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첨단산업의 거점 된 ‘경제 수도’

인도 뭄바이

인도 서부 뭄바이의 풍광은 이채롭다.
인구 14억 국가의 변화상을 생동감 넘치게 지켜보는 듯하다.
인도의 최대 상업도시이자 경제 수도인 뭄바이는 최근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 최대기업들의 IT & 바이오 물결

뭄바이 시청

인도 뭄바이는 뉴욕에 비견되는 국제무역의 중심지다. 서양과의 교류가 활발했으며, 거대한 자본을 자양분 삼아 다양한 산업들이 앞다퉈 성장했다.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본사가 있는 곳도 뭄바이다. 아시아 최대 갑부로 명성 높은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뭄바이의 27층 빌딩 전체를 저택 삼아 거주중이다. 그는 딸 결혼식에 100대 넘는 전세기를 동원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 삼성 이재용 부회장 등 내로라하는 명사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화학산업이 주력이었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최근 정보통신기술산업에 이어 ‘이커머스’ 등 첨단 분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기업 페이스북(메타)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에 거금을 투자했다.
14억 인구의 인도는 2015년부터 ‘디지털 인디아’를 표방하며 IT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는 중이다. 그 중심의 한축을 뭄바이가 담당하고 있다. 금융과 제조업의 중심이었던 뭄바이는 델리, 벵갈루루와 함께 인도의 3대 ‘스타트업’ 도시로 변신중이다. 실리콘밸리를 주무를 정도의 세계적 석학들과 주요 IT 공과대학은 성장의 주요기반이 됐다. 뭄바이는 이루피(e-RUPI) 디지털 결제 등 인도 핀테크 산업의 핵심도시로도 부상하고 있다.
뭄바이에서 인근도시 뿌네로 이어지는 루트는 인도 첨단산업의 주축벨트로 도약했다. 뿌네에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인 인도혈청연구소(SII)가 설립돼 제약바이오 분야를 섭렵했으며, 자동차 제조사로 유명한 타타그룹 역시 생명과학산업에 힘을 쏟고 있다.

도시의 이면 간직한 ‘도비가트’ 빨래터

마린 드라이브

도비가트

경제의 용광로인 뭄바이를 한 꺼풀 들춰 보면 다른 이면을 지녔다. 북적거리는 도심과 세련된 거리의 뒷골목에는 슬럼가가 자리 잡았다. 뭄바이의 집값은 서울 못지않게 비싼데 도시의 근로자들 중 다수가 슬럼에서, 또 거리에서 생활하며 도시의 다른 한 면을 채우고 있다.
퀴즈쇼에서 억만장자가 된 빈민가 소년의 얘기를 다룬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카데미상을 8개 부문이나 휩쓸며 화제를 낳았다. 이 인도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뭄바이다. 영화산업이 성장한 뭄바이는 미국 할리우드에 빗대 ‘볼리우드(Bollywood)’ 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심 어느 곳보다 뭄바이에서 꼭 들려야 할 곳은 도비가트라는 거대한 빨래터다. 이곳은 카스트 제도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 천민’들의 일터로 빨래하는 사람인 도비왈라만 1,500여 명에 달한다. 영국 식민지 시절 군복을 한꺼번에 모아 세탁하던 곳이 그 기능을 이어오고 있는데, 수백 명이 동시에 빨래하는 모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뭄바이는 거리에는 ‘인디언 헬리콥터’로 불리는 오토릭샤가 바퀴 세 개를 달고 도심과 시장골목을 전천후로 누빈다. 뭄바이의 택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이드미러가 없는데, 인도 차들은 출시할 때부터 사이드미러를 다는 게 별도 옵션이다.

영화의 배경인 세계유산 기차역과 호텔

뭄바이 도심의 CST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뭄바이의 명물이다. 기차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기록된 경우는 드문 일이다. 1887년 완공된 역은 영국 식민지 시절 건축물 중 가장 우아한 것으로 손꼽힌다. 이 역을 통해 드나드는 뭄바이 사람은 하루 3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CST역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도 주요 배경이 됐다.
석굴사원으로 유명한 엘리펀트 섬이나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초호화 타지마할 호텔 역시 도시의 세월을 기록하는 주요 볼거리다. 바닷길을 따라 11km 떨어진 엘리펀트 섬은 450~750년에 걸쳐 조성된 석굴사원의 섬세한 조각상이 인상적인 곳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타지마할 호텔은 서구식 뼈대에 무굴 양식을 결합한 외관이 독특하며, 영화 ‘호텔 뭄바이’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다. 타지마할 호텔은 타타그룹의 설립자인 잠셋지 타타가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왕이 인도를 방문한 것을 기념해 세운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는 해변가에 들어서 뭄바이의 이국적인 풍광을 한껏 덧칠한다.
주말이면 현지인들이 몰려드는 곳은 뭄바이 서쪽 해변도로인 마린 드라이브다. 남쪽 나리만 포인트에서 말라바 언덕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로 이른 아침이면 산책을 하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로 해변길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뭄바이에서 손꼽히는 부호들의 고급 주택도 바로 이 마린 드라이브 코스 주변에 밀집돼 있다.
타지마할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