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지구에서 가장 화성을 닮은 땅

서호주

지구에서 화성과 가장 유사한 지형을 간직한 곳은 어디일까.
바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서쪽인 서호주 지역이다.
호주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서호주)는
남서쪽 퍼스 주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막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광활한 황무지에는 우주과학의 궁금증을 풀어줄 열쇠가 담겨 있다.
화성과 가장 유사한 도시, 서호주

NASA의 우주과학자들이 찾는 황무지

서호주의 사막지형은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과학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나사의 우주과학자들은 화성 탐사의 사전연습을 위해 지구에서 화성과 가장 닮은 땅을 찾아 왔다. 그중 최적합지로 꼽힌 곳이 서호주 북쪽 지역이다. 서호주 북부의 필바라 일대의 사막 속 퇴적 지형과 미생물의 흔적 등이 화성과 유사한 조건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성공적인 화성 탐사를 위해 해마다 이곳 서호주를 찾아 사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화성 탐사 훈련에는 탐사 로봇, 정찰용 드론, 우주복 등이 총동원된다. 실제로 화성에 착륙했을 때와 동일한 조건으로 반복 연습해 오차와 경우의 수를 최소화하는 훈련을 한다. 우주의 탐사로봇은 원자력 전지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호주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 생명체의 흔적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광합성 미생물의 퇴적층인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서호주 샤크만 해안과 사막 퇴적 지대에서 발견됐다. 스토로마톨라이트는 37억 년 전 지구상에 고대 생명체가 살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귀중한 자료다. 우주과학자들은 붉은색의 산화된 서호주의 땅에서 화성의 비밀 열쇠를 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색 사암 지형 ‘벙글벙글’의 관문, 브룸

이색 사암 지형 '벙글벙글'

서호주 북부 이색 지형의 중심이 되는 도시가 브룸이다. 필바라 지역의 북단에 있는 브룸은 호주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킴벌리 고원과 푸눌룰루 국립공원을 연결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푸눌룰루 국립공원의 사암 지형인 벙글벙글은 비행기를 타고 창공에서 내려다보면 기괴한 지형으로 보인다. 벙글벙글은 2억 5천만 년 전에 형성된 사암 지형으로, 바닷속 지형이 해수면이 낮아지며 반복된 침전으로 주황색 사암 단층과 검은 줄무늬를 지니게 됐다. 벙글벙글의 또 다른 이름인 푸눌룰루라는 명칭은 원주민 말로 ‘모래 바위’라는 뜻을 간직하고 있다.
벙글벙글은 뒤집어 놓은 벌통이나 외딴 혹성의 표면 모양 같기도 하다. 사암 지형인 캐서드럴 협곡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서면 영겁의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낸 협곡과 물웅덩이 등이 경외감을 자아낸다. 벙글벙글의 주인인 원주민들은 오랜 모래의 땅에 암각화를 새겨놓으며 자신들의 삶터에 흔적을 남겼다. 벙글벙글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브룸의 창공

푸눌룰루 국립공원

진주잡이 다이버들의 사연 담긴 도시

진주잡이 벽화

원주민의 터전이었던 브룸은 1880년대부터 진주잡이의 땅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곳 자연산 진주의 가치가 소문나면서 진주 채취를 위해 아시아 곳곳에서 다이버들은 찾아들었고, 한때 세계 진주의 80%를 채취할 정도로 명성 높았다.
브룸 시내에 들어서면 생경한 도시 풍경과 맞닥뜨린다. 1916년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영화관이 브룸에 있다는 사실은 의외다. ‘선 픽처스’라는 노천 영화관에서는 쏟아지는 별과 함께 마당 간이의자에 앉아 영화를 감상한다. 영화관 입구에는 초창기 사용하던 영사기와 다양한 포스터들이 전시돼 있다. 호주의 이색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무대 역시 서호주 일대였다.
초창기 진주잡이 다이버들의 흔적은 시내 곳곳에 스며들었다. 도심 한편에는 일본인 다이버들을 기리는 묘지가 있으며 진주잡이의 역사가 담긴 박물관에서는 잠수복도 입어볼 수 있고, 다이버들의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감상할 수 있다. 채취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투어에 참가하면 진주 양식장을 지키는 악어도 만나게 된다.

드라마틱한 석양을 품은 케이블비치

진주와 함께 브룸의 숨겨진 보물은 노을이다. 22km 이어진 케이블비치의 석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필리핀 보라카이, 미얀마 바간의 노을이 세간에 오르내리지만 드라마틱한 광경에서는 이곳 석양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사막과 맞닿은 해변에는 해 질 녘이면 모래 위에 간이 의자를 펼친 채 와인을 즐기는 청춘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석양 사이로 돛단배가 지나고 케이블비치의 일몰 소나타가 시작된다. 해넘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점으로 향하며 낙타들의 행렬이 드문드문 해변에 모습을 드러낸다. 둔덕 너머는 사막인데, 바다와 연결된 경계선에서 낙타들은 석양의 케이블비치를 뚜벅뚜벅 걸으며 마지막 풍경을 장식한다.
브룸의 오지 탐험 투어는 일몰 구경만큼 흥미진진하다. 브룸 비글베이에서 케이프 레베크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이곳 원주민들의 삶과 붉은 사막의 신비로움이 스쳐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프로드를 사륜구동차로 달리는 체험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 넘친다.
노을이 지는 케이블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