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ERI 이슈

빛의 파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세계 최고 성능 장비 개발

대역폭 1테라헤르츠 초고속 오실로스코프 개발 성공
연구원 연구진이 전자기파를 관측하기 위해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조정하고 있다.

오실로스코프는 심전도 모니터 같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물리 현상을 전압 또는 전류로 바꿔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그려낸다. 물리, 화학, 기계, 재료, 토목, 의학,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측정을 위한 핵심 장비로 활용 중이다.
오실로스코프는 측정할 수 있는 주파수범위를 의미하는 대역폭(Bandwidth)과 얼마나 빠르게 신호를 수집하고 저장해 표시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샘플링속도(Sampling Rate)에 의해 성능이 결정된다. 국내 연구진이 최근 세계 최고 성능의 대역폭과 샘플링속도를 가진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개발해 화제다.
연구원은 1테라(1012)헤르츠의 대역폭과 초당 75.7테라샘플링의 속도로 빛의 파형을 왜곡 없이 관측할 수 있는 현존 최고 성능의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개발했다. 전자기파의 파형을 기존보다 10배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어 향후 전자기파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련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기존의 오실로스코프는 두 전극 사이를 통과하는 전자빔이 측정하고자 하는 전자기파에 의해 휘는 궤적을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연구원이 새로 개발한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는 이전과 구조부터가 다른데, 금속판 사이 작은 틈을 통과하는 전자기파를 가로 막대 형태의 전자빔이 도장 찍듯 한 번에 기록한다.
이때 전자빔이 얇을수록 진행하는 전자기파의 찰나를 더 정확히 잡아내 더 넓은 범위의 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자빔을 얼마나 압축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전자의 특성상 좁은 공간에 모여 있으면 서로 강하게 밀어내는 힘이 발생해 빔을 얇게 유지하기 힘들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빔을 빛의 속도까지 가속해 전자들 간의 밀어내는 힘을 상쇄시킴으로써 두께를 7.5마이크로미터까지 압축시켰다. 그 결과 1테라헤르츠의 주파수로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파형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상용 오실로스코프의 최대 대역폭은 100기가(109)헤르츠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100기가헤르츠 이상의 주파수로 진동하는 전자기파를 입력하면 신호의 왜곡도가 심해져 측정할 수 없다. 진동하며 진행하는 전자기파는 그 자체의 정보뿐 아니라 거쳐지나가는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질의 정보도 포함한다. 이 때문에 1테라헤르츠까지 관측하는 이번 장비가 초고속 분광학 등 빛을 이용한 물성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초고속 오실로스코프의 작동 원리와 측정된 테라헤르츠 파형을 표현한 그림

연구를 주도한 백인형 박사는 “이번 기술개발로 가까운 시일 내에 과학자들이 꿈꿔왔던 페타(1015)헤르츠, 즉 일천조 분의 일 초 동안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파형까지 실시간 관측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미 실험을 통해 초당 페타샘플링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함을 입증한 바 있다. 앞으로 전자빔의 두께를 수백 나노미터 단위까지 압축시키는 데 연구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원 이기태 초고속방사선연구실장은 “이번 성과로 1테라헤르츠 주파수로 빠르게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물리 현상을 더 자세히 측정하고 이해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폐암세포만 골라 치료하는
신약 후보물질 개발

TM4SF4 단백질 성분의 폐암 관련성 확인 및 이를 표적하는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 개발
연구원이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암을 치료하는 신약개발은 인류 의학기술의 가장 큰 숙제다. 흔히 사용하는 표적약물치료나 방사선치료는 환자가 약물이나 방사선에 대한 내성이 있는 경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그에 반해 항체항암치료제는 항원과 반응해 암세포만 치료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국내 연구진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암세포만 골라 치료하는 새로운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연구원은 TM4SF4라는 단백질 성분이 폐암세포의 증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밝혀냈으며, 이를 표적하는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미국의 알곡바이오(ALGOK BIO Inc., 대표 김성철)에 기술이전했다.
암세포 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항원이 아직 많지 않아, 새로운 암 항원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항체를 개발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연구원은 암 줄기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TM4SF4가 폐암의 성장과 전이에 관여하고, 특히 방사선치료 저항성을 유발하는 물질임을 규명했다.
이런 TM4SF4의 영향을 억제하기 위해 TM4SF4의 특정 항원을 기반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생쥐 단일클론항체를 제조했다. 이를 인간화항체*로 전환해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원이 개발한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은 암 줄기세포 표적항체로 암세포만 찾아 치료한다. 동시에 방사선치료를 진행할 때 암세포가 방사선에 50% 이상 더 잘 반응하도록 돕는 민감제로서의 기능도 구현함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연구원과 알곡바이오는 새로운 암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개발은 연구원 환경·재해평가연구부 김인규 박사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사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TM4SF4 관련 연구결과는 2014년과 2020년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을 완료했고, 인간화항체 제조 관련 기술은 2021년 초 세종대 류춘제 교수와 공동으로 특허출원을 마쳤다.
앞으로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전임상 및 임상시험은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하고, 의약품 허가 취득을 위한 제반 기술 개발을 연구원에서 지원한다. 추가로 대상 특허기술에 대한 추가 R&D를 위해 15억 원 규모의 연구협약도 준비하고 있다.
알곡바이오는 국내 코스닥기업 ㈜케이피에스의 미국 현지법인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2020년 11월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설립됐다. 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미리 알아보는 동반진단과 맞춤형 정밀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원 박원석 원장은 “이번 기술은 원자력연구원 방사선기술분야에서 이뤄진 최초의 신약개발 관련 기술이전”이라며, “후보물질을 이용해 동급최강(Best-in-Class)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알곡바이오 김성철 대표는 “케이피에스의 글로벌 신약개발 교두보인 알곡바이오가 첫 번째 항암제 신약후보 물질을 기술이전했다”며, “항암제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알곡바이오 기술실시계약 체결식 기념사진 (왼쪽 세 번째부터)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 김성철 알곡바이오 대표, 김인규 책임연구원

* ‌인간화항체

쥐 등 동물을 이용해 만든 항체를 인간에게 투입할 경우 생기는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동물에서 개발된 후보 항체를 인간 항체의 아미노선 서열로 교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