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속 과학읽기

고인돌과

별자리

고인돌의 나라, 한국

청동기시대의 대표 유물인 고인돌은 돌로 만든 무덤으로 '거석문화(巨石文化) : Megalithic Culture)'의 일종이다. 거석문화는 자연석 또는 가공한 돌을 숭배의 대상물이나 무덤으로 이용한 문화를 말한다. 고대의 거석문화는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여기서 놀라운 건 한국에는 고인돌이 약 4만 개 정도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전 세계 고인돌의 반 이상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고인돌의 나라였던 것이다.
고인돌은 납작한 판석이나 덩이돌 밑에 돌을 괴여 지상에 드러나 있는 '괴여 있는 돌'이란 뜻이다. '괸돌' 또는 '고임돌'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형태의 차이가 있으나 고인돌은 일반적으로 받침돌 위에 커다란 덮개돌을 올린 탁자 모양이다.
고인돌의 규모는 크고 구조도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대개 탁자식 고인돌, 기반식 고인돌, 개석식 고인돌 형태가 대부분이다. 탁자식 고인돌은 굄돌을 세우고 그 위에 편평한 돌덮개를 얹은 고인돌을 뜻한다. 주로 한강 이북에서 발견된다. 기반식 고인돌은 작은 자연석 등으로 쌓은 무덤방을 지하에 만들고 받침돌을 놓은 뒤 거대한 덮개돌을 덮은 형태를 말한다. 주로 한강 이남에 분포하여 남방식 고인돌이라고도 한다. 개석식 고인돌은 지하에 무덤방을 만들고 바로 뚜껑을 덮은 키가 낮은 형태로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형태이다.
한반도 고인돌의 기능에 대하여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으나 1967년 충북 제천 황석리 고인돌에서 완전한 사람 뼈가 발굴되면서 고인돌 = 무덤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고인돌이 무덤의 기능만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고인돌이 무덤의 기능을 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았을 때 무덤 이외에도 제단이나 묘를 나타내는 표석의 기능으로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고인돌에 새겨진 바위구멍, 성혈

고인돌은 고대인들의 무덤이라는 사실 외에도 천문학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유적이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고인돌의 덮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혹 홈이 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고인돌에 새겨진 이 '바위구멍'은 세월의 흔적으로 저절로 생긴 자연현상이 아니다. 말하자면 선사시대의 장례의식 또는 하늘에 대한 제천의식과 관련된 문화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사실 바위구멍의 존재는 한반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유럽의 고인돌에서도 신석기에서 철기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제작되고 있다. 바위구멍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하늘을 경외하는 관념, 불씨의 제작, 태양숭배 사상, 장례 예술, 미술적 장식 등으로 해석되어 왔다.
고인돌에 새겨진 '바위구멍'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성혈이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고인돌에 가장 많이 새겨져 있는 것이 성혈이지만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성혈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해석은 생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바위구멍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여러 성혈 유적 가운데 이를 모두 성혈로만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많다.
아득이 석판(충북대학교박물관 소장)

고인돌 속 성혈의 모습(국립민속박물관 『천문』 도판 230)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

충북 청원에서 발견된 아득이 고인돌이나 경북 영일 칠포리 고인돌의 덮개돌에 새겨진 성혈은 불규칙한 형태로 의미 없이 새겨진 것이 아니라 어떤 정형화된 틀 아래 위치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칠포리 고인돌에 새겨진 7개의 성혈은 육안으로도 북두칠성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경북 영일 신흥리 오줌바위에는 W자, Y자형 별자리 그림이 나타난다. 이는 한반도의 고대인들이 북극성 근방에 보이는 북두칠성 등의 별자리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중국 천문학이 들어오던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에도 독자적인 천문 체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충청북도 청원군 아득이 마을에 있는 아득이 1호 고인돌에는 246개의 바위구멍이 새겨져 있다. 구멍의 지름도 13∼17cm에 달하는 큰 것부터 6∼7cm의 중간 크기, 2cm의 작은 크기 등 다양하다. 이 아득이 고인돌의 덮개돌에 새겨진 성혈은 피장자의 후손집단 크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동안 이해되어 왔으나 별자리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이곳 고인돌군에서 주목되는 것은 석실에서 출토된 돌판 바위구멍이다.

고인돌에 북두칠성을 새기다

아득이 고인돌에서 출토된 돌판 바위구멍에는 60개의 구멍이 뚫려져 있는데 바위구멍의 분포를 살펴보면 북두칠성과 같은 모습을 한 여러 개의 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모양이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북두칠성의 모습을 뒤집어놓은 것과 같다. 북두칠성은 칠성신앙과 관련되는 별인데 칠성은 사람의 탄생과 길흉화복을 주관한다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칠성판 위에 안치하는데 북두칠성이 삶과 죽음을 인도하는 별자리임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고대 별자리 찾기판과 현대 컴퓨터 재생작업을 통해 아득이 돌판에서 찾아낸 별자리로는 작은곰자리· 용자리·세페우스자리 등이 있다. 이들 별자리는 특히 고구려 무덤 벽화에 그려진 별자리와 같이 죽음의 세계와 하늘과의 관계에 대한 관념적인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인돌이 만들어진 청동기시대는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된 시기로 벼농사가 행해진 시대였다. 또한 강력한 권력을 지닌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나의 커다란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고대 사회에서 종교적 혹은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서라도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하늘을 살피고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북한도 과거에는 고인돌의 바위구멍을 피장자의 족보 혹은 점성술과 연관된 가상적인 별로 해석하였다가 최근에는 실제로 관측되는 별자리로 파악하고 있다. 고인돌 덮개돌에 파여진 바위 구멍은 그 개수가 한두 개에서 100개 이상에 이르는 것도 있으며 그 배열이 매우 무질서한 것에서부터 단순한 것까지 다양하다. 이 모든 구멍 형태가 한가지로만 해석될 수는 없겠지만 일부 고인돌에 새겨진 구멍이 별자리를 표현했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