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우주 소립자로 밝혀낸
피라미드의 비밀

이집트 기자지구

이집트 기자지구는 피라미드의 비밀을 간직한 도시다.
4,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기자지구의 피라미드들은
축조법, 내부 구조 등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피라미드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며 우주의 과학 기술까지 동원되고 있다.

소립자 ‘뮤온’으로 들여다 본
쿠푸왕 피라미드

기자지구 피라미드
이집트 기자지구의 피라미드 중 가장 크고 오래된 피라미드는 쿠푸왕의 피라미드다. 원래 높이가 145m이었으며, 쌓인 석재들만 200만 개인 거대 규모를 자랑한다.
쿠푸왕 피라미드의 비밀스러운 내부 구조는 오랜 세월 호기심의 영역이었고, 고고학자들은 피라미드 내부 발굴에 긴 시간을 투자해 왔다. 최근 쿠푸왕의 피라미드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의 공간’이 새롭게 확인되며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다. 발견된 방은 한 변이 30m에 이르는 대형 회랑으로 피라미드를 훼손하지 않은 첨단 과학이 동원된 것도 큰 화제였다.
피라미드의 돌무더기 속에서 커다란 방을 발견해 낸 주역은 우주의 소립자로 알려진 ‘뮤온’이다. ‘뮤온’은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과 충돌할 때 형성되는 무수한 소립자 중 하나다. 뮤온은 두꺼운 돌을 통과할 정도로 투과력이 좋으며, 물질을 통과할 때 입자 수와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는 독특한 성질을 지녔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내부 촬영을 위해서 뮤온 검출기가 이용되었고, 고대 보물을 훼손하지 않고도 새로운 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검출기에서 얻어낸 정보로 구현된 3차원 영상에서는 대형 회랑의 크기가 별도의 건물 한 채가 들어갈 정도로 대규모임을 보여준다. 우주 과학의 산물인 소립자가 수천 년 세월을 넘어 고대 피라미드의 베일을 걷어낸 역할을 해낸 셈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낙타 몰이꾼 옆의 피라미드

기자지구의 피라미드는 수도 카이로에서 13km 외곽에 들어서 있다. ‘삼각의 건축물’은 세계 7대 불가사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진귀한 보물들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왕이 죽으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고 태양신과 함께 하늘을 순회한다고 믿었다. 피라미드에 대한 발굴과 연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활발하게 계속되었지만 정확한 축조법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있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피라미드는 70여 개가 넘는다. 그중 카이로 외곽, 기자지구의 3대 피라미드는 가장 빼어난 것으로 손꼽힌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부터 카프라왕,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 등 사막 위에 세 개의 무덤이 도열해 있다. 그중 대 피라미드로 알려진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기원전 2,650년경 전 만들어진 것이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10만 명이 동원돼 20여 년 동안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왕국의 흔적 깃든 각양각색의 피라미드

피라미드들은 보는 위치와 높이에 따라 표정이 다르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바위 하나하나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윤곽도 변한다. 낙타 몰이꾼 옆에 무심한 듯 늘어선 돌덩이에는 지난 세월의 온기가 전해진다. 이집트 원정에 나섰던 나폴레옹은 쌓여진 돌들을 바라보며 프랑스 전 국경에 장벽을 세워도 부족하지 않겠다고 감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라미드가 전통적인 삼각탑 형태만 지닌 것은 아니다.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피라미드의 모양은 지역에 따라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기자지구 인근인 사카라의 조세르왕 피라미드는 계단식으로 되어 있으며, 다쉬르는 한쪽 변이 굴절되고 벽돌색이 붉은 피라미드로 유명하다. 이 일대의 피라미드들은 고대 왕국이었던 멤피스의 영화로움을 반증하고 있으며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기자지구 피라미드를 관광하는 사람들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거대 덩치 스핑크스와 아흐라무 거리

피라미드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유적이 스핑크스다. 기자지구의 피라미드를 지키는 스핑크스는 길이 57m, 높이 20m의 덩치를 자랑한다. 아랍인들의 침입 때 코가 잘리고 영국에 수염도 빼앗긴 뒤로는 다소 애처로운 모습이 됐다. 기자지구에서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배경으로 야간에는 ‘소리와 빛의 쇼’가 펼쳐진다.
피라미드에서 나서면 복잡한 거리가 형성돼 있다. 현지인들은 아흐라무 거리, 여행자들은 피라미드 거리라 부르는 곳이다. 이집트의 각종 맛집들과 상가들, 전 세계 패스트푸드점들이 거리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기자지구에는 이집트 대박물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투탕카멘의 유물 등 카이로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던 보물들이 다수 이곳으로 이전했다.
기자지구와 아득한 길로 연결되는 수도 카이로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나일강 물줄기는 대도시의 마천루를 따라 유유히 흐른다. 6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칸 엘 칼릴리 시장은 여행자들의 아지트로 카펫, 향신료, 수공예품 등 수만 가지 물건들을 판다. 나일강 크루즈는 피라미드와는 또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도시의 밤을 장식한다.
 카이로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