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초능력과 현실 사이…
‘인크레더블’로 상상력 키우기

만화영화에서 배우는
과학기술 원리

영화 ‘인크레더블 2’ 포스터

8월은 아이들의 방학이자 직장인들의 휴가철이다. 폭염 속 에어컨을 시원하게 켠 방구석에서 아이들이 만화영화를 즐겨 본다. 어른들도 덩달아 애니메이션에 빠져 든다. 만화 중에는 주인공이 초능력을 가진 설정으로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 많다. 괴력이나 공중부양은 기본이고 텔레파시나 예지, 투시 능력이 기가 막히게 발휘된다.
초능력자는 만화영화에서만 나오는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드물지만 실재해 보인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초능력 부대’의 기록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1972년 초능력자들이 모인 비밀부대를 창설, 리비아 공습작전 등 24년간 실제 작전에 투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을 투시할 수 있는 인간 X-ray를 비롯해 백만 가지 색을 볼 수 있거나 1.6km 떨어진 곳도 식별하는 등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초능력자들이 심심찮게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남녀노소 인기 있는 대표적인 초능력 만화영화가 있다. ‘인크레더블(Incredible)’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초능력을 가진 한 가족의 일상을 그린 만화영화다. 2004년 첫 개봉을 했고 2018년 14년 만에 속편으로 ‘인크레더블 2’가 나왔다. 이 만화를 보면서 가끔 ‘나도 저런 초능력이 있었다면’하는 상상에 빠져 본다.
특히 아기 괴물 잭잭의 초능력이 어마무시하다. 괴력이 아빠 못지않고 자가 발열해 화염에 휩싸인다. 자이언트 잭잭으로 자가 팽창을 하며 레이저 아이 빔을 기분에 따라 뿅뿅한다. 온 몸에 전류가 흐르고 신체가 중금속으로 변한다. 마음대로 물체를 움직이는 염력을 가졌고 공중부양도 가능하다. 순간 로켓처럼 발사되고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신할 수 있다. 모든 물체를 자유롭게 통과하며 잭잭이 여러 명으로 복사된다. 이런 모든 초능력이 단 하나 ‘쿠키’로 진정된다.
인크레더블에서는 과학기술이 나쁘게, 초능력은 착하게 표현됐다. 기술공포적(테크노포비아) 관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지나치게 비과학적인 내용에 익숙해진다면 현실의 과학기술과는 멀어질 수 있다는 염려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진 말자. 만화를 만화로 보자. ‘인크레더블’을 비과학적으로 과학계에 해가 되는 영화가 아닌 상상력을 자극해 과학기술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영화로 소화하면 어떨까. 초능력이든 과학기술이든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한 법. 초능력과 과학기술 사이에서 ‘이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떠올리며 보는 쏠쏠한 재미를 느껴보자.
몸을 고무처럼 자유자재로 늘리고 줄이는 일라스티걸.

일라스티걸처럼
몸이 늘어날 수 있을까

일라스티걸
인크레더블의 일라스티걸은 몸이 고무처럼 늘어나고 줄어든다.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과학기술로는 구현 불가다.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물질 중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물질은 고무다. 사람과 고무는 뭐가 다르길래 사람은 늘어나지 못하고 고무는 늘어날까. 우리 몸은 생명활동을 하기 위한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억지로 늘리면 고무처럼 늘어나지 않고, 상처를 입게 된다.
만약 우리 몸이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줄어드는 능력이다. 바로 물질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탄성(Elasticity)이라는 성질이다. 만약 탄성이 없다면 기껏 몸을 늘렸는데, 원상복구를 하지 못하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마치 늘어난 모짜렐라 치즈가 원상복구가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탄성은 탄성한계라는 것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형태가 변할 수 있는 한계점이다. 고무도 탄성한계가 넘는 힘을 받으면 찢어진다. 일라스티걸도 탄성한계를 뛰어넘는 힘이 가해질 경우 위험해 질 수 있다는 논리다.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는 천연고무에 황(S)을 섞고자 했다. 하지만 실험 중 실험물을 난로에 떨어뜨리고 만다. 완전 망했다고 생각한 순간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다. 모두 타버릴 줄 알았던 고무가 오히려 열에 더 강한 성질을 갖게 된 것이다. 이를 고무가황법(Vulcanization)이라고 부른다. 고무가황법을 통해 다양한 특성을 갖는 합성고무들이 개발됐다. 방수성이 뛰어난 장화, 마찰열을 견디는 타이어, 충격을 흡수해주는 운동장 트랙 등과 같은 합성고무가 우연한 계기로 탄생하게 된 셈이다.

대쉬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대쉬
영화 속 대쉬의 최소 속력을 대략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물 위를 달리는 장면이다. 얼마나 빨라야 사람은 물 위를 달릴 수 있을까. 동물 중 물 위를 달리는 동물이 있다. 바실리스크 도마뱀이라는 파충류다.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강력한 뒷다리 힘으로 물의 표면장력을 밀어내며 달린다. 이때 뒷다리는 1초에 20번 물을 박찬다.
이 속력과 힘을 사람으로 환산하면 일반 성인 남성이 물 위를 달리기 위해선 시속 112km 속력과 기존 대비 15배의 다리 힘이 필요하다. 우사인 볼트가 100m 세계 신기록을 세울 당시 속력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시속 36km로 대략 3배의 속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다리 힘도 15배가 붙어야 물 위를 달릴 수 있다.

투명해지는
바이올렛 가능할까

바이올렛
주인공 가족 중 여러 초능력을 보유한 잭잭을 제외하고 실현 가능한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를 꼽자면 바로 바이올렛이다. 바이올렛의 초능력 중 투명화가 현재 기술로 실현 가능하다. 다만 신체 자체가 투명해지진 못한다. 특수 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해리포터의 투명망토처럼 말이다.
투명망토를 입었을 때 어떻게 사람의 몸이 보이지 않는 걸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의 등에 카메라를 달고 가슴에 스크린을 장착해 등 뒤의 장면을 앞 스크린으로 송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모든 방향에 적용하려면 카메라를 여러 대 달아야 한다. 사람이 움직일 때 스크린이 휘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빛을 휘게 만들면 된다. 빛이 망토에 그대로 반사되는 것이 아니라 망토를 타고 휘어져 지나간 뒤, 뒤쪽 물체에 반사된 후 다시 망토를 타고 휘어져 앞 사람의 눈을 통해 인식된다면 사람이 있음에도 뒤에 있는 물체가 보이게 될 것이다.

프로존처럼
얼음을 만들 수 있을까

프로존
프로존은 마치 손에서 얼음이 뿜어져 나오는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만약 몸에서 얼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몸속에 얼음을 지니고 다니거나 또는 얼음으로 변화시킬 물이나 수증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프로존은 그 많은 양의 얼음을 가진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원리는 대기 수증기를 얼리는 것이다. 프로존의 손에서 아주 차가운 냉기가 나온다면 주변 공기가 얼어붙게 되는 원리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손은 차가운 냉기를 견디지 못한다. 만약 물을 얼리기 위해 사람의 손이 0도가 된다면 세포활동이 중지될 뿐만 아니라 손도 얼어붙어 쉽게 손상된다.
사람의 신체로는 불가능하지만 도구를 이용하면 일정부분 가능하다. 아주 차가운 물질을 지니고 다니며 분사를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액체질소가 있다. 질소는 끓는점(기화점)이 -196℃ 이기 때문에 상온에서 분사할 경우 순간적으로 기화하며 주변의 열을 빼앗아 버린다. 이때 대상 물질은 열을 빼앗기며 얼어붙게 된다. 문제는 많은 양의 얼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커다란 액체질소 탱크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또한 대기 중 수증기는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포화수증기량 이상의 얼음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액체질소는 온도가 낮다는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극저온 연구가 있다. 가령 세포와 DNA 등 생체시료를 장기보관하기 위해선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이때 액체질소가 사용된다. 또한 식품의 경우 영양소를 비롯해 식감, 모양 등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액체질소가 사용되기도 한다.

인크레더블은
어떻게 괴력을 낼까

괴력의 원리를 살펴보자. 똑같은 질량을 가진 상대방이 속력만 다른 펀치를 날렸을 때 속력이 더 빠른 쪽의 충격이 커진다. 큰 힘을 대상 물체나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질량이 크거나, 속력이 빨라야 한다.
인크레더블이 일반 남성들과 동일한 질량(몸무게)을 가지고 있을 경우 괴력을 내기 위해선 굉장히 빠른 속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인크레더블이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다. 평범하게 펀치를 날리는 것 같은데 괴력이 나온다.
속력이 빠르지 않다면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질량이다. 인크레더블 외모는 일반 남성들과 다르지 않다. 이 상태에서 질량이 크다면 신체 내부가 더 무거운 물질로 구성돼 있거나 또는 밀도가 굉장히 높아 꽉 차있어야 한다. 외모는 일반 남성인데 실제 질량은 코끼리보다 크면 어떨까. 걸어 다닐 때 쿵쿵 소리가 나며 바닥이 갈라질 것이다. 하지만 인크레더블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자연스럽다. 인크레더블은 질량도 속력도 모두 일반 남성과 같은 상황에서 힘만 큰 상태이고 이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볼 수 있다.
잭잭은 스스로 불타고, 자기를 복제하고, 눈에서 광선이 나가는 만능 초능력자이다.

잭잭의 초능력은 쿠키 하나로 진정된다.

괴력과 관련해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빠르게 달리는 기차를 멈춰야 하는 상황. 일라스티걸과 인크레더블의 대응 방법이 다르다. 일라스티걸은 몸을 낙하산처럼 펼쳐 기차를 멈추기 시작한다. 멈추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 시간동안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승객들은 힘을 적게 받게 된다.
반면 인크레더블은 기차와 순간 부딪히며 멈추는 방법을 택한다. 시간이 짧게 걸리지만 순간적인 힘이 크기 때문에 승객들은 관성에 의해 넘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인명구조 방법은 다르겠지만 단순히 선로 위에서 멈춰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라스티걸에게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