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미래형 트램이 오가다

프랑스 니스

니스를 품은 꼬뜨다쥐르 지방은 1년 중 300일 햇살이 내려쬐는 남프랑스의 땅이다.
태양과 바다, 도시에 반해 샤갈과 마티스 등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바다향 짙은 이방인들의 거리에 미래형 트램이 오간다.

전선 없이 달리는 저상 트램

리비에라 해안의 모습

니스를 품은 리비에라 해안의 바다는 아득하다. 낮은 건물들이 파도의 포말과 어우러져 수평선까지 맞닿아 있다. 화가 마티스는 ‘모든 게 거짓말 같고 참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이다’고 니스를 찬미했다.
니스의 명물 중 하나는 노면전차인 트램이다. 장 메드생 거리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트램의 모습은 독특하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목조 트램이 전선 따라 이동하는 투박한 외관을 지닌 데 반해, 니스에서는 바닥에 달라붙은 매끈한 미래형 트램이 오간다.
전력선이 없어 ‘무가선’ 트램으로 불리는 니스의 트램에는 2차전지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트램이 정류소에 머물 때 지붕이나 바닥을 통해 고속 충전된다. 얼키설키 얽힌 전선이 없는 트램은 관광도시 니스의 미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데 일조했다. 2차전지형 저상 무가선 트램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니스에서 운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램은 고풍스러운 구도심, 세련된 마세나 광장과 조화를 이루며 오간다. 자동차 출입이 제한되는 마세나 광장 앞은 트램길을 따라 예술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니스 해변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휴양과 연구를 겸비한 과학단지도 들어섰다.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첨단 과학기술 연구소와 IT 바이오 관련 1,3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휴양과 레저까지 겸비한 꿈의 소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햇살 눈부신 해변과 구시가

 ‌니스의 무가선 트램

니스 구시가지

니스의 해변과 골목 곳곳은 햇살에 몸을 맡긴 이방인들로 채워진다. 이들은 해변 벤치에 나란히 몸을 기댄 채 태양에 부서지는 코발트블루 색의 바다를 본다. 그리고 바다만큼 깊은 상념에 빠진다.
분수와 높게 솟은 동상이 인상적인 마세나 광장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니스의 중심이자 경계가 된다. 마세나 광장은 매년 니스 카니발이 열리는 화려한 공간이다. 광장에서 해변으로 연결되는 ‘프롬나드 데 장글레’는 산책을 부추긴다. ‘영국인의 산책로’라는 의미의 해변은 예전 영국 왕족이 길을 가꾸고, 영국인이 정착해 붙은 이름이다.
구시가 살레야 광장에는 꽃시장과 벼룩시장이 살갑다. 낯선 가게에서 기울인 커피 한잔에는 바다 향과 담백한 건물 빛이 녹아들었다. 이곳 골목길에서는 마주치는 간판 하나, 문패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길가에 내걸린 엽서와 수공예품 역시 분위기가 다르다. 힘겹게 오른 구시가 꼭대기의 콜린성 공원은 니스 최고의 전망을 선사한다.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쇼핑 타운인 장 메드생 거리는 여행자의 발길을 오랜 시간 사로잡는다.

미술가의 온기가 서린 골목

 생폴드방스의 거리

더욱 한적하게 예술의 향기에 취하고 싶다면 니스가 품은 마을인 생폴드방스를 두드리자. 마을은 첫 인상부터가 바깥세상과의 단절의 이미지가 깊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한가운데에는 교회당이 우뚝 선 고즈넉한 풍경이다.
샤갈, 르누아르, 마네, 마티스, 브라크,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 1900년대 초반 니스와 생폴드방스를 찾아 몸을 기댔던 아티스트들의 면면들이다. 거리에는 이들 예술가들이 숙박료 대신 그림을 제공하고 묵었다는 호텔이 자리했고, 돌담으로 성기게 단장한 제법 규모 있는 미술관도 위치했다.
생폴드방스의 터줏대감이었던 샤갈은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여 년 간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그가 산책했던 골목길과 언덕 아래 코뜨다쥐르의 아름다운 풍광들은 작품의 소재가 됐다. 이곳 예술가들의 삶터이자 작업실인 갤러리는 70여 개에 이른다. 프랑스의 명배우인 이브 몽탕은 생폴드방스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밀월여행으로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칸, 영화의 숨결이 깃들다

니스에서 시작된 리비에라 해안길은 앙띠브를 거쳐 칸으로 연결된다. 차창에 비낀 바다와 마을은 쪽빛이다. 로마인의 역사가 서린 앙띠브는 피카소의 아틀리에로 유명해진 곳이다. 작고 아담한 해변마을에서는 매년 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또한 칸은 영화제의 도시답게 기차역부터 현란하다. 플랫폼에는 영화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붙어 있고, 영화제 기간을 전후로 도시 전역이 들썩거린다. 칸의 숙소는 일찌감치 동이 나고, 인근 니스까지 덩달아 축제의 영향을 받는다.
칸의 거리들은 한 템포 더디게 흘러간다. 가로수들은 종려나무와 붉은 꽃들로 단장됐고 그 아래로 꼬마열차가 지난다. 부티크 숍들로 채워진 바닷가 크루아제트 거리는 선명함이 강렬하다. 패션이 예사롭지 않은 여행자들이 곳곳을 활보하며,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이 해변 산책로에 새겨져 있다. 칸에서는 쉐케르 전망대에 오르거나 생트 마르그리트 섬으로 향하는 유람선에 기대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칸영화제 포스터

칸의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