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 세상
과연 올까?

디지털 유토피아 그려낸
영화 <프리가이>

상상 초월 ‘메타버스 세상’ 간접 체험
‌디지털 유토피아에서 자유인이 되는 영화 ‘프리가이’(ⓒ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한다. 마치 로봇에 ‘자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완전히 사람의 모습을 지닌 인공지능 로봇들이 디지털 가상세계 ‘프리시티(Free City)’에서 각자의 삶을 펼친다.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디지털 유토피아 영화 ‘프리가이(Free Guy)’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AI 로봇들이 인간이 만든 게임 속 가상현실이 진짜 세계라고 믿는다.
‘프리가이’는 ‘프리시티’라는 비디오 게임 속 세상이 배경이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게임 캐릭터다. 영화 속 주인공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게임 진행을 돕기 위해 단순 설정된 인물이다. 이를 NPC(Non Player Character)라 부르는데 가이(Guy)라는 이름 자체가 보통명사이듯 주인공 역시 매일매일 하루가 반복되는 NPC다. NPC는 정해진 규칙에 맞춰 그대로 행동하는 자율성이 부여되지 않은 로봇이다.
가이에게는 다른 캐릭터와 다르게 자의식을 갖출 수 있는 AI 코드가 몰래 입력된 덕분에 돌발행동을 하게 된다. 가이는 자신이 사는 세계가 실제가 아닌, 비디오 게임 속 가상세계임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프리시티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이를 계기로 게임 자체를 제거해 버리려는 인간과 맞서 싸워 진짜 세상이라 믿는 디지털 유토피아에서 자유인 ‘Free Guy’가 된다.
프리가이는 가상세계를 또 다른 현실로 인식시킨다. 이 영화는 1998년 개봉한 영화 ‘트루먼 쇼’와 닮았다. 주인공이 게임 시스템을 따라 성장하고 제한된 세상을 벗어나는 스토리가 트루먼 쇼와 유사하다. 두 영화 모두 미디어에 의해 지배받는 세상을 살다가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도전한다. 프리가이를 보면 디지털 유토피아가 펼쳐내는 유쾌한 상상을 맛볼 수 있다. 시원하게 터지는 상상 초월 액션 블록버스터는 덤이다.

프리가이의 진화? ‘강화학습’

가이는 다른 프리시티 주민들과는 달리 경험과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코딩된 AI 캐릭터다. 영화 초반에는 가이도 일반 NPC와 같이 행동하지만, 이상형을 만나는 사건에 의한 각성으로 학습이 시작된다. 경험에 따라 지식이 증강되며 자의식을 찾아간다.
가이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기능이 점점 향상되는 ‘AI 학습법’을 취한다. AI 학습법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지도학습 ▲비지도학습 ▲강화학습이다. 가령 로봇에게 강아지와 고양이를 분류할 수 있는 지능을 부여할 때 지도학습은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는 방식이다. 지도학습 방법은 전 세계 강아지,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새롭게 본 사진을 구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비지도학습은 이런 한계를 극복한다.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의 특징을 로봇 스스로 분류해 비슷한 것들끼리 묶는다. 그 때문에 새로운 사진을 봐도 사전에 분류한 강아지 특징과 비슷하면 강아지로, 고양이와 비슷하면 고양이로 인식할 수 있다. 기존 데이터가 적어도 특징대로 조합하기에 새로운 강아지, 고양이를 만들어 더 많은 대답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주인공 가이는 어떤 학습법을 사용할까. 바로 강화학습이다. 강화학습은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렇게 하면 틀리고 저렇게 하면 맞다는 방식을 깨우치게 된다. 영화 속 가이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미션을 달성하는데, 이러한 방식이 강화학습이다. 강화학습은 다양한 시도를 거치며 경험을 통해 특정 목표에 대한 최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가이와 같은 AI가 공존하면서 진화하는 세상이 가능할까? 과학자들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AI 캐릭터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 있고, 우리가 그것을 시청할 수 있다면 영화 ‘트루먼 쇼’가 재현될 수 있다. AI끼리 사회를 만들어 살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셈이다. 현재의 기술력에 AI가 접목되면 로봇이 자의식을 갖는 것처럼 보이고 서로 경쟁 혹은 사랑하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다만 가이처럼 완전한 자의식을 갖기엔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사이보그, 휴머노이드, 안드로이드
‘무슨 차이일까?’

‌매일 아침 일어나 금붕어와 인사하고 커피를 마시는 주인공 가이. 반복되는 일상에 이상형을 만나 삶이 바뀌어간다.(ⓒ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이보그, 휴머노이드, 안드로이드의 차이는 영화 터미네이터, 로보캅, 리얼스틸의 차이다. 어떤 로봇은 사이보그, 어떤 로봇은 휴머노이드, 어떤 로봇은 안드로이드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차이일까.
사이보그는 로보캅이다. 신체의 일부가 기계장치로 교체된 로봇이 사이보그다. 뇌 이외의 부분 수족 및 내장 등을 교체한 개조인간으로 정의한다.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체이며, 사람의 머리를 제외한 몸의 일부를 기계화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사이보그로 가장 유명한 사람을 뽑으라면 휴허(Hugh Herr) MIT 교수가 있다. 실리콘 티타늄으로 만든 로봇다리를 가진 인물이다. 로봇다리에 장착된 센서가 사람의 무릎을 감지해 기계화시켰다. 로보캅의 경우 사람의 머리를 제외한 몸 전체가 로봇으로 만들어진 유형이다.
리얼스틸은 휴머노이드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낸 로봇이다. 머리, 몸통, 팔, 다리 등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으로 인간의 행동을 잘 모방한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Atlas)가 대표적 로봇이다. 신체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작업을 대행해 주는 로봇이다.
터미네이터는 안드로이드 로봇이다. 미션을 받은 터미네이터는 사람처럼 모든 행동을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한다.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피부와 체모, 동작과 표정이 닮은 로봇이다. 지능까지도 인간과 흡사하다. 안드로이드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고, 사람과 유사한 지능을 가지고 있느냐가 포인트다.
대표적 사례로 핸슨 로보틱스의 소피아(Sophia)가 있다.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안드로이드 로봇이다. 전 세계를 누비며 로봇 쇼 공연에 나선다. 62가지 감정을 표현하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시민권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다녀갔는데 한복을 입고 공연한 바 있다. 일본에서 만든 아오이 에리카라는 안드로이드 로봇도 인기다. 점점 사람과 비슷해지고 있다. 23세이며 166cm 키에 방송국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프리가이 영화에 등장하는 핵심 과학기술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만들었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능을 인지능력, 학습능력, 추론능력으로 컴퓨터나 시스템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정의했다. 한마디로 사람과 유사한 지능을 만들기 위한 모든 방법을 말한다. 프리가이를 보면 인공지능의 원리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이라는 AI 캐릭터를 마주하면서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자유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안드로이드 로봇을 머지않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프리가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조된 디지털 유토피아가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수 있는지 상상의 나래를 자극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