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내가 나를 마주하다…
인간 복제 실현의 미래상

복제인간 상상 담긴 영화
<제미니 맨>

“현재 기술로 인간 복제 가능하지만, 윤리적 문제 발생”
‌<제미니 맨> 포스터. 내가 나를 마주하다. 도플갱어의 실현(ⓒ롯데엔터테인먼트)

도플갱어라는 말이 있다.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나와 똑같은 사람을 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는 괴담도 있다. 지금까지 도플갱어를 본 사람은 없다. 똑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플갱어를 만날 수도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수 있다.
인간 복제는 SF영화 소재의 단골 메뉴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인간 복제 영화가 여러 편 있다. 우선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는 인간 복제 기술이 보편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링컨(이완 맥그리거)과 조던(스칼렛 요한슨)은 자신들이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제조된 클론이었음을 깨닫고 인간 복제 시스템을 탈출하는 내용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6번째 날>에는 법으로 인간 복제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 대신 애완동물이나 인간 장기 정도는 복제할 수 있다. 아빠가 낙심한 딸을 위해 죽은 애완견 복제를 권유받지만, 정작 자신과 똑같은 복제인간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게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한 전쟁을 치르는 영화다.
사랑하는 애인이 사고로 죽게 되자 여자는 남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남자를 복제해 자신이 임신해 낳고 키우는 영화 <움>이나, 이시구로 가즈오의 <나를 보내지마>가 원작인 <네버렛미고>도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다. 구모델 복제인간(리플리컨트)을 찾아 제거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도 있다.
영원불멸할 것 같은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하게 하는 여러 복제인간 영화 중 <제미니 맨>은 현실감과 액션감을 가장 극적으로 끌어올린 영화라 할 수 있다. 과거 숱한 복제인간 영화들의 복제 같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로 기술력의 진화를 보여줬던 리안 감독의 손을 거쳐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독창적이다.
영화 <제미니 맨>은 자기 자신에게 쫓기는 이야기다. 전설로 불리는 요원 헨리(윌 스미스)가 자신의 전성기 시절과 완벽하게 닮은 20대 요원에게 맹렬히 공격당하는 과정에서 자기 DNA를 추출해 탄생한 ‘제미니 프로젝트’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이를 파괴하는 스토리가 담겼다. 주인공의 20대 모습을 거의 완벽히 재현한 복제인간이 인상 깊다. 외모부터 말투, 행동까지 똑같다. 윌 스미스가 동시에 나타나는 장면을 현실화하기 위해 최대치의 프레임 속도 초당 120프레임과 배우의 혈관까지 잡아내고자 한 고밀도 촬영 기술, 4K 해상도, 네이티브 3D 카메라 촬영 등 다양한 시각 특수효과들이 대거 동원됐다.
<제미니 맨>을 보면 인간 DNA를 복제해 만든 존재가 사람이라기보다는 무기에 가깝다는 생각과 복제인간도 인권을 가진 또 다른 존재라는 생각이 교차한다.

인간 복제, 실제로 가능할까?
답은 Yes!

이안 감독은 털끝 하나라도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다양한 시각효과 기술을 동원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인간 복제는 동물 복제가 성공한 이래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문제다. ‘인간 복제, 정말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현장의 바이오 연구자들은 ‘Yes’라고 답한다. 현재의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자궁에 착상 가능한 배아 복제 시도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왕왕 있었다.
인간 복제는 더 이상 불가능한 기술이 아닌 듯하다. 요새의 바이오 기술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성되는 수정란이 아닌, 난자와 여자 몸의 체세포만으로도 수정란을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로서는 인간 복제가 기술적 영역보다는 윤리적 영역에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인간 복제가 현재의 기술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사회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금지되고 있다.
동물 복제는 이미 많은 시도와 성공이 반복됐다. 현재는 복제 기술이 이미 많이 발전했으며, 복제 기술에는 체세포 복제· 생식세포 복제 등의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양(돌리), 소(진), 염소(메간) 등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복제에 성공했고, 지난 2018년 중국과학원(CAS) 연구진이 최초로 원숭이(영장류) 복제에 성공하는데 이르렀다.

50대 주인공 vs
복제된 20대 주인공
누가 이길까?

<제미니 맨> 영화 속에는 50대의 주인공 헨리와 그보다 젊은 20대의 복제인간이 등장한다. ‘50대의 실제 인간과 20대의 복제인간이 싸운다면 어느 쪽이 이길까’라는 다소 엉뚱한 호기심이 발동할 수 있다. 상식 차원에서는 신체나이로 봤을 때 20대 복제인간이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실제로는 비길 것으로 예상한다. 겉모습은 달라도 생체 나이가 같기 때문이다. 가령 30대 인간의 체세포에서 복제인간을 만든다면 그 복제인간은 발생 때부터 이미 30대의 세포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세포 나이는 같다.
양의 평균 수명은 대략 10~20년이다. 6살 된 양의 DNA를 복제한 것이 돌리인데, 돌리는 실제 6년밖에 살지 못했다. 주인공의 세포를 복제한 순간부터 동일한 시간이 지난다. 복제인간 20대의 모습은 어려 보여도 복제되는 순간 자체의 세포 나이가 주인공의 세포 나이와 같다.
무한히 증식할 수 없는 세포, 텔로미어(Telomere)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 세포는 분열·복제할 때마다 염색체 끝자락에 있는 텔로미어가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모두 사라지면 세포는 더는 분열하지 않는다. 세포가 더 이상 분열·복제하지 못하면 노화가 일어난다. 즉, 텔로미어를 조절할 수 있다면 노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세포 수명을 알려주는 생체시계, 염색체 끝의 텔로미어를 발견한 미국 과학자들이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 있다. 엘리자베스 블랙번, 캐릴 그라이더, 잭 조스텍이 공동 수상했다.
‌<제미니 맨> 윌 스미스와 윌 스미스(ⓒ롯데엔터테인먼트)

다양한 복제 기술에
얽힌 이슈들…
주목받는 유전자 가위 기술

‘젊음을 유지한 상태로 복제가 가능하냐’는 질문도 던져볼 수 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다면 원하는 DNA 부위를 잘라낼 수 있다. 질병 유전자를 없앤 건강한 사람이나 노화 유전자를 없앤 젊은 사람 등 이론상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 역시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윤리적 이유로 배아단계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유전자를 편집·교정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1세대 징크핑거(ZFNs), 2세대 탈렌(TALENs), 3세대 크리스퍼(CRISPR/Cas9), 단일 염기 교정이 가능한 4세대 크리스퍼(CRISPR/Cpf1) 기술로 나뉜다.
지난 2018년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태어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HIV(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유전자를 편집한 쌍둥이가 태어났다. 이 연구를 추진한 선전남방과학기술대학교 허젠쿠이 교수는 질병 치료 연구 목적임을 밝혔지만 걷잡을 수 없는 윤리 논란에 결국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진 바 있다.
복제를 해도 사고방식이 같을 수는 없다. 기억이 생성될 때에는 뇌세포 안 단백질의 기능이 증진·약화, 합성·소멸되는 과정을 거친다. 외부 환경 자극 요인으로 인한 신경 전달의 결과까지 이미 형성된 복제인간이 동일하게 받아들인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생각이나 습관까지 같을 수는 없다. 복제인간의 신체적 구조가 동일하다고 신경 전달의 결과까지 같을 수 없다. 뇌 모양이 같아도 신경 전달 결과까지 같지 않은 원리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상당수 연구진이 <제미니 맨> 속 복제처럼 DNA와 RNA를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신경칩·기억칩과 같은 ‘브레인 임플란트(신경보철)’를 비롯해 생체 모사기술로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를 활용한 연구 등 다양한 미래 첨단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제미니 맨>과 같은 SF영화의 상상을 뛰어넘는 과학기술이 현실에서도 가능해질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