006년 카타르 아시안게임 때였다. 이번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도심을 관통하는 메트로 3개 노선이 개통됐으며, VIP 탑승 칸을 별도로 갖춘 ‘무인 메트로’는 월드컵 스타디움들을 쾌속으로 연결하는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롭게 단장된 카타르 문화마을 모습

월드컵을 앞두고 쾌적하게 정비한 도하의 거리풍경

와키프 수크(시장)와 이슬람 박물관

카타르 도하는 ‘오일 머니’로 부를 축적한 도시다.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 페르시아만과 맞닿은 도시는 석유개발로 급속히 성장하며 거리 풍경을 변모시켰다. 사막 너머로 고급 승용차가 오가고 호화 요트가 떠다니는 이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도하의 도심 거리에는 링으로 불리는 순환도로와 간선도로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대부분의 핵심 건물들은 첫 번째 링 주변에 모여 있으며, 해안선을 따라 부채꼴 모양의 코니시 거리와 만나게 된다. 시내에는 옛것과 새것의 풍경이 공존한다. 와키프 수크는 예전에 양과 염소가 거래되던 야외 재래시장이었다. 진흙 빛으로 새롭게 단장된 후에는 장신구와 향신료를 팔고, 아랍풍 레스토랑과 매의 공연을 만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보행자 전용인 코니시 거리는 빌딩 숲 옆으로 해변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코니시 거리에 새롭게 들어선 장미 모양의 카타르 국립박물관 외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이슬람 예술박물관에는 3개 대륙의 희귀한 도자기와 세공품 등이 전시되고 있다. 도심과 사막에 세워진 80여 점의 공공예술 작품들은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도하 시민들은 풍족한 삶을 누리는 본토인들과 외국인 노동자들로 크게 나뉜다. 고급 세단과 고가의 레저용 차량도 흔하게 눈에 띈다. 호화 요트가 정박한 인공섬 ‘펄 카타르’는 부유한 도시 도하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도하의 러시아워는 오전 7시와 오후 2시다. 현지인들은 퇴근 이후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쇼핑센터에서 쇼핑하는 것으로 남은 일과를 여유롭게 보낸다. 오후 2시의 러시아워와 퇴근 후 쇼핑은 타국의 샐러리맨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펄 카타르는 부유한 도시 도하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슬람 예술박물관에는 3개 대륙의 희귀한 도자기와 세공품이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