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카타르 월드컵을 즐기는

다섯 가지 포인트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이 이번 달, 카타르에서 열린다.
4년에 한 번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다섯 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01겨울에 열리는 첫 월드컵

출처 : FIFA

월드컵은 늘 여름에 열렸다. 한여름 밤을 월드컵과 함께한 기억이 또렷하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은 11월에 열린다. 월드컵이 겨울에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최지 날씨 때문이다. 중동의 여름은 월드컵을 하기에는 무리다. 겨울도 똑같지 않냐고? 아니다. 중동의 겨울 날씨는 무덥지 않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는 에어컨 등 온도조절 장치들이 가동된다. 날씨 걱정은 접어도 좋다.
사실 FIFA는 뜻하지 않게 겨울 월드컵 덕을 봤다. 팬데믹으로 축구가 멈췄을 때, 월드컵 예선 일정도 완전히 꼬였다. 그럼에도 무리 없이 본선이 진행된 이유는 월드컵이 겨울로 미뤄지며 생긴 반년의 시간 덕분이었다. TV로 월드컵을 즐기는 우리에게는 경기 시간도 좋다. 서울과 카타르의 시차는 6시간이다. 빠른 경기는 우리 시간으로 저녁 7시에 시작한다. 결승전은 한국 시각으로 자정에 열린다. 업무 시간도 새벽도 아닌 ‘골든타임’에 월드컵을 볼 수 있다.
선수들에게 겨울 월드컵은 어떨까? 11월 말이면 유럽은 시즌이 한창이다. 반면 K리그, J리그 등 극동 지역은 시즌이 끝나가는 시기다. 그런 측면에서 K리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우리 대표팀 수비진의 컨디션은 불리할 수도 있다.

0232강 체제 묘미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월드컵

2026년부터는 월드컵이 완전히 바뀐다. 본선 진출국이 32개에서 48개로 확대된다. 조별리그 방식도 바뀌게 된다. 보다 많은 나라가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이 48강 시스템의 좋은 점이라면, 월드컵 경기력의 질적 하락을 걱정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런 의미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32강 체제의 밀도 높은 경기력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대회다.
32강은 모든 참가팀에게 최소 3경기가 보장되는 이점이 있다. 역대 16강 진출을 두 번 성공한 우리 대표팀에게는 32강 시스템이 나을 수도 있다. 참고로 월드컵 본선은 13개 팀으로 시작해 1954년에 16강, 82년에 24강, 98년에 32강 체제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03손흥민의 절정을 즐길 수 있는 월드컵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 더 이상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다. 역대 최고 스포츠 스타 반열에 오른 대표팀 에이스다. 직전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우리 대표팀 멤버가 되어 월드컵에 출천하는 일이 현실로 이뤄지다니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
손흥민은 92년생으로 올해 나이 30세다. 대표팀 은퇴 여부와 상관없이 월드컵의 개최 빈도를 고려하면 카타르 월드컵이 손흥민의 절정의 시기에 열리는 대회다. 손흥민은 지금껏 A매치 104경기에 나서 35골을 넣었다. 월드컵 본선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해서 매 대회 골을 기록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격침한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하면 박지성과 함께 각기 다른 3개의 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한 선수이자 역대 대표팀 월드컵 본선 최다골의 주인공이 된다. 손흥민과 같은 시대를 함께하며 월드컵에서 그의 활약을 라이브로 즐기는 것 자체만으로도 카타르 월드컵의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성적까지 좋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044년 임기를 온전히 채운 첫 감독의 성적은?

대표팀 감독을 흔히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과장이 아니다. 대표팀 감독은 수난의 역사다. 조광래, 베어백, 쿠엘류, 슈틸리케 등 국적과 경력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맡은 모든 감독들은 그들이 목표한 월드컵 종료까지 감독 자리를 버티지 못하고 대표팀을 떠났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는 독특하다. 4년의 임기를 꽉 채운 감독이다. 벤투의 능력을 차치하더라도 대한축구협회가 전례 없이 뚝심을 발휘했다. 감독을 흔들지 않으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본인의 색깔을 팀에 완벽히 입힐 수 있을까? 이를 통해 우리 대표팀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까? 한국 축구 최초의 실험이 카타르에서 결실을 맺는다. 최근 선수기용에 대한 팬들의 불만에도 벤투는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과연 벤투호는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05메시와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 우승 도전

잠깐 시각을 우리 대표팀에서 전 세계로 돌려보자. 우리 시대 축구 영웅들의 마지막 도전이 흥미롭다. 메시와 호날두는 역대 GOAT(Greatest Of All Time) 논쟁에 빠질 수 없는 선수들이다. 최근 15년 넘게 전 세계 축구계를 완벽히 풍미했던 두 명의 스타인 메시와 호날두는 각각 87년생, 85년생이다. 아직 대표팀 은퇴를 명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이번 월드컵이 이들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은 자명하다.
두 명에게 월드컵은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다. 선수 생활 내내 온갖 기록들을 양분한 그들이지만 월드컵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특히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축구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와 비교될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 월드컵 성적이다. 팀을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았던 마라도나를 월드컵에서 넘어서지 못했다.
두 명은 그들의 완벽한 커리어의 유일한 오점을 지우기 위해서 그리고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카타르에서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즐기면 된다. 우리 시대 축구 영웅들의 마지막 투혼을 눈에 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