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견

옥토끼 찾으러 나선

한국 첫 달 궤도선 ‘다누리’

한국도 달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8월 5일 오전 8시 8분, 미국 동부시간으로는 4일 오후 7시 8분에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발사장에서 한국 달궤도선 ‘다누리’를 실은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콘9’ 우주발사체가 굉음과 엄청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했다. 팰콘9은 발사 후 약 40분이 지난 뒤 고도 250km에서 다누리를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이후 다누리는 팰콘9와 분리되면서 얻은 추진력으로 ‘탄도형 달 전이(BLT) 방식’ 궤적에 진입했다. 곧바로 태양전지판을 펼치고, 지상국과 S-밴드를 통한 최초 교신과 초기 점검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발사 하루 뒤인 6일에는 보다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고이득 안테나’를 지구 쪽으로 조정한 뒤 X-밴드 통신도 성공했다. 다누리는 이제 달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4개월 정도의 외로운 항해를 해야 한다.
다누리는 달로 곧장 날아가지 않고 태양-지구-달의 중력을 이용해 이동하는 BTL 방식으로 이동하게 된다.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선이 달로 가는 방법은 달까지 곧장 날아가는 ‘직접전이’, 지구 궤도를 돌면서 고도를 차츰 높여 달 궤도로 진입하는 ‘위상전이’ 그리고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멀리 돌아서 달 궤도로 진입하는 ‘탄도형 달 전이(BTL)’ 방식이 있다. 1969년 7월 인류를 최초로 달로 보냈던 아폴로11호는 직접전이 방식을 이용해 달 궤도 진입에 사흘 가량 걸렸다. 그렇지만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 ‘BLT’ 방식을 선택했다.
다누리는 소형차와 비슷한 크기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82m, 2.14m, 2.19m이며 무게 678kg으로 국내외에서 개발한 6종의 탑재체가 실렸다. 국내에서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광시야 편광카메라(한국천문연구원), 자기장측정기(경희대학교), 감마선분광기(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인터넷 탑재체(한국전자통신연구원) 5종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한 섀도캠(ShadowCam)이다.
초기에 설정한 다누리의 무게는 550kg이었다. 그렇지만 탑재체 개발 과정에서 목표 중량을 맞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19년 9월 다누리 무게를 현재와 같이 678kg으로 상향 조정했다. 무게가 늘어났기 때문에 연료 소모를 아끼고 달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비행 방식도 BTL로 변경했다. 지구와 달까지 거리인 38만 4000km의 4배에 달하는 최대 156만km를 비행해 약 4.5개월 뒤인 12월 말에 달 궤도에 안착하게 된다. 직접 달로 향하는 방식에 비해 이동 거리와 시간은 늘어나지만 연료 소모량은 약 25% 정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신 거리가 멀어지면서 지상국과 탐사선 사이에 통신은 쉽지 않게 된다. 거리에 따라 통신 속도나 통신량은 정확히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다누리가 4개월 넘는 긴 항해를 하는 동안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BTL 궤적을 따라 비행해 달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9번의 궤적 변경 기동이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BTL 방식은 태양-지구-달의 중력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지만, 궤적 이탈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궤적을 수정해줘야 한다. 또 오는 12월 16일 달 궤도에 진입한 뒤에도 12월 31일에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km의 원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5차례의 추가 기동이 필요하다.
다누리가 임무 궤도에 안착하게 되면 2023년 1월 한 달 동안은 탑재체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초기 점검과 기능 시험을 진행한다. 특히 고해상도카메라, 섀도캠, 광시야 편광카메라의 영상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위성 영상의 오차와 왜곡현상을 조정하는 검·보정 작업도 이때 이뤄진다.
한국 첫 달 궤도선 ‘다누리’(KPLO)가 한국시간으로 8월 5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 버럴의 우주발사장 40번 발사대에서 스페이스X의 ‘팰콘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제공 : 스페이스X)

지난 7월 4일 다누리가 미국 플로리다 우주발사장으로 이송을 위해 컨테이너에 실리고 있다.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상 작동이 확인되면 내년 2월부터 12월까지 달의 남극과 북극 상공을 지나는 원 궤도를 하루 12번씩 돌면서, 6종의 탑재체를 이용한 다양한 과학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달 표면 전체 편광지도를 제작하고, 달-지구 간 우주인터넷 통신 시험을 세계 최초로 수행하고 향후 한국 달착륙선이 내려앉을 후보지 탐색, 자기장 측정, 달 자원 조사 등이다. 특히 나사에서 개발해 장착한 섀도캠은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위한 착륙 지점 탐색 임무를 맡는다.
다누리는 오는 12월 31일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km에 안착 후 여러 과학임무를 1년 동안 수행하게 된다. 임무 기간은 1년이지만 연료에 여유가 있는 경우는 운영 연장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임무 종료 예정 6개월 전인 내년 7월에 연장 여부와 함께 임무 종료 방안에 대해 최종 결정한다.
달 표면에 충돌시켜 임무를 끝내게 하는 대신 충돌 직전까지 영상을 확보하는 방안과 ‘달 동결궤도’(Frozen Orbit)로 전환하는 방안이 고려된다. 달 궤도선이 임무 궤도를 규칙적으로 돌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궤도 유지를 위한 기동이 필요하다. 이렇듯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유지기동 없이 고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궤도가 동결궤도이다. 실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2009년에 발사한 달정찰궤도선(LRO)은 목표 임무기간인 3년이 지난 뒤 동결궤도에 진입해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다.
다누리 발사 이후 한국은 2031년에 1.5ton급 이상 무인 달 착륙선을 발사해 자원탐사와 현지 자원 활용 같은 다양한 과학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다누리는 외국 발사체를 사용해 쏘아 올렸지만 한국 달 탐사선은 우리 손으로 개발한 ‘차세대 발사체’(KSLV-Ⅲ)를 이용해 나로우주센터에서 자력 발사하겠다는 계획이다. 4개월 뒤 다누리가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임무를 시작한다면 한국도 달을 넘어 화성과 심우주를 향한 탐험의 큰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8월 5일 오전 항우연 다누리 관제실에서 연구진이 다누리 발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8월 5일 오전 항우연 다누리 관제실에서 연구진이 다누리 발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