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견

제철 음식,

몸에 좋은 음식의 원리

봄의 절정이자, 여름의 길목에 들어서는 5월은 그야말로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때이다.(픽사베이 제공)

1년 12달 사계절을 기계적으로 나누면 봄은 3월부터 5월까지이다. 3월에 봄이 시작한다고 하지만 개화와 함께 공기의 냄새가 달라지는 것은 4월부터요, 봄의 절정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이다. 물론 지구온난화로 인해 십여 년 전부터는 3월까지 꽃샘추위 때문에 겨울이 계속되는 것 같고, 4월 초 반짝 봄이 있는 듯싶다가 5월에는 여름의 시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더워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4월 10일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낮 기온이 25도 가까이 올라가면서 4월 상순 중 역대 가장 더운 날씨로 기록된 곳들이 많았다.
어쨌든 옛 사람들은 봄이 되면 작은 소리로 노래를 읊조리며 천천히 걷는 ‘미음완보’(微吟緩步)를 했다고 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움직여 환절기 적응을 위한 합리적인 행동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던 우리에게도 미음완보는 필요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봄이 되고 계절이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과 함께 계절에 맞는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 불규칙한 식생활로 건강이 망가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음식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논문들이 일주일에도 서너 건씩 눈에 띈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영양학과, 하버드 의대 역학과, 브리검 여성병원 원격의학부와 예방의학부, 보스턴 조슬린 당뇨센터 공동 연구팀은 동물성 지방이나 가공육 대신 식물성 지방이 풍부한 아보카도를 일주일에 2번 이상 섭취하면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질환과 관상동맥 심장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에 3월 30일 발표했다.
음식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들이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분위기에 따라 봄꽃이 활짝 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4월 상순으로 기록된 4월 10일 제주시 오라동 동성길에 벚꽃과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다.(연합뉴스 제공)

연구팀은 국립보건원(NIH)이 수행한 ‘간호사 건강연구’에 참여한 30~55세 여성 6만 8,780명과 하버드대에서 실시한 ‘건강전문가 후속연구’에 참여한 40~75세 남성 4만 1,700명에 대한 건강 관련 정보를 30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마가린, 버터, 치즈, 소시지, 베이컨 등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보다 하루에 아보카도 0.5~2개를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꾸준히 섭취하는 사람은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발병 가능성이 16~22%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은 말린 자두를 하루 6~12개씩 매일 섭취하면 체내 염증을 줄이고 갱년기 증상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4월 2~5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실험 생물학 2022’ 연례 콘퍼런스 생리학 분과에서 발표했다. 실험 생물학 콘퍼런스는 해부학,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조사 병리학, 약리학, 생리학 5대 분야 학회와 관련 산업분야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생명과학 분야 최대 학술행사로 꼽힌다.
연구팀은 골밀도가 낮은 폐경 전후 여성을 세 집단으로 나눠 한 그룹은 1년 동안 매일 건자두 50g(6개), 다른 그룹은 매일 100g(12개)를 섭취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건자두를 먹지 않도록 했다. 1년 뒤 혈액검사와 각종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건자두를 꾸준히 섭취한 여성들은 건자두를 먹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체내 염증 지수는 낮아졌고, 골밀도는 1년 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자두 속 폴리페놀 성분이 노화와 함께 증가하는 체내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가하면 미시건 앤아버대 의대 연구팀은 ‘실험 생물학 2022’ 콘퍼런스의 조사 병리학 분과에서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등 영양소가 모두 포함된 종합비타민이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지방간은 음주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식생활 변화에 따른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도 늘고 있다. 특히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는 소아 비만 등의 이유로 소아 청소년들에게서도 나타는 경우가 관찰되고 있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채소와 과일 중심 식단, 규칙적 운동이 거의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고지방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해 비알콜성 지방간 상태를 만든 뒤,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집단은 식생활 개선과 함께 종합비타민을 섭취하도록 했고 다른 집단은 식단만 개선한 뒤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식단 개선과 함께 종합비타민을 규칙적으로 복용한 생쥐들이 식단 개선만 한 생쥐들보다 간의 정상 회복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픽사베이 제공)

이뿐만 아니다. ‘실험 생물학 2022’ 콘퍼런스에서는 식품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메인대 식품농업학부 연구팀은 야생 블루베리에서 추출한 페놀 추출물이 상처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야생 블루베리 추출물이 함유된 약물로 치료하고 다른 그룹은 상처 치료에 쓰이는 일반 약물을 사용해 치료효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야생 블루베리 추출물이 포함된 물질로 치료받은 생쥐들은 상처 세포의 회복 속도가 일반 약물 치료 생쥐들보다 12% 빨라지는 것이 관찰됐다. 야생 블루베리는 세포 회복, 새로운 혈관 생성 같은 치유 효과가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이런 연구 성과를 보면 당장 그 음식이나 건강보조제를 구해 먹어야 될 것처럼 생각된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도 많지만 연구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이런 연구 결과들을 접할 때 생각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과연 음식이나 건강보조제만으로 건강이 좋아질까 하는 것이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은 평소 식단을 건강한 음식들로 바꾸고, 적은 시간이라도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할 때 생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