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용을 유명해지게 한 지전설은 〈의산문답〉에 실려 전해지는데 그는 여기서 “지구는 회전하면서 하루에 일주한다. 땅 둘레는 9만 리이고 하루는 12시이다. 이 9만 리의 거리를 12시간 만에 달리기 때문에 그 움직임은 벼락보다 빠르고 포환보다 신속하다”라고 하여 김석문의 것과 유사한 내용의 지전설을 주장했다.
홍대용의 이론은 금성, 수성, 화성, 목성, 토성 등의 행성은 태양 둘레를 돌고 태양과 달은 지구의 둘레를 돈다는 티코 브라헤의 체계를 바탕으로 한 우주관에 지전설만을 덧붙인 것이었다. 따라서 홍대용의 지전설은 독창적인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는 “지전설은 송나라 장횡거가 그 원리를 조금 밝혀냈으며, 서양 사람도 배에 타고 있으면 배가 나아가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주행안행설로서 추설해냈다”고 하여 지전설을 서양천문학을 통해서 알게 되었음을 밝혔고, 아울러 이 설이 이미 송나라 시대에 제기되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홍대용의 우주관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무한우주론’이다. “우주의 뭇 별들은 각각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고 끝없는 세계가 공계에 흩어져 있는데 오직 지구만이 중심에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그의 무한우주론이다. 이 이론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실로 대담하고도 독창적인 것이었다. 물론 고대 선야설이 무한의 공간을 상정하기도 하고 장횡거의 우주관도 이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었지만, 홍대용처럼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따라서 “지구가 칠정의 중심이라 한다면 옳은 말이지만, 이것이 바로 여러 성계의 중심이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물에 앉아 하늘 보는 소견이다”라는 인식론적 대전환을 제기했다는 측면이 과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