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ERI 이슈

국산 ‘지르코늄-89’, 말라리아 치료 위해 아프리카로

연구원, 남아공 ‘NECSA’에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Zr-89’ 첫 수출

넥사에 도착한 지르코늄-89와 연구진 모습

연구원이 남아공에 수출한 지르코늄-89

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6월 27일 ‘지르코늄-89(Zr-89)’를 남아공원자력공사(NECSA, 이하 넥사)에 수출했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수출한 첫 사례다. 연구원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박정훈 박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연계해 본 성과를 이뤄냈다.
말라리아(Malaria)는 매년 2억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감염자와 사망자 모두 95% 아프리카에 집중돼있다. 풍토병 퇴치가 절실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처음으로 아프리카 현지 신약 개발에 쓰인다.
넥사는 말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세포만 선택적으로 찾아내 제거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원에서 수출한 지르코늄-89를 도입하면, 몸속 감염 세포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치료에 필요한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휴대폰 GPS상 현 위치가 표시되듯, 방사성동위원소는 계속해서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방사성동위원소와 결합한 물질의 위치, 이동경로, 양 등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이유다. 같은 원리로 추후 넥사에서 개발한 치료제의 효능 검증에도 활용된다.
특히 지르코늄-89는 반감기가 3.3일로, 몇 시간에 불과한 다른 동위원소보다 몸속에 오래 머물며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 의료용 동위원소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 2021년 지르코늄-89를 대량 생산하는 자동화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지르코늄-89를 99.9% 고순도로 하루에 200 mCi(밀리퀴리) 이상 공급하는데, 이는 세계 최대 수출국인 네덜란드와 동등한 수준이다. 이번 수출 물량은 실험 1주기 분량인 10 mCi로 말라리아 감염세포 추적실험에 바로 활용된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의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CRP, Cooperative Research Program)의 지원을 받아 정기적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방사선이용·운영부 허민구 부장은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넥사와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및 이용연구에 대한 MOU를 맺었다”며, “협약의 일환으로 이번 수출을 무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 박원석 원장은 “이제 국산화를 넘어 국제시장 진출을 논의할 때”라며 “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기술로 세계인의 건강 복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방사선으로 폭발물을 찾아낸다’ 국내 최초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 개발

X-선과 중성자 동시 활용해 16종 물질 분별 가능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 개요도

폭발물과 같은 위해물품을 찾아내야 하는 공항에서는 화물 보안검색기가 필수다. 특히 포장을 뜯지 않고 화물 내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X-선 검색기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기존의 X-선 화물 보안검색기는 화물의 모양만 확인할 수 있었고, 최근에는 이중에너지 X-선을 활용하지만 유기물과 무기물의 단순한 구별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X-선과 중성자를 동시에 활용해 16종의 물질 분별이 가능한 항공 화물용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사선기술개발사업을 통해 2017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 ㈜오르비텍과 공동으로 물질 분별이 가능한 화물 보안검색기 개발 연구에 착수해 물질 분별 검증에 성공했다.
연구원이 개발한 항공화물용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 시작품

이번에 개발한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는 6 MV X-선과 14.1 MeV 중성자를 동시에 활용한다. 철, 구리, 흑연, 음식물, 플라스틱 등 금속과 비금속은 물론 무기물과 유기물을 포함한 16종 물질을 분별해 낼 수 있다. 물질에 X-선을 조사하면 무거운 물질일수록 X-선이 잘 투과되지 않는다. 중성자는 수소, 탄소 등 가벼운 원소가 많이 포함된 물질일수록 투과 정도가 낮다. 연구진은 물질별로 X-선과 중성자의 투과 정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다. 또한 연구진은 X-선과 중성자의 투과 정도를 계산해 물질을 분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에 적용해 16종 물질 분별에 성공했다. 물질별로 고유색을 지정해 물질 분별 결과를 시각화하여 빠른 판독도 할 수 있다. 또한 항공 화물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LD3 규격(2m×1.6m×1.5m)의 컨테이너를 2분 이내에 검사해 신속한 화물 보안검색이 가능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016년도에도 보안검색용 전자가속기 설계와 방사선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해 X-선 컨테이너 검색기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 개발한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는 기존의 X-선 기술에 중성자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연구원은 향후 한국공항공사 등과 협의를 통해 현장 실증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책임자인 방사선반응모델연구실 채문식 박사는 “우리 연구원의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는 MV급 X-선과 고속중성자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비”라며, “항공화물 등의 보안검색 연구뿐만 아니라 물성 분석이나 중성자 분석, 계측 연구의 테스트베드로도 활발한 활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