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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위원소연구부 김종범 책임연구원이 베타선 신호의 무작위성을 이용해 난수를 생성하고 있다.

불규칙한 임의의 숫자를 의미하는 ‘난수(Random number)’는 모든 암호 보안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난수의 무작위성이 시스템의 보안 수준을 결정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진성 난수를 고속으로 제공하는 ‘소형 양자 난수 발생기 핵심 칩’ 개발에 성공해 이목을 끈다.
연구원 동위원소연구부 김종범 박사와 ETRI 박경환 박사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니켈-63 베타선으로부터 난수를 생성하는 핵심 회로를 집적화해 작은 칩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난수 발생기는 방사성동위원소 니켈-63에서 나오는 베타선 신호의 간격을 이용해 난수를 생성한다. 베타선 신호는 무작위로 발생하기 때문에 통계학적으로 완벽하게 분산된 숫자, 즉 다음 숫자를 절대 예측할 수 없는 완벽한 난수를 만들 수 있다.
베타 양자 난수 발생기 완성품 구조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며 나오는 방사선이나, 단일 광자의 양자역학적 물리 현상에서 무작위 신호를 추출해 얻은 난수를 양자 진성 난수라 한다. 단일 광자를 이용한 무작위 신호 추출은 온도, 전원 상태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로부터 추출하는 신호는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아 가장 이상적인 난수 생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베타선은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방사선 검출 센서에 영향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사용할 수 있어 난수를 고속으로 생성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소형화한 검출 센서와 신호 처리 칩이 개발되지 않아 실용화가 불가능했다.
원자력연–ETRI 공동연구팀은 베타선원 박막 제조기술과 저잡음 CMOS* 기술을 적용해 베타 양자 난수 발생기 핵심 회로를 집적화함으로써 칩에 넣을 수 있는 수준으로 소형화하는데 성공했다.
베타선원 박막 제조기술은 아주 작은 양의 니켈-63을 코팅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베타선은 난수 발생기 내부 검출 센서에만 전달되며 칩 외부로는 나가지 않는다.
에너지가 작은 베타선의 신호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신호 추출을 방해하는 반도체 자체의 잡음(노이즈)을 줄여야 한다. 저잡음 CMOS 기술을 활용하면 난수 생성에 필요한 신호 처리 회로를 집적화해 크기를 줄임과 동시에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초로 베타 양자 난수 발생기를 1.5mm 크기 칩으로 소형화한 것으로 실용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공동연구팀은 앞으로 베타 양자 난수 발생기 칩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소형 IoT용 암호 통신 시장 진출을 위해 기술 실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난수 발생기는 오늘날 컴퓨터, 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암호화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별도의 물리적 장치 없이 알고리즘으로 생성할 수 있는 유사난수가 활용된다. 하지만 유사난수는 해킹 기술 발전으로 난수 생성 알고리즘이 해독될 수 있다는 약점을 지닌다. 이 때문에 보안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진성 난수를 사용하는 것이다.
1.5mm 크기의 베타 양자 난수 발생기 집적회로 시제품

현재 암호시장은 유사난수 기반 체계에서 진성 난수 기반 체계로 바뀌는 전환기에 있다. 암호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10조 원(국내 1,500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베타 양자 난수 발생기는 유사 난수 기반의 암호통신 시장을 통째로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특히 IoT에 적용할 경우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 민간 및 군용 IoT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원 박원석 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베타선 양자 난수 생성 기술은 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보유한 핵심 기술이 융합된 기술로서 원자력 기술과 ICT 기술이 접목되어 새로운 융합연구 분야를 창출한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명준 원장은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모든 종류의 컴퓨터, 보안시스템, 프로세서, IoT 모듈에 탑재가 가능한 궁극의 진성 난수 발생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CMOS

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선 기반 백신 개발 가속화 기술’을 활용해 살모넬라 백신(ATOMSal–L6)을 개발했다.

최근 수도권 유명 음식점을 중심으로 수백 명에 달하는 식중독 환자가 발생해 육류나 계란을 통한 살모넬라균 감염이 이슈가 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동물에 접종해 선제적으로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살모넬라 백신을 개발하고 기술 이전에 성공해 이목을 끈다.
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방사선 기반 백신 개발 가속화 기술’로 살모넬라 백신(ATOMSal–L6) 개발에 성공했으며, 개발 기술과 백신 모두를 (주)씨티씨백(대표 성기홍)에 이전하는 기술 실시 계약을 체결했다. 정액 기술료 2억 원을 받는 조건이다.
(주)씨티씨백은 동물 백신 전문회사로 최근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 부지 내에 부설 연구소 분소를 확장하는 등 백신 개발 및 산업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원자력연구원과 살모넬라 백신(ATOMSal–L6)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한 살모넬라 백신(ATOMSal–L6)은 감마선을 이용해 살아있는 병원체의 독성을 줄인 약독화 생백신이다. 화학적인 처리로 병원체를 비활성화시킨 기존의 살모넬라 사백신보다 면역반응이 뛰어나 2배 이상의 감염 예방 효과를 가진다.
약독화 생백신은 독성이 줄어든 병원체 돌연변이를 이용해 개발한다. 기존 약독화 생백신 제조기술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돌연변이를 이용해 백신 개발에 많은 인력, 시간, 비용이 필요했는데 연구원이 개발한 ‘방사선 기반 백신 개발 가속화 기술’을 활용하면 방사선으로 다양하고 많은 돌연변이를 유도해 수 년이 소요되던 기존 백신 개발 과정을 2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살모넬라 백신(ATOMSal–L6)

대한민국 1호 연구소기업 (주)콜마B&H 성공 신화를 쓴 헤모힘(HemoHIM) 개발 연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살모넬라 백신(ATOMSal-L6)의 임상시험까지 완료했다. 최근 ‘방사선 기반 백신 개발 가속화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 등록을 마치고 미국·유럽·중국에서도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 연구개발은 첨단방사선연구소 방사선연구부 미생물연구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사선기술개발사업과 방사선고부가신소재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기초 기술 개발부터 시작해 임상 및 실용화 연구까지 단계적으로 성공시킨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첨단방사선연구소 이남호 소장은 “원자력기술을 비발전분야인 신약개발에 적용한 대표적 사례”라며 “백신 기술 연구를 연구소의 미래 중점연구사업으로 추진해 인체 백신 개발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