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견

편견과 선입견이

위험한 이유

뇌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경험과 편견을 선호한다고 한다.
출처: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크고 작은 총기 난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올해에만 미국에서는 약 239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256명이 사망하고 1,010명이 부상했다. 또 하루 평균 110명 정도가 각종 총기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도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하자 애리조나 주의 한 소방관은 최근 아이들을 위해 책가방에 끼우는 방식의 방탄조끼를 개발했다는 ‘슬픈’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미국 의회도 총기 소지에 제한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와 총기 소지 찬성론자들은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수정헌법 2조를 거론하며 무기 소지와 휴대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수정헌법 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주() 안보에 필수적인 만큼 무기 소지와 휴대하는 국민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라는 민병대 구성을 위한 법 조항이다. 세계 최강 군대를 가진 미국이 300여 년 전 구닥다리 법을 근거로 무기 소지 허용을 주장하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어쨌든 전문가들에 따르면 많은 총기 난사 사건 대부분은 편견에 사로잡혀 벌어진 증오범죄다.
총기 난사 사건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팀은 선입견 때문에 이민자들이 취업 시장이나 주택 시장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6월 9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17년 11월 8일부터 15일까지 부동산 어플리케이션에 올라온 스톡홀름 주변 아파트 임대 광고 620개에 대해 1,240장의 임대 신청서를 주인이나 부동산업체에 보냈다. 연구팀이 보낸 가상의 임대 신청서에는 하나의 항목을 제외하고는 신청자가 대학 졸업 이상 고등 교육을 받았으며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도록 작성됐다. 연구팀이 차이를 둔 항목은 ‘이름’이다. 스웨덴, 동유럽, 아시아, 아랍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요한 앤더슨, 밀란 믈라데노비치, 왕 용, 알리 하산 같은 식이었다. 연구팀은 아파트 광고 하나에 스웨덴인처럼 보이는 이름으로 된 신청서와 이민자나 외국인이란 느낌을 주는 이름으로 작성된 신청서를 보낸 뒤 주인이나 부동산업체의 콜백 비율을 확인했다. 그 결과, 스웨덴인(요한)처럼 보이는 이름으로 작성된 신청서의 콜백 비율은 39%로 가장 높았고, 동유럽인(밀란)과 아시아인(왕 용)처럼 느껴지는 이름의 콜백 비율은 31%로 같았다. 그렇지만 아랍 무슬림처럼 느껴지는 ‘알리’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신청서에 대한 콜백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2010년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번 연구 결과와 거의 같았다. 사회적으로 형성된 편견은 쉽게 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11일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기 규제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출처: 로이터)

또한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연구팀은 언어가 주는 편견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를 했다. 메타분석은 특정 주제와 관련된 선행연구의 결과들을 종합, 재분석한 후 계량화해 새로운 결론을 내리는 연구방법론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언어 사용에 따른 성별에 대한 선입견을 재확인했다. ‘여성 정치인’, ‘여성 과학자’, ‘여성 사업가’ 같은 단어들은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거나 보기 드문 사례라는 것을 암시할 수 있다고 해서 최근에는 성 중립적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성 중립적 단어가 성평등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사업가, 외과의사, 목수, 엔지니어 같은 단어들은 성 중립적이지만 남성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간호사라는 단어는 여성을 연상시킨다. 성 중립적 단어 사용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남성이 지배적인 분야에서는 여성의 성공이나 진출을 강조하기 위해 오히려 성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행동과학자 스타브 아티어 교수는 “성별이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을 때 종종 고정관념이 그 공백을 매운다”며, “성별을 강조하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경우 고정관념을 강조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언어는 편견과 선입견을 강화할 수도 있고, 완화시킬 수도 있는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미드 ‘실리콘 밸리’의 한 장면(IMDb 제공)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편견’(偏見)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선입견’(先入見)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으로 설명되고 있다. 두 단어는 같은 듯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편견은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는 생각이고, 선입견은 특정 대상에 대해 처음 잘못된 입력으로 인해 만들어진 생각으로 주관적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쏟아지는 많은 정보는 물론 TV, 라디오, 신문 등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도 편견이나 선입견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뇌과학에 따르면 사실 인간의 뇌는 객관적 감각보다 경험과 편견을 선호하고 비합리적 선택을 사후에 정당화하는 데 익숙하다고 한다.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편견에 뇌를 저당 잡히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