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지구의 미래, 빙하를 만나는 도시

미국 알래스카 주노

지구의 온난화와 함께
늘 주목받는 대상이 얼어붙은 빙하다.
미국 주노(Juneau)는 알래스카주의 주도이자
대표도시로 빙하를 탐방하는 뱃길에 만나는 곳이다.

지구온난화, 빙하 조사의 관문

주노의 마을을 찾은 사람들

알래스카는 육지 속 빙하와 바닷가 빙하가 공존하는 땅이다. 알래스카의 주도인 주노는 멘던홀 빙하계곡과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물리해양학자들은 빙하를 연구하며 지구의 미래를 가늠하는 열쇠를 찾는다.
지구온난화로 이곳 빙하는 녹아내리고 있다. 빙하 조사에는 과학적 기법들이 대거 동원된다. 음파탐지기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빙하 해저의 유속을 측정해 녹아 흘러내리는 총량을 추산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 러트거스대 연구진은 주노 남쪽 르콩트 빙하에서 자율운항(AI) 선박기술을 이용한 무인 특수카약으로 빙하의 해저 부분이 녹는 융빙률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조사 결과 빙하의 융빙률은 기존 예측치보다 100배 정도 빠르게 녹아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위성을 통해 빙하가 밀려 내려오는 속도인 ‘빙하 서지’와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짐)를 관측하기도 한다. 빙하학자들은 최근 알래스카 멀드로 빙하가 100배나 빠르게 밀려 내려온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빙하의 유실을 전체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한다.
빙하가 지금처럼 녹아내리면 향후 100년 뒤의 지구 해수면은 대륙을 범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광과 원주민의 흔적 서린 마을

알래스카의 풍경

빙하를 만나는 도시인 주노는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육로 교통이 막힌 외딴 땅이다. 1,000여 개의 섬과 피오르드 해안선을 따라 항해하면 주노의 도심과 포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노의 마을들은 옛 빙하가 녹아내린 비탈진 땅에 터를 잡은 모양새다. 경사진 언덕길은 주노의 오후 산책이 안겨주는 색다른 단상들이다. 알래스카에서 처음으로 금맥이 발견된 주노는 식민지 자치령에서 1906년 미국의 주도가 됐다. 도심 골목은 외지인과 원주민들이 공존하는 이채로운 풍경이다.
주노의 골목은 알래스카의 과거를 반추하게 만든다. 옛 알래스카 주지사 관저에는 원주민의 토템 폴이 들어서 있다. 이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세인트 니콜라스 러시아 정교회와 실물 독수리 둥지가 전시된 알래스카 주립 박물관 등은 주노에 얽힌 회상을 돕는다. 주노 시청사 담장은 인디언을 형상화한 벽화들이 빼곡하게 채운다.

개썰매 오가는 멘던홀 빙하계곡

해 질 무렵, 주노의 중심 시가지에 가면 앙증맞은 가게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창밖으로는 계절을 배웅하는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 옛 알래스카 인디언들은 ‘포틀래치’라는 마을잔치를 위해 한 해 동안 번 돈을 흔쾌히 털어 넣었다고 한다. 고요하고 나지막한 도시는 대형 크루즈가 정박하는 날이면 온종일 들썩거린다. 그 번잡한 일상이 변해버린 모습은 마치 그들의 포틀래치 축제를 닮았다.
주노의 북쪽 외곽은 멘던홀 빙하계곡까지 이어진다. 헬기를 타고 올라 마주하는 멘던홀 빙하에서는 개썰매를 탈 수 있다. 멘던홀 빙하에서는 정해진 길이 아니면 함부로 빙하를 밟고 다닐 수 없다. 빙하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기 위한 배려와 노력이다.
주노는 고래 투어의 출발 포인트이기도 하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고래 구경은 신난다. 대부분 크고 작은 망원렌즈를 들고 고래 탐방선에 오른다. 탐방선은 링컨 아일랜드까지 고래를 보러 나선다. 운이 좋으면 북극곰과 상어를 잡아먹는다는 킬러 고래를 만날 수 있다.
멘던홀 빙하의 개썰매

멘던홀 빙하에서 타는 헬기

세계유산인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

주노 포구에서 출발한 대형 크루즈들의 목적지는 알래스카의 얼음 바다다. 주노는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을 만나는 최종 경유지의 의미가 짙다. 존스 홉킨스 빙하, 퍼시픽 빙하 등을 아우르는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실제로 녹아서 붕괴되는 빙하의 모습과 소리를 알래스카 크루즈 선상에서 체험할 수 있다.
수억 년 동안 겨울잠을 자고 있는 빙하는 햇살 아래 청아한 빛을 띤다. 알래스카 남동부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의 빙하들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부풀어 올랐다 스러지기를 반복한다. 빙하는 알래스카 원주민들에게는 ‘신의 자식’으로 불리는 영험한 존재다. 빙하 뒤로는 페어웨더 산맥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빙하는 소리로 첫인상을 남긴다. 거대한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굉음은 파문을 만들어내고 소리는 뱃전까지 밀려든다. 이곳 바다 앞에서만큼은 빵조각, 담배 연기까지 엄격하게 규제된다.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비닐, 스티로폼 재질 등은 아예 갑판으로 입장 금지다. 빙하를 만난 여운은 수평선 너머 별이 뜰 때까지 아득하게 이어진다.
글레이셔베이 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