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세기의 건축’
뒤에 숨겨진 과학

호주 시드니

호주 시드니는 샌프란시스코,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적인 미항으로 꼽힌다.
시드니를 상징하는 오페라하우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기념비적인 공간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물에는 현대과학의 숨겨진 면모가 깃들어 있다.
오페라하우스

과학 설계로 완성된
오페라하우스

오페라하우스는 1973년에 완공됐으며 건설에 총 14년이 소요됐다. 덴마크의 건축가 요른 우츤(JØrn Utzon)은 오렌지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독특한 외관의 오페라하우스를 구상했다. 높이 67m인 조개껍데기 모양의 덮개는 예술미뿐 아니라 정밀한 과학 공정의 산물이다.
곡선형의 초대형 패널들이 별도 지지대 없이 중력과 바람을 견뎌내는 것은 당시의 시공과 설계기술로는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오페라하우스는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인 ‘CAD’를 전면 활용한 세계 최초의 대표건축물로 평가받는다. 덮개 구조 해결에만 4년간의 정밀한 컴퓨터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관뿐 아니라 콘서트홀에 최고의 음향시설을 만들어낸 것도 축소모형의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서였다. 오페라하우스는 음향과학과 음향설계에 한 획을 그은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오페라하우스 건축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크레인이 사용됐으며, 지붕 패널의 연결 때는 강철선으로 힘을 분산시킨 특수 콘크리트와 초강력 접착제가 새롭게 도입됐다.
문화적 랜드마크는 도시의 이미지까지 완연하게 바꿨다. 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서 호주의 상징처럼 추앙받는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페라하우스를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칭송했다. 전대미문의 외관과 바다 배경의 웅장한 콘서트는 과학기술을 자양분 삼아 완성된 셈이다.

시드니의 역사 간직한
록스지구

록스지구 플리마켓

시드니의 도심은 화려한 건축물과 옛 골목이 조화를 이룬다. 1788년 영국의 이민자 1,500여 명과 죄수 700여 명이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시드니항은 포트 잭슨이라는 낯선 포구로 불렸다. 당시 시드니 일대는 황무지였고 바위를 깎고 길을 내면서 잭슨 포구는 거대도시의 단초가 됐다.
바닷가 록스 지구에는 200여 년 전 시드니 정착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새로운 호주를 상징하는 오페라하우스의 건립 당시, 옛 호주의 흔적인 록스지구는 도시 미화 측면에서 철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주민들이 무분별한 개발에 맞섰고, 거리 곳곳을 채운 고건축물이나 그 길목에 깃든 사연들은 따사롭게 남아 이방인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록스지구에는 호주의 주거용 건물 중 가장 오래된 ‘캐드맨의 오두막’이 자리했으며 부두의 창고였던 캠벨 스토어하우스는 고급 레스토랑과 펍이 들어선 낭만적인 해변 명소로 변신했다. 앤디 워홀의 작품이 전시된 현대미술관, 오페라하우스의 노을을 감상하는 적소인 언덕 위 시드니 천문대도 록스지구가 간직한 보물들이다.

사연 깃든 건물과
하버브리지

시드니의 퀸 빅토리아 빌딩

다운타운의 센트럴 시드니는 오랜 건물이 어우러져 깊이를 더한다. 1800년대에 세워진 타운홀은 시드니 주민들의 만남의 광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을 간직한 음악당 겸 옛 시청사로 알려져 있다.
퀸 빅토리아 빌딩은 비잔틴 궁을 본뜬 로마네스크 양식의 고급스러운 내·외관이 돋보인다. 퀸 빅토리아 빌딩은 1898년 건물이 설립되기 전 시장터였던 곳이 현재는 명품 숍들이 들어선 백화점으로 변신했다. 이곳은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센터’라고 극찬한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피트 스트리트, 윌리엄 스트리트 등 시드니 최대 쇼핑 거리 역시 센트럴 시드니에서 빠르게 연결된다.
빌딩 숲 사이 우뚝 솟은 시드니타워 전망대에서는 세계자연유산인 블루 마운틴과 남태평양이 360도로 펼쳐진다. 시드니의 또 다른 명소인 하버브리지는 1932년 완공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1,149m)라며 화제를 모았다. 둥근 아치 위를 걷는 ‘브리지 클라임’ 체험은 해 뜰 무렵과 노을 질 무렵에 걸으면 탁월한 감동을 선사한다.

공원과 해변에서 빛나는 도시

시드니의 해변

시드니 보타닉가든

시드니는 공원과 해변의 도시다. 초대 총독의 야채 밭이었던 로얄 보타닉가든은 한때 오페라하우스의 주차장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현재는 시드니 주민을 위한 휴식 공간이자 피크닉 장소로 사랑받는다. 아름드리나무들이 하늘을 가리는 하이드파크는 호주 최초의 크리켓 게임이 열린 경기장이었다.
시드니 여행은 달링하버 주변을 서성거리거나 서큘러 키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변을 둘러보는 동선이 주를 이뤘다. 요즘은 작은 와인바나 펍들, 그래피티가 소소한 볼거리들을 만들어낸다. 도심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시드니의 해변이다. 본다이 비치, 맨리 비치 등 연중 사람들로 붐비는 해변이 있는가 하면 쿠지 비치처럼 아늑한 바다로 둘러싸인 곳도 있다. 문화적 감성이나 풍광은 외곽으로 향하면서 푸르게 전이된다.
공원과 해변의 도시, 시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