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견

깊어지는 가을,

10월의 과학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날씨가 쌀쌀해지면 고은 시인의 시에 김민기가 곡을 붙인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자주 들린다.
10월 마지막 날이 되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10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우리는 헤어졌어요”라는 가사의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도 곳곳에 울려 퍼진다.
올해 10월은 ‘과학의 달’로 여러 과학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10월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과 6일 화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고, 10월 21일에는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예정돼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 때문에 봄과 함께 가을은 짧아지고 평균기온도 높아지고 있다. 계절적으로 따지더라도 10월은 가을 한복판이고, 겨울의 초입이라는 11월을 목전에 둔 때이다.
매년 10월 세계 과학계는 스웨덴에 주목한다. 올해도 10월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과 6일 화학상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출처 : 사이언스)

올해 10월 21일에는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발사가 예정돼 있다. (출처 : 서울신문DB)

기상청과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올해 첫 단풍은 평년보다 하루 느린 9월 28일에 설악산에서 시작됐다. 단풍은 일반적으로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질 때 시작되는데 보통 9월 상순에서 중순의 기온 고저에 따라 단풍 시작 시점이 달라진다. 보통 첫 단풍이라 함은 산 전체 중 정상으로부터 20% 정도 물들었을 때를 말하고 산 전체의 80%가 물들었을 때 단풍의 절정이라고 한다. 단풍의 절정은 보통 단풍이 시작된 뒤 2주 정도가 지난 때이다. 올해 설악산 단풍의 절정은 10월 중순 무렵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단풍은 하루 20~25km의 속도로 남쪽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올해 첫 단풍은 중부 지방 9월 28일~10월 18일, 남부 지방 10월 12일~21일이 예상되며, 단풍의 절정은 중부 지방 10월 17일~30일, 남부 지방 10월 24일~11월 5일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30년 전보다 단풍 시작은 물론 단풍의 절정기가 1~6일까지 늦어지고 있다. (출처 : 케이웨더)

지구온난화로 최근 30년간(1991~2020년) 단풍 시작 평년값은 10월 28일이며 평균적으로 10월 하순에는 대부분 지역에서 단풍이 시작됐다. 기상청의 단풍나무 관측은 1989년부터 시작돼 1990년대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월 하순이면 전국이 단풍으로 물든다. 지역적으로는 9월 말~10월 초 강원도에서 단풍이 시작돼 10월 말~11월 초까지 서해안과 남해안으로 확장된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1990년대에 비해 2010년대 첫 단풍 시기는 지리산은 5일, 내장산은 2일 늦어졌고 단풍 절정기는 같은 기간 대비 지리산은 6일, 내장산은 2일 늦어졌다.
울긋불긋 전국을 물들이는 단풍은 식물이 겨울을 대비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무는 햇빛과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뿌리에서 흡수하는 수분을 통해 영양분을 얻는데, 가을이 되면 이 모든 것이 부족해진다. 영양분 공급이 줄기 때문에 다음 해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여 잎을 떨어뜨려야 살 수 있다.
광합성을 멈추면 엽록소인 녹색의 클로로필이 파괴되면서 잎에 있던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 노란 색소인 카로티노이드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낙엽이다.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날씨가 길어질수록 엽록소 분해가 빨라져 단풍은 아름답게 물든다. 단풍이 평지보다 산,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 적은 곳에서 더 아름답게 나타나는 이유이다.
이렇듯 나뭇잎이 색깔이 변하는 10월이 되면 ‘추남(秋男)’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코트를 찾아 장롱 속을 뒤적이고 감성을 끌어올리는 노래들을 찾는다. 사계절 중에서 유독 남자들이 우울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을을 타는’ 이유는 뭘까.
가을에는 여름보다 일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정상적으로 분비되던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량도 확 감소한다. 특히 ‘행복 호르몬’이라는 세로토닌은 햇볕을 쬘 때 체내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일조량이 줄면서 세로토닌 분비량도 감소해 우울한 느낌이 강해지는 것이다.
낙엽이 지고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남자들은 유독 우울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을을 타는 ‘추남(秋男)’이 된다. (출처 : 픽사베이)

뇌의 송과선에서 만들어져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밤낮의 길이,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 변화 같은 광()주기를 감지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도 분비량이 줄어 생체리듬이 깨진다. 이 때문에 이유 없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한밤중에 자주 깨면 우울한 감정은 더 심해진다. 아울러 햇볕을 쬐면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비타민D의 양도 줄어들어 남성 호르몬 분비도 전반적으로 감소한다.
멜라토닌, 세로토닌, 남성 호르몬은 여성의 신체 리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들 호르몬 3인방의 감소로 가을철 남자들의 신체 리듬은 널뛰기를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널뛰는 기분을 계절성 기분장애로 본다. 보통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무기력하고 우울한 느낌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갑자기 잠이 쏟아지거나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달달한 음식들이 당긴다면 계절성 기분장애라는 것이다.
추남(秋男)들이 계절성 기분장애를 없애겠다며 술자리에서 옛사랑을 곱씹거나 자동차 안에서 홀로 ‘잊혀진 계절’이나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등을 목놓아 불러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을 타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내에만 있지 말고 점심시간에 짬을 내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거나 주말에 근처 산으로 가서 단풍과 함께 깊어지는 가을을 몸소 느끼며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려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남성 호르몬의 분비량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10월은 계절적으로 가을의 한복판이자 겨울의 초입이라는 11월을 목전에 둔 시기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봄과 함께 가을의 길이가 짧아지고 평균기온도 높아지고 있다.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