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원연이

핵무기화 걱정 없는 핵연료 개발

저농축우라늄으로 연구로의
뛰어난 성능을 유지하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벌어지는 사고와 관련된
영화를 보다보면
원전의 위험성을 느끼며 누군가
이곳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핵무기도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니
원자력 발전소를 탈취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핵연료를 개발할 수는 없을까.
핵무기는 농축도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이 있어야만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요. 이를 이용하면 핵연료의 부피를 줄일 수 있고, 밀도를 따로 높이지 않아도 고성능을 발휘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핵연료가 핵무기로 악용될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1978년, 국제사회는 연구로 고농축우라늄 감축을 위해 ‘RERTR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핵비확산 정책에 따라 2023년부터는 고농축우라늄 공급을 아예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연구로의 뛰어난 성능은 유지하되, 저농축우라늄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연구원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습니다.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심분무 핵연료 분말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특정 금속 합금을 고온의 진공상태에서 녹인 다음, 고속으로 회전하는 원판 위에 분사하면 원심력에 의해 미세하고 균일한 분말이 대량 생산되는 원리인데요. 2018년부터 해당 기술을 이용해 고밀도 저농축 U3Si2(우라늄 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밀도를 높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라늄 합금 고온 용해, 우라늄과 산화 반응이 최소화될 수 있는 세라믹 도가니 설계, 다양한 조건에서 금속 분말 제조가 가능한 고속 회전 디스크 기술 등 고난도 기술의 총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벨기에는 연구원에서 개발한 고밀도 저농축 U3Si2 핵연료가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해도 원심분무 기술이 적용되어 쉽게 고밀도로 핵연료 제조가 가능하고 고성능 연구로의 높은 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는데요. 이에 벨기에 원자력 연구소에서 보유 중인 BR2 연구로에서의 성능 검증시험을 공동연구로 수행하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2021년 4월부터 2025년까지 약 5년 동안 연구원에서 개발한 고밀도 저농축 U3Si2 핵연료를 제조한 다음, 벨기에로 운반해 BR2 연구로에서 두 번에 걸쳐 극한 환경에서의 조사 시험이 수행될 예정입니다. 이후 핫 셀로 이동하여 핵연료의 안전성 및 건전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우라늄과 실리콘을 도가니에 넣고 용해와 주조 과정을 거친 다음, 절구통에 넣어 빻으면 쉽게 분말로 만들어졌던 기존의 U3Si2 핵연료. 하지만 모양이 불규칙하고 제조공정상 불순물이 많아 판형핵연료로 제조할 때 핵연료판 내부 분말의 일정한 배열이 어려워져 불량이 자주 발생했는데요. 연구원에서는 원심분무 기술을 적용하여 U3Si2 합금분말의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핵연료 분말 제조 공정 이후에는 고밀도의 핵연료판을 제조하고 이를 모아 판형핵연료 집합체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현재 고밀도 U-Mo(우라늄 몰리브덴) 판형핵연료를 위한 제조 공정 개발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U-Mo 판형 핵연료 제조 기술을 접목하여 고밀도 저농축 U3Si2 핵연료 제조 기술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핵연료 성능 검증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벨기에 원자력 연구소의 고성능 연구로인 BR2에 미국 BWXT, 프랑스 FRAMATOME과 같은 고밀도 저농축 U3Si2 핵연료 공급 입찰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전 세계 연구로에 핵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데요. 글로벌 공급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연간 약 3천억 원 규모로 알려진 연구로 핵연료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매년 최소 2~3백억 원 규모로 시장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