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자율 주행 보트 오가는
‘운하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세계적인 운하의 도시다.
‘캐널 링(Canal ring)’으로 불리는 고리 모양의 운하는 다리와 골목을 이으며 도심의 동맥 역할을 한다.
400년 세월을 지켜온 고풍스러운 운하에는 최근 첨단 과학기술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연구원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사랑의열매 배지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자율 주행 ‘로보트(Roboat)’와
3D 프린팅 교각

육지에만 자율 주행차가 거리를 누비는 것은 아니다. 암스테르담에도 97km 운하 사이를 가르는 첨단 자율 주행 전기 보트가 등장했다. 자율 주행 보트는 로봇(Robot)과 보트(Boat)의 합성어인 ‘로보트(Roboat)’로 불린다.
블루, 레드, 그린 라인으로 구분되는 보트들은 오랜 세월 운하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이었다. 시범 운항 중인 ‘로보트’는 자율 운행 핵심 장비인 레이저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다른 보트와 충돌 없이 운항이 가능하게끔 설계됐다. 단 한번의 충전으로 10시간 이동할 수 있으며 지정된 정류장에 정박이 가능하다. 자율 주행 보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인공지능연구실과 네덜란드 AMS연구소가 6년여의 연구 끝에 선보였다. ‘로보트’는 승객용 수상 택시 외에 화물 수송 및 쓰레기 수거 용도로도 활용될 예정이며, 뚜껑을 덮은 채 여러 대를 연결하면 교통체증을 해결할 교각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올여름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교각도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세계 최초로 첫선을 보였다. 홍등가 인근 운하에 설치된 교각은 3D 프린팅 로봇에 의해 제작됐으며 보행자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설계됐다. 개통된 다리에는 센서를 갖춰 보행자의 통행량과 스테인리스강의 수명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목제 개폐형 ‘마헤레 다리’

운하 옆에 들어선 독특한 건축물

‌건물 사이에 간격이 없는 건축물들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도시를 추억의 물결로 이끄는 매개다. 수백 년 역사의 운하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이방인이 북적이는 광장과 싱겔운하의 꽃 시장, 홍등가, 벼룩시장, 차이나타운은 구식 슬라이드와 마주하듯 운하 속 삶과 어우러져 다가선다.
그동안 운하에서 엿보이던 과학기술적 면모들은 투박한 옛 정서가 투영돼 있었다. 배가 오갈 수 있는 목제 개폐형 다리인 마헤레 다리는 지어졌을 당시인 1671년에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최근에는 운하의 세월을 담아낸 고풍스러운 교각으로 사랑받는다.
운하 주변에는 17세기 풍 맞배지붕의 ‘파사드’ 건축물들이 건물 사이에 간격 없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며 빼곡하게 도열해 있다. 에이셀 호수의 저지대를 간척해 만든 도시는 지반이 약했기에 운하에 들어선 건축물들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담장 없이 어깨를 맞댄 역학구조를 지녔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이들 가옥은 네덜란드가 가장 번영한 시절에 부를 얻은 시민계급들이 세운 상징적인 공간들이다. 집 정문을 찬찬히 살펴보면 소유한 부를 상징하는 ‘코니스’라 불리는 계단과 종 모양의 장식을 엿볼 수 있다. 예전 암스테르담 주민들은 보트 안에 가옥을 만들어놓고 일과를 즐기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

렘브란트와 왕궁의 흔적
깃든 도시

렘브란트 동상

암스테르담은 문화예술의 정서가 완연한 도시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60여 개에 달한다. 렘브란트, 고흐, 베르메르 등 거장들의 흔적이 광장과 골목 곳곳에 남아 있다. 뮤지엄 광장의 국립박물관(Rijks)에서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의 ‘야경’을 만날 수 있다. 반 고흐 박물관에는 ‘해바라기’, ‘노란 집’ 등 대표작이 전시 중이다.
왕궁이 있는 담 광장은 도시의 랜드마크다.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왕궁은 한때 시청사로 쓰이기도 했다. 왕궁 옆으로는 국왕의 대관식이 행해지는 신교회와 백화점, 호텔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1960~70년대 담 광장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히피들이 머무는 아지트였다.
운하 위에 세워진 중앙역은 도시의 관문이자 시선을 멈추게 하는 하나의 작품이다. 1889년 완성된 역사는 르네상스 양식에 붉은 벽돌이 인상적이다. 인공섬 위에 8,000여 개의 말뚝을 박아 육중한 열차들이 머무는 운하 위 정거장을 만들어냈다.

느리게 흐르는 자전거와 트램

도시의 일상은 캔버스 속 작품처럼 느리게 젖어든다. 레이체 광장 주변으로 산책을 나서면 이곳이 자전거의 천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길을 걷는 보행자와 자전거 탑승자를 찬찬히 헤아려 봐도 언뜻 수가 비슷하다. ‘I bike Holland(나는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를 탄다)’라는 이채로운 문구를 도시 곳곳에서 살필 수 있다.
자전거 이용자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 빵 모자를 쓴 여인, 백발의 노파가 나란히 달린다. 출근 시간이 지날 무렵에는 유모차를 자전거 앞뒤에 연결한 여인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운하 옆 난간이나 다리 위 역시 온통 자전거 거치대로 채워진다. 운하 옆 앙증맞은 단골 카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커피 한잔 기울이는 것은 이곳 시민들이 누려온 오랜 호사 중 하나다. 느리게 흐르는 보트와 자전거, 그 옆을 가로지르는 굼뜬 트램은 운하의 도시를 단장하는 더딘 오브제로 울림을 준다.
자전거와 트램의 도시 ‘암스테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